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文 높은 지지율 '욕먹어도 해야 할 미래 개척'에 쓰라"

입력 2020.07.13 06:00

[포스트 코로나를 말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상)

지속가능한 사회적거리 두기 고민할 때
정부 대응 과학적 접근 없이 ‘우왕좌왕’
기업에 여전히 군림하는 정부와 정치권
국가주의적 사고 뿌리깊게 박혀 문제
한국 기업 새로운 기회 못 살릴까 걱정
높은 지지율은 개혁에 쓸 ‘국가자산’
정권유지에만 쓰면 ‘권력의 사유화’

코로나 대유행(팬데믹)이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개인일상부터 국제질서까지 구석구석 변화를 몰고 왔다. 그 이전의 세상으로 절대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언제 끝날지 몰라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당장 2차 팬데믹을 걱정할 판이다.
그래도 코로나 종식 이후(포스트 코로나)를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맷집을 키우고 체질을 바꿔야 달라진 새 질서에 적응하고 살아남는다. IT조선은 통찰력이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그 생존비법을 찾아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첫 순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기업인이고 의사다. 그가 코로나 이후 세상 변화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고, 대안도 제시해 주리라는 기대 속에 만났다. 대화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지난 6일(월) 오전 10시 국회 본청 225호실. 국민의당 대표회의실이다. 안철수 대표는 최고위원 회의를 끝내고 옆 소파에 마스크를 쓴 채 앉아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뭔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마주 앉아 이번 [포스트 코로나를 말한다] 기획 취지를 설명했더니 곧바로 걱정부터 쏟아냈다.

"요즘 코로나 확산 추세를 보면 포스트 코로나라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게 진행되지 않나 봅니다. 결국은 최종 해결책은 백신이 나오는 것밖에 없는데요. 지금까지 보면 개발에 5년 정도 걸렸는데 이번에 전 세계가 협조해 모든 방법 동원해 1년 반 정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내년 중반 정도 되면 개발이 되겠지만 그걸 만들고 배포하려면 개발 이후에도 1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요. 세계 인구가 맞을 정도로 생산하게 하려면 내년 하반기에도 상황이 나아질 거 같지 않습니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 바탕으로 지금부터 차분히 계획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거리 두기로 해결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제 이 생각은 버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적거리 두기 형태인가를 같이 찾는 게 시급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간 정부 대응을 어떻게 보시나요

"감염병 대응은 크게 두 단계입니다. 처음에는 봉쇄 정책. 그러니까 한두 사람 감염자가 입국하면 이 사람 추적해 접촉자 모두 격리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게 첫번째 단계입니다. 우리나라는 실패해 지역감염으로 확산하면서 두번째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세계에서 중국 이외 지역감염 대규모 확산한 나라가 한국이 됐습니다.

지역감염까지 가면 꼭 필요한 게 개인위생사회적거리 두기, 의료진 헌신 등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는 노력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를 너무나 잘했습니다. 메르스로 한번 피해를 본 경험이 좋은 약이 됐습니다. 사스나 메르스를 한번 겪은 나라들은 이번에 상대적으로 잘 대응했고요. 전혀 경험하지 못한 미국이나 유럽이 이번에 최대 피해를 입었습니다.

앞으로 더 잘 대응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지속가능한 형태의 사회적거리 두기 형태로 가는 것을 목표 지점으로 한다면 아직 갈 길이 굉장히 멉니다. 이 점에서 보면 정부가 어떤 기준을 갖고 관리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단순히 확진자 숫자만 가지고 판단합니다. 굉장히 비과학적입니다. 이미 2~3주 전에 발병한 확진자를 이제 발견한 겁니다. 지금 그것을 갖고 막 우왕좌왕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이미 선진국에서 많이 시행한, ‘전 국민 대상 항체검사’ 자료를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도 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늦었습니다."

-안대표가 대구에 이어 광주 등지로 또다시 의료봉사를 하러 가는 상황 만큼 생기지 말아야 할텐데요.

"대구에서 매일 확진자 수가 500명 넘었을 때가 있었어요. 이 정도면 지역 병원이나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가 대구에 간 겁니다. 지금 한 30명 안팎 발생하는데 아직까지는 지역이 감당할 수 있습니다. 정말 대구처럼 지역에 계신 분으로 부족할 단계가 되면 정말 전국민적인 자원봉사가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언택트’라는 조어가 생겼죠. 외국에서 잘 안 쓴다고는 하던데 이 말이 시사하는 게 굉장히 많습니다. 그 자체가 우리의 문화, 사람과 사람간 인터랙션 방식, 기업 활동 방식과 새로운 비즈니스, 그리고 기존 비즈니스가 여기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여러 화두를 던져줍니다.

위기 속에 새로운 기회도 많아진다고 봅니다. 구글 창업자도 몇 년 하다가 하도 힘들어 회사를 팔아버리려고 하지 않았던가요? 야후에 팔려다 가치를 너무 저평가하니 고생한 게 아까워 계속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많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3년만 지나 뒤돌아보면 ‘저런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왜 알아채지 못했지’ 하는 게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예외 없이 있었습니다. 자가격리와 원격근무 등의 얘기가 나오자 ‘줌’(중국계 미국인이 만든 영상회의 플랫폼)이 잘 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지금은 누구나 다 알게 됐죠.

기존 비즈니스에서 뭐가 잘 될지는 확연하게 드러났고요. 당장 여행업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우버(Uber: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하는 미국기업)는 예외입니다. 오히려 주가가 올랐어요. 주가라는 게 ‘현재가치’가 아니라 ‘미래가치’를 반영한 것 아닙니까. 우버는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나름대로 적응도 잘하고 조심스레 비즈니스를 해왔죠.

제가 미국과 유럽에 있을 때 우버를 많이 이용했는데요. 계속 오는 메일을 보니 코로나에 대해 굉장히 빨리 대응합니다. 운전자 교육도 제대로 하고요. 승객도 꼭 마스크를 쓰고 항상 창문을 열어놓도록 했고요. 위기가 지나가면 가장 빨리 적응하는 회사가 잘 될 것이라는 미래가치 평가로 오히려 지금 주식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죠. 다른 회사들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위기 뒤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합니다. 약한 회사들은 정리되고 강한 회사들만 나중에 살아남습니다. 그 승자 중 하나가 되겠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새로운 테크 비즈니스가 많이 생기긴 할 텐데요. 기회를 잡는 우리나라 회사들이 많이 나와야 할 텐데 이게 좀 걱정되고 아쉬움이 많습니다. 인터뷰 내내 말씀드릴 주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정작 그런 기업이 나와도 잘 크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규제 때문에요.

"나와도 정치권이 오히려 싹을 죽일 가능성이 보이는 게 굉장히 걱정됩니다. 하나씩 짚어보면 좋겠어요. 우선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산업계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둘이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수직적 관계로 고착화했다는 점입니다. 수직적인 걸 넘어 거의 정부나 정치가 산업계에 군림하는 형태입니다

정치인이나 관료들도 ‘국가주의적 사고’가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이게 거창한 게 아니라 ‘우리가 모든 걸 다 결정하고 끌고 간다’, ‘우리가 기업의 왕이다’, ‘개인보다 우리가 위다’ 뭐 이런 인식입니다. 이런 것이 결국 기업이나 개인의 자율성을 빼앗아 갑니다. 모든 걸 우리 말 대로 하라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마인드를 가진 정부 아래서는 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율성을 빼앗기면 창의력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는데 내가 새로운 아이디어 내봤자 먹히지도 않을테고, 도전하지도 않게 되고요. 이게 한국 경제 침체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봅니다. 기업이 뭔가 새로운 사업영역을 넓히고 활발하게 하지 못하게 합니다. 개인도 활발하게 창업하거나 나서지 못하고요. 이런 게 다 국가주의적 사고방식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을 예전부터 가졌습니다. 기업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바뀌지 않은 것이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문제는 규제에 대해 정부가 가진 생각입니다. 말로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하면서 사실 공무원 수만 늘리고 있습니다. 관료들도 나름대로 ‘세금을 받아 쓰니 놀지 않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걸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나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일거리를 찾게 되는데 이게 다 규제입니다. 일일이 간섭하고요. 규제를 없애야 한다면서도 오히려 더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하는 국회를 주장하는데 그 일하는 것이 산업과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보다 규제에 해당하는 법을 만들기 바쁩니다. 이것 때문에 규제가 사실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우리 미래를 발목 잡습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에 ‘비지팅 스칼라’(방문학자)로 작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있었습니다. 거기에 ‘로 사이언스&테크놀로지’(Law Science & technology)라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법이나 규제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오히려 가로막는 역할을 하니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해서 만든 건데요. 오히려 ‘미리 예측해 과학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기업가정신을 더 잘 발휘하는 쪽으로 법이나 제도가 도와줄 거 뭐 없나’를 연구합니다. 앞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이런 걸 잘 해결하는 나라가 앞서갈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다들 열심히 연구를 합니다. 우리는 이런 고민을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번째로 정부 역할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와 다릅니다. 새로운 사업기회가 나올 때 이것을 허용하고 가능하면 길을 터주는 대신에 그렇게 되면 기존 산업 분야를 건드려 피해 보는 사람들이 생기는데 정부가 나서 설득하고 이들이 다시 일할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정부는 욕을 먹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욕을 먹으면서 우리나라 미래를 개척하는 일을 해야죠. 그런데 당장 ‘타다’를 보십시오.

타다가 어쨌든 전 세계적으로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입장에서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 시장을 만든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면 정부가 나름대로 혁신하려는 기업의 숨통 터주고 일할 수 있게 하고 그 대신에 이로 인해 피해를 받는 택시기사를 설득하고 이들이 살아나갈 사회적 안전망 만드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입니다.

결과를 보면 우리는 완벽하게 반대로 갔습니다. 욕을 안 먹고 편하게 표를 얻으려고 새로운 우리나라 미래 가능성을 짓밟아 죽인 것입니다. 당장의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우리 기업들이 가능성도, 기회도 많을 텐데, 이런 거 보면 ‘과연 이 기회를 우리가 살릴 수 있을까?’ 이대로 가면 굉장히 암담한 상황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바뀌지 않으면요.

지금 정부 지지율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이 지지해 준 덕분에 높은데요. 저도 정치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지지율을 높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국가에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이를 어디에 쓸 것인가. 저는 욕을 먹는 개혁을 하기 위해 써야 하는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지지율을 유지해 그 다음의 정치적인. 뭐 정권 유지를 위해 쓰다면 이거야말로 권력을 사유화하는 것 아닙니까? 국가의 소중한 자산을 자기 것처럼 가로채는 것입니다. 국가의 미래를 희생하면서."
-국회가 과연 견제 역할을 잘 할까요

"(여당이)총선에서 큰 승리 거둔 다음에 맨 처음 한 것이 과거를 다시 파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어떤 사람이나 세력이 한 얘기만 계속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라고." 참 슬픈 일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아닙니까? 국민이 주인입니다. 국회의원이 주인도 아니고 국회의원 수가 많다고 나라를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중심에는 국민이 있습니다. 국민들께서 우리나라가 잘못 가고 있다고 하면 180석이 아니라 의석이 더 많더라도 소용이 없습니다.

야당이 해야 할 일은 다른 뭐, 당장 뭔가 조그마한 정치적 이득을 얻는 데 집착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미래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비판만 할 게 아니라 해법을 내놓고 계속 국민 설득하고 그렇게 해서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안대표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의 목소리가 잘 퍼지지 않더라고요.

"여러가지 담론이 형성되고 퍼져나가는 구조 자체에 사실 문제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담론유통) 구조가 포털, 네이버나 다음 아니겠어요. 특히 네이버요. 그런데 지금 보면 구글과 네이버가 굉장히 다릅니다. 뉴스를 다루는 태도요. 네이버에서 트래픽 올리는 가장 큰 메커니즘 중 하나가 ‘많이 본 뉴스 순위’ ‘실검(실시간검색) 순위’ 이런 건데요. 오히려 미래 담론 형성을 방해하고 가로막고 있다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사기업의 이익과 국가 미래를 바꾸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저는 갖고 있습니다.

이것 자체가 어떻게 나타나냐면요. 예를 들어 기자들도 이런 고민을 많이 한다던데요. "정치인들이 막말을 하면 (기사) 쓰는 데 들어가는 노력이 1인데 클릭은 100, 정책(기사)을 쓰는 노력은 100인데 클릭은 1"이라고요. 이런 언론 유통 구조 하에서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야당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야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수의 자산이 되려고만 하면 안 됩니다. 대한민국의 자산이 되려고 노력을 해야죠. 지금 정권은 진보의 자산이 되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자산이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실 제대로 된 진보나 보수는 없다고 봅니다. 말을 조금 바꿔 (여야가 각각) 좌파와 우파의 자산이 되려고 하는 것을 버려야 합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정말로 중요한 것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생각해야죠). 이것저것 하지 말고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 말씀드린 언론 유통구조 문제라든지, 당장 코로나를 어떻게 극복하고 관리해야 할 것인지, 산업구조를 어떻게 개혁할 건가 등등.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고 대안을 내고 열심히 하면 지금 당장 국민들이 눈을 안 돌릴지라도 쌓여가면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일을 해야 할 때입니다."
(하편은 14일에 계속)

대담: 신화수 IT조선 취재본부장
정리: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