시중은행·핀테크 업계 '데이터 제공 범위' 두고 줄다리기
네이버 검색데이터는 신용데이터 아냐...'공개 제외'
금융당국 "상호주의 관점으로 보유데이터 최대한 개방해야"

8월 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데이터 상호주의'가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데이터는 덜 주고 남이 가진 데이터는 더 가져오려는 업권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지난달 29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윤미혜 기자
지난달 29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윤미혜 기자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핀테크 업체들 간에 마이데이터 사업에 활용되는 데이터 공개 범위를 두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8월 본격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은행·카드·보험·통신사 등에 흩어진 금융거래 정보를 일괄 수집해 금융소비자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상품 추천, 금융상품 자문 등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참여 기업은 금융정보를 기반으로 한 투자 서비스나 관련 사업영역을 보다 확장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면, 활용 가능한 개인 정보가 많을수록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

토스나 핀크 등 핀테크 기업이나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ICT 기업이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면 은행‧카드‧보험‧증권업을 직접 하지 않아도 금융회사 정보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일례로 토스·핀크 등 업력이 짧아 모아둔 고객 정보가 적은 핀테크 스타트업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기존 금융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면 모회사인 네이버의 방대한 개인 정보 및 맛집·쇼핑 검색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네이버가 가진 정보를 독자적으로 수집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한다면 타 기업과 비교해 압도적인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 비금융사 금융 시장 진입에 촉각

금융사는 비금융사의 금융 시장 진입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금융사 정보가 ‘더’ 많이 개방되기 때문이다. ICT 등 핀테크 기업은 금융사 대부분의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금융사가 이들로부터 가져올 수 있는 데이터는 페이 결제나 포인트, 선불 전자 충전금 이용 내역 등 제한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활용되는 개인 신용정보 이동 범위에는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정보가 포함된다"며 "네이버가 가진 비금융정보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전자금융 업자로부터 페이 결제나 포인트, 선불 전자 충전금에 대한 이용 내역을 받을 순 있지만 일반 기업의 검색 정보 등 비금융정보는 이동권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를 이유로 금융회사 내부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시중은행 등 금융사는 네이버 등 핀테크 기업으로부터 검색·쇼핑·맛집 등 전(全) 영역 데이터를 가져오고 싶어 하지만 신용정보가 아닌 데이터를 강제 개방하지 못하게 돼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사업자들 사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 생태계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건전한 시장 질서 형성이 중요하다며 "참여 사업자들 사이에 책임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 더 많은 데이터 개방으로 혁신·소비자 선택권 넓혀야

그럼에도 핀테크 기업은 혁신을 추진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모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달 29일 예비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참여한 포럼에서 "금융권과 ICT기업은 모두 포괄적 데이터를 개방해야 한다"며 "웹사이트나 창구에서 조회가 가능한 정보는 모두 개방해야 한다"며 상호주의 원칙을 거론했다.

자산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역시 "데이터 이동권이 확보가 안 되면 '절름발이' 서비스가 된다"며 "소비자 편익을 위해 빅테크 기업은 상호주의 관점에서 혁신적인 개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도 금융회사·ICT·핀테크 기업 모두 소비자 편익을 위해 상호주의 관점으로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회사, 정보기술(ICT), 핀테크 기업 모두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호주의 관점으로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며 "정부도 규제차익 없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