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전지와 나트륨이온전지, 레독스흐름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관련 원천기술 연구·개발로 배터리 1등 국가 도약에 일조하겠습니다"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만난 정경윤 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장이 밝힌 포부다. 정 단장에게 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의 중점 연구와 산업 전망,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관해서 들었다.

 정경윤 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장 / KIST
정경윤 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장 / KIST
1990년경부터 이차전지 연구를 시작해 30여년간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은 1978년 설립된 전기화학연구실에서 출발했다. 전기화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친환경·고효율 에너지 저장 및 변환 기술개발로 ‘에너지 지속가능성 실현’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연구단은 소형 휴대용 전자기기부터 중대형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를 포함, 에너지 저장 분야와 관련된 원천·응용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기화학기술, 나노기술, 공정기술을 융합해 리튬이온 및 차세대 이차전지용 전극소재·전해질·시스템 개발과 함께 박막전지, 기능성 탄소소재 관련 연구도 진행한다.

전기차·ESS 시스템, 산업 내 가장 큰 ‘화두’

정경윤 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장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산업 내 가장 큰 화두라고 강조했다.

정 단장은 "최근 이차전지에서 가장 큰 이슈는 연구 성과를 전기차에 적용해 성능을 높이는 것"이라며 "전기차에 탑재하는 리튬이온이차전지 관련 소비자 요구가 가장 큰 분야는 1회 충전으로 가능한 주행거리 증대와 배터리 안전성 향상, 충전 시간 단축이다.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SS도 크게 성장할 것이다. 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나 변전소, 대형 건물 등에 사용하는 ESS는 전력 생산과 사용 효율성을 높이고 전력 인프라를 건실하게 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전기차와 ESS 분야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유력한 기술도 소개했다.
정 단장은 "전기차용으로는 전고체전지, ESS용으로는 나트륨이온전지나 레독스흐름전지가 차세대 배터리로 유력하다"고 말했다.

전고체전지는 리튬이온이차전지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바꾼 것으로, 개발에 성공할 경우 불이나지 않는 안전한 전지가 탄생한다. 바이폴라 타입 전지를 만들어 팩 수준에서 에너지밀도를 대폭 향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레독스흐름전지는 전해액에 용해된 활물질을 이용해 충방전을 하는 시스템으로 전해액을 담을 수 있는 전해조 혹은 탱크 크기를 조절해 용량을 키울 수 있어 대형 저장장치에 유리한 시스템이다.
다만 레독스커플이나, 이온교환막 등 요소기술에 대한 추가적인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트륨이온전지는 리튬대신 나트륨을 활용하는 전지로 리튬이온전지와 거의 동일한 구조를 지녔다. 따라서 리튬이온전지 제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구하기 쉬운 다른 원료나 소재를 사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우수하다.

 정경윤 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장 / KIST
정경윤 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장 / KIST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한 배터리 산업,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한 배터리 산업이 대외 불확실성에 영향받지 않을 방안은 무엇일까.

정 단장은 "이차전지 산업도 일본 수출규제와 같은 대외 불확실성에 영향받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전지 제조 기술은 주요 선진국과 대등하거나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부품·소재 분야에서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차전지 4대 핵심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분야는 최근 주목도가 올라갔지만, 이외 소재·부품은 열악한 상황이다. 예컨대 분리막 원단, 바인더, 전해액 첨가제, 파우치 포장재 등이 있다.

정 단장은 "그동안 당연히 수입해서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경제성만을 따졌는데 이제는 국내 관련 기업 육성과 연구소-학교 중심 원천기술 개발, 수입 다변화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4대 핵심 소재 이외 부품·소재와 이들 원료가 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은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정 단장은 이차전지 분야에서 전지 제조 기술과 소재 기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와 소재 둘 중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소재 기술은 전지 시스템과 성능의 상당 부분을 결정한다"며 "대부분 이차전지 시스템 이름이 내부 소재로 결정되는 것이 증거다. 예컨대 납축전지, 리튬이온전지 등 내부 소재 특성에 따라 이름이 결정된 이차전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4대 핵심 소재가 결정되면 시스템이 결정이 된다. 차세대 이차전지 연구 출발점은 이러한 소재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소재 원천 기술이 어느 정도 개발되면 이들이 전지 내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성능 최적화 연구와 전지 조립 관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 단장은 "소재 원천 기술은 기업에서 지속 추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정부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재 원천기술 개발로 이차전지 1등 국가 도약 도울 것"

에너지저장연구단은 차세대 이차전지 원천기술 개발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는 여러 전지 시스템 중 전고체전지와 나트륨이온전지, 다가이온전지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들 소재 원천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정 단장에게 에너지저장연구단의 목표를 묻자 "대한민국이 이차전지 1등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라며 "미래에는 사람들이 이차전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충전에 불편함이 없고 디자인을 자유롭게 하면서 높은 에너지밀도를 지닌 초소형 전지를 만들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