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CDMO 서서히 눈독 들이는 국내 제약사
단순 위탁 생산 개념 아닌 연구개발 등 노하우 전수
삼성바이오로직스 선두, 차바이오텍 등 제약사 줄줄이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 남의 약을 대신 생산·개발하는 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의약품 위탁생산(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과 위탁개발(CDO, 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을 합친 개념)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다. 우리나라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탄탄한 기술력과 자본을 앞세워 이 시장에 뛰어든다. 세계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선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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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CDMO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시장은 위탁생산 개념에 R&D 노하우를 더한 것으로 2017년 약 10조원대에서 2023년 최소 40조원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10% 이상 성장률이 예상된다. 업계는 이 시장을 새로운 블루오션이자 트렌드로 평가한다.

CDMO 시장 성장은 제네릭(Generic, 신약으로 개발한 약이 특허기간이 만료돼 동일 성분으로 다른 회사에서 생산하는 약)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시작됐다. 특히 제약사와 제약사 또는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등 다양한 조합의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하게 일어난 점도 CDMO 시장 급부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바이오 의약품은 빠른 속도로 기존 화학 의약품을 대체하고 있다. 기존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면역항암제 등 특정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제약사의 노하우와 생산력을 활용해 신개념 의약품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CDMO 손에 꽉 쥔 삼성바이오로직스

우리나라 기업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에스티큐브와 면역관문억제제(암세포나 면역세포의 면역반응 회피 신호를 억제해 면역기능을 극대화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 약물) STM418 항체에 대한 CDO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3월 또 다른 면역관문억제제 신약 후보 물질 STT-003 항체 CDO에 이은 두 번째 계약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STM418의 세포주 개발부터 공정개발, 임상 시료 생산, 임상시험계획 제출 등 개발 서비스와 임상용 물질 생산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게 된다.

CMO 수주도 잇따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4월부터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 이뮤노메딕스, GSK 등과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반기 누적 수주액만 1조 7000억원을 넘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전체 수주 규모가 3739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약 5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까지 CMO 35건, CDO 42건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올해 1월 JP모건 컨퍼런스에서 CMO 12건과 CDO 18건 이상을 추가 수주하는 것을 목표한다고 밝힌만큼, 올해 하반기에도 활발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CDMO는 급성장하는 바이오 시장의 성장동력" 타 제약사도 눈독

타 제약바이오 기업 사이에서도 CDMO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최근 CDMO 사업에 뛰어든 곳은 차병원 관계사이자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인 차바이오텍이다.

차바이오텍은 CDMO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최근 75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자금 중 약 500억원은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을 위해 미국 현지에 설립된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운영자금과 GMP 설비투자에 사용된다. 나머지 250억원은 향후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 임상개발을 포함한 관련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사업성이 매우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현지 R&D 센터와 기업, 병원과 연계해 CDMO 사업에 차별화된 시너지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CDMO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인 삼양바이오팜은 세포독성 항암주사제 분야에서 그간 쌓아온 R&D 역량과 의약품 생산 노하우를 앞세워 시장에서 활약한다.

삼양바이오팜은 CDMO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전 의약공장 부지 내 총 500만 바이알(주사용 유리용기) 규모의 세포독성 항암 주사제 전용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향후 우수 의약품 제조와 품질관리 기준(cGMP)에 맞춰 증설을 완료한 뒤 세포독성 항암제 CDMO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양바이오팜 대전 공장은 세포 독성 항암 주사제 4개 품목의 유럽연합 GMP 인증을 갱신하기도 했다. 삼양바이오팜 측은 당시 "일반의약품과 달리 세포독성항암제는 엄격한 품질 및 제조 관리 규정을 적용받고 있어 전용 생산 시설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며 "유럽과 일본 양국의 GMP를 모두 획득한 세포독성 항암제 생산시설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삼양바이오팜 뿐이다"라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분야도 CDMO 사업 열기가 한창이다. 동국제약은 2019년 12월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 ‘투즈뉴’ 제조 관련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면서 CDMO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계약에 따라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투즈뉴의 원료를 제조하고 동국제약은 완제품을 생산한다. 투즈뉴는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관계사인 싱가포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이 바이오시밀러는 지난해 임상3상 완료 후 먼디파마와 서유럽 국가 판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부터 세계 시장에 판매될 예정이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