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131)남녀 주인공의 투지와 사랑으로 적 무찌르는 '가킹'

입력 2020.07.11 12:34 | 수정 2020.07.11 12:36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76년작 ‘마그네로보 가킹(マグネロボ ガ・キーン)’은 한국 3040세대 사이서 인지도가 높은 ‘강철지그'의 후속작이다.

마그네로보 가킹 / 유튜브
남녀 두 명의 주인공이 힘을 합해 적에 맞서 싸우는 ‘가킹'은 정통파 로봇 작품이면서도, 마징가Z 등으로 구축된 일본 로봇 애니의 틀을 고스란히 녹여낸 마지막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그네로보 가킹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애니메이션은 지구 땅 속에서 잠들어 있던 ‘이자르 행성인'이 인류를 상대로 침략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카즈키 박사는 외계인의 지구침략을 막기위해 ‘가킹'과 이동요새 ‘갓프리덤'을 완성시킨다. 박사는 로봇 가킹을 가동하기 위해 격투가 ‘호조 타케루'와 자신의 딸인 ‘마이'를 전기에 강한 마그네맨으로 훈련시킨다.

‘스위트 크로스'로 슈퍼로봇 가킹과 합체한 두 명의 주인공은 인류를 지키고자 하는 불타는 투지와 사랑의 힘으로 이자르 행성인이 만든 합성괴수를 차례차례 쓰러뜨린다.

마그네로보 가킹 포스터 / 야후재팬
애니 마그네로보 가킹은 1976년 9월부터 1977년 6월까지 39화 분량이 방영됐다. 1970년대 인기 로봇 애니메이션이 50화이상 방영된 것과 비교하면 짧은 편이다. 36화에서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끝낸 가킹은 당시 주요 시청자인 어린이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마그네로보 가킹 DVD 패키지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현지 장난감 업계에 따르면 가킹의 갑작스런 엔딩은 낮은 시청률과 전작보다 못한 장난감 판매량 때문이다. 지금은 없어진 일본 토이저널에 따르면 타카라가 만든 강철지그 장난감은 단기간 100만개 이상 판매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 타카라는 1976년 마그네로보 가킹 공개에 맞춰 장난감 시리즈 명칭을 마그네모가 아닌 마그네로보로 수정하고, 차기작인 ‘초인전대 바라탁크' 기획에도 나섰으나 강철지그의 인기는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 일본 장난감 업계 시각이다.

가킹은 강철지그의 후속작으로 만들어졌지만 원작자는 다르다. 강철지그는 마징가Z의 아버지인 나가이 고(永井豪)와 다이나믹프로덕션이 원작자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토에이(東映動画)가 담당했다. 하지만 가킹은 원작자 나가이는 온데간데 없고 토에이가 기획·원작·제작을 모두 맡았다.

이유는 판권 수익배분을 놓고 나가이와 토에이 사이에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당시 나가이와 토에이는 마징가Z 관련 상품 매출의 수익배분 문제로 다퉜다. 토에이와 결별한 나가이는 애니 제작사 낙크에 ‘그로이저X’ 기획서를 가져갔다고 알려졌다.

마그네로보 시리즈는 ‘강철지그', ‘가킹', ‘초인전대 바라탁크' 등 3개 작품으로 나뉜다. 강철지그와 가킹은 서로 유사한 면이 있지만, 3번째 작품인 바라탁크는 5명의 전사가 힘을 합해 싸우는 정통 전대물에 가깝고 로봇 디자인도 큰 차이를 보인다.

가킹은 로봇 애니 마니아들 사이서 마징가Z로 대표되는 정통파 슈퍼로봇의 작품 구성을 갖춘 마지막 로봇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들이 말하는 정통파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은 ▲가까운 미래의 일본을 무대로 삼고 있으며 ▲주인공은 10대후반~20대초반의 젊은이다. ▲로봇과의 결합은 기체 합체 혹은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방법으로 파일럿과 로봇이 서로 융합된다. ▲로봇은 천재과학자 손에 만들어진 과학기술의 결정체 혹은 외계의 기술이 사용된다. ▲내용은 외계인의 지구침략에 맞서 싸우는 권선징악 프레임을 갖췄으며, 등장인물의 드라마보다 로봇 액션에 더 많은 중점을 둔다.

잡지 ‘우주선'은 당시 특집 기사를 통해 "표면적으로 남성의 듬직함과 여성의 부드러움을, 내면적으로 남성의 폭력성과 여성의 잔혹함을 융합한 로봇 애니메이션"이라고 평가했다.

마그네로보 가킹 DVD 패키지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제작사 토에이에 따르면 가킹 이름은 영어 ‘Gathering(집합)’과 ‘keen(강함)’에서 따온 것이다.

가킹 이후 슈퍼로봇은 토미노 감독의 ‘기동전사 건담'과 같이 사실성을 추구하거나, 나가하마 감독의 볼테스 파이브(V)처럼 로봇보다 인간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원자력·자류파로 움직이는 거대로봇 ‘가킹’

가킹은 지구의 카즈키 박사가 이자르 행성인의 지구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거대로봇이다. 로봇 크기는 높이 기준 50미터, 중량은 70톤에 달한다. 가킹 로봇은 ‘원자력'과 ‘자류파(磁流波)’ 에너지를 근간으로 움직인다.

마그네로보 가킹 / 토에이 애니메이션
가킹은 엄밀히 따지면 변신합체 로봇이라기 보다 몸을 더하는 ‘합신(合身)’로봇이다. 주인공 타케루와 마이는 전자류 에너지의 힘으로 가킹 로봇의 일부분인 마그네맨으로 변신한다. 남자 주인공은 플러스 전극의 ‘마그네맨 플러스', 여성 주인공은 음극의 ‘마그네맨 마이너스'가 된다.

주인공 타케루와 마이의 변신 장면 / 유튜브
두 사람은 스위트크로스를 통해 2개의 육각형 파츠로 변신한다. 스위트크로스 연출은 마징가Z, 큐티하니, 데빌맨 애니메이션 연출을 담당한 ‘카즈마타 토모하루(勝間田具治)’의 작품이다. 그는 스위트크로스 명칭을 여행 도중 아내와의 잠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주인공 타케루와 마이의 스위트크로스 장면 / 유튜브
두 주인공은 기지 갓프리덤에서 출발한 후 로봇 ‘프라이더'와 ‘마이티'에 각각 탑승한다. 프라이더는 ‘남자 로봇'이라는 설정으로 높이 기준 25미터 크기를 갖췄다. 마이티는 여성 로봇으로 프라이더보다 약간 작은 24.8미터 크기로 제작됐다.

프라이더와 마이티는 가킹과 합체를 통해 서포트 메카닉 혹은 가킹의 무기 역할을 하게 된다.

마그네로보 가킹 / 유튜브
마그네로보 가킹 프리뷰 영상 / 유튜브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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