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육체 활동(Physical Activity)과 정신 활동(Mental Activity)을 융합한 활동입니다."

우병현 IT조선 대표는 10일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하루천자 캠페인 100회 돌파 기념으로 ‘아나지털(Analog+Digital) 신세계 탐험’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역사책방에서 강연하는 우병현 IT조선 대표 / 오시영 기자
역사책방에서 강연하는 우병현 IT조선 대표 / 오시영 기자
우 대표는 인류와 동물의 차이점으로 ‘손의 활용’을 꼽았다. 인류는 진화생물학적으로 손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뇌가 발달해 지구에 문명을 이루고 살게 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문명이 발전하면 할수록 손을 덜 쓰게 됐다.

우 대표는 "키보드, 스마트폰, 그리고 음성 인식의 시대가 오면서 손을 쓸 일이 점점 줄어든다"며 "손을 쓰지 않게 되면서 더 외롭고, 고독하고 인간다움을 잃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상으로 건네는 생일 축하 인사다. 메시지 자체는 축하한다는 내용이지만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디지털 메시지는 오타가 쉽게 나고 맥락이 없는 탓에 인간 관계에서 오해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필두로 한 소셜미디어도 영혼이 담기 소통을 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자신을 과장해서 드러내는 탓에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기 어렵다.

우병현 대표 / 오시영 기자
우병현 대표 / 오시영 기자
우병현 대표는 이런 문제 해소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마음을 담은 손편지 쓰기를 제안했다. 그는 "특히 손편지를 쓸 때 ‘형식적인 인사말을 빼면 쓸 것이 없다’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상대를 자세히 관찰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며 "손편지를 쓰면 상대의 취향과 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손글씨 쓰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우 대표는 "머리에 있는 내용을 종이에 적으면 걱정이 줄고, 잊지 않고 실제 행동에 옮기기에도 유용하다"며 "필사를 하면서 자신의 취향을 찾고, 관심 있는 분야의 정보를 모으다 보면 작가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갖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 출입기자 시절 수행비서에게 들은 ‘김대중식 글쓰기’ 방식을 현재도 실천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 오늘 할 일이 무엇인지 적고, 자기 전 하루에 만난 사람 이름과 나눈 대화를 손글씨로 정리한다.

원래 쓰지 않는 손(오른손 잡이라면 왼손)으로 글을 쓰며 색다른 자극을 준다. 우뇌와 좌뇌 중 덜쓰는 뇌를 쓸 수 있고, 익숙지 않은 만큼 더 글을 눈여겨보고 천천히 쓰면서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병현 대표는 아날로그에 디지털을 가미한 ‘아나지털’로 특별한 감성을 담으면서 아날로그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종이에 적은 글씨를 스마트폰에 똑같이 옮겨주는 ‘스마트펜’을 활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늦둥이 그림을 배경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해 외국인에게 손글씨 기반 편지를 선물하거나, 회사 직원에게 돌리는 추석 기념 카드에 직원 사진과 함께 손글씨 메시지를 가미해 선물하는 식이다.

우 대표는 "스마트펜으로 쓰면 정확히 몇 글자를 썼는지 자동으로 계산하는 등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스크린에 직접 글씨를 적는 것과 달리 종이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천자 회원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오시영 기자
하루천자 회원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오시영 기자
하루천자 캠페인 회원들은 우 대표의 강연이 끝난 후 참여 후기를 공유했다.

우 대표는 "치매를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하루 만보를 걷고, 하루 천자를 쓰고, 하루 팔굽혀펴기 백회를 꾸준히 실천하는데, 이 방법을 회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캠페인에 참여한 남원경씨는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젊은 시절 읽었던 문학을 다시 보며 재미있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영 회원은 "신문사 편집국 출신이라 그런지 부부관계가 나빠지거나 아이가 문제를 일으킬 때면 활자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고,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해 하루천자 캠페인에 기쁘게 참여했다"고 말했다.

정숙자(사진) 회원은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하루 천자가 있어 위로가 된다"며 "훗날 이 시기를 떠올릴 때 코로나19의 아픔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천자 캠페인이라는 좋은 기억을 함께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천자 캠페인은 IT조선이 한국IT기자클럽, 네오랩컨버전스, 비마인드풀, 로완, 역사책방, 기억의책 꿈틀과 손잡고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함께 매일 1000자를 노트에 필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하루천자 회원이 모여 다과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 오시영 기자
하루천자 회원이 모여 다과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 오시영 기자
역사책방에서 하루천자 캠페인 회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시영 기자
역사책방에서 하루천자 캠페인 회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시영 기자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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