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포커스] 캐논 EOS R5, 발열 논란 딛고 디카 시장 구할까

입력 2020.07.17 06:00

금요일마다 디지털 카메라·캠코더·렌즈·스마트폰 카메라 등 광학 업계 이슈를 집중 분석합니다. [편집자주]

수년간 침체 분위기에 빠져 있던 디지털 카메라 업계에 모처럼 생기가 돌았습니다. 캐논 EOS R5가 30일 출시되는 덕분입니다.

4500만화소 이미지 센서와 초당 20매 고속 연속촬영, 정밀한 자동 초점과 셔터 속도 8단계를 보완하는 광학식 흔들림 보정, 8K UHD 동영상 등, 캐논 EOS R5는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 한계를 한단계 높일 제품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캐논 EOS R5 / 차주경 기자
그런데, 캐논 EOS R5가 정식 판매되기도 전에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8K UHD 동영상을 찍을 때 발열 문제로 20분까지만 찍을 수 있다고 합니다. 동영상을 찍다가 본체에 열이 너무 많이 나면 10분~20분쯤 기다렸다 찍어야 하고, 기다린 후에는 3분~8분까지만 찍을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이 문제를 두고 소비자·업계에서 갑론을박이 오갑니다. 캐논이 소비자를 속였다는 의견, 기술 한계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맞섭니다. 비판 의견에 훨씬 많은 무게가 실리고는 있지만, 그만큼 모두 이 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과연 캐논 EOS R5는 발열 논란을 딛고, 침체 분위기에서 수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업계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사실관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캐논 EOS R5, 어떤 논란 불렀나

캐논은 EOS R5 발표 당시 제품 특징으로 ▲4500만화소 35㎜ CMOS 이미지 센서와 새 영상 처리 엔진 디직X ▲초당 20매 고속 연속촬영과 자동 초점 기능 ▲세계 최초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 등을 강조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세번째,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입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아주 민감한 부품입니다. 오래 쓰면 열이 나고, 사진·영상에 울긋불긋한 노이즈를 남깁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열이 지나치게 많이 생겨 기기 동작을 멈추기도 합니다. 캐논 EOS R5의 이미지 센서는 35㎜ 대형인데다 용량이 아주 큰 8K UHD 고해상도 동영상을 담습니다. 따라서 일반 이미지 센서보다 열이 많이 납니다.

먼저 ‘캐논이 소비자를 속였다’는 주장은 틀렸습니다. 캐논은 7월 9일 EOS R5를 발표할 때 이미 성능표에 ‘8K(29.97fps/25.00fps)동영상(RAW / DCI / UHD)은 카메라 내부의 온도 상승에 따른 촬영 시간 제한(최대 약 20분, 상온)이 있습니다’라는 주의사항을 썼습니다.

파나소닉 루믹스 S1H. 모니터 안쪽에 팬을 탑재했다. / 파나소닉
캐논 EOS R5에 앞서 파나소닉은 35㎜ 이미지 센서로 6K UHD 동영상을 제한 시간 없이 찍을 수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 루믹스 S1H를 출시했습니다. 비결은 ‘팬(Pan)’, 선풍기입니다. 이 제품은 본체 옆에 팬을 장착해 바람으로 발열을 줄입니다. 그 덕분에 동영상을 메모리 용량만큼, 사실상 무제한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캐논이 파나소닉처럼 ‘발열 문제를 신경쓰지 않고 급하게 EOS R5를 출시했다’는 주장은 맞고 틀리다를 따지기보다는 오해에 가깝습니다. 캐논은 ‘EOS R5의 작은 크기, 가벼운 구조와 내후성을 유지하기 위해 팬을 설치하기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방열보다는 휴대성을 우선시한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캐논 EOS R5의 본체 부피(138.5 x 97.5 x 88㎜, 650g)는 파나소닉 루믹스 S1H(151 x 114.2 x 110.4㎜, 1052g)보다 훨씬 작습니다. 기계와 소프트웨어 성능도 캐논 EOS R5가 다소 앞섭니다. 사실, 그 이전에 캐논 EOS R5(표준형)와 파나소닉 루믹스 S1H(전문 동영상 촬영형)는 용도가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 비교하기 곤란합니다.

단, 내후성을 유지하기 위해 팬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꼬집을 만합니다. 파나소닉 루믹스 S1H는 팬을 탑재했지만, 훌륭한 방진방적 기능을 가졌으니까요.

‘캐논이 EOS R5를 8K 비디오 미러리스 카메라로 알린 것이 잘못이다’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미러리스 카메라 최초로 도입했음에도 비판을 받다니, 캐논은 억울할 만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캐논이 잘못했네요.

캐논은 2월 EOS R5를 처음 공개할 때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알리는데 집중했습니다. 콘퍼런스콜에서도 이 제품을 ‘비디오 카메라’로 소개합니다.

세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새로운 영상 표현을 추구한 미러리스 카메라’로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동영상 촬영 시 시간 제약이 있었다니, 실망한 소비자가 비판할 만도 합니다.

미러리스 카메라 새 지평 열었으나 한계 있어, 용도 잘 살펴 선택해야

캐논 EOS R5의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 논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오해는 풀면 됩니다.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에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 인정하면 됩니다. 팬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대신 성능과 휴대성을 얻었습니다.

캐논이 일부러 성능을 제한했다는 것은 오해이니 풀면 됩니다. 그리고 또 풀 오해가 침소봉대,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에 한계가 있다고 제품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오해입니다. 8K UHD 동영상을 30분 이상 연속으로 찍기 어려운 점은 아쉽지만, 사실 이것은 불가항력에 가깝습니다. 동영상 용량이 무시무시해서 30분 이상 찍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캐논 EOS R5의 8K UHD 비압축 동영상 촬영 메뉴. 256GB CFExpress로도 최대 12분밖에 찍을 수 없다. / 차주경 기자
위 사진을 보면, 캐논 EOS R5에 256GB CFExpress를 넣어도 8K UHD 30p 비압축 동영상을 12분밖에 찍을 수 없는 것으로 나옵니다. 편집 압축용 ALL-I로 설정하면 25분, 일반 IPB로 설정하면 1시간7분쯤 찍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8K UHD 영상 편집 시 고가의 고사양 PC와 전문 편집 소프트웨어는 필수입니다.

일반 소비자라면 캐논 EOS R5의 8K UHD 동영상 촬영 시간 제약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4500만화소 사진을 초당 20장 연속촬영, 그것도 사람이나 동물을 딥러닝으로 자동 포착해 찍을 수 있는 사진 촬영 성능을 더 눈여겨볼 만합니다.

흔들림 보정 기능도 장점입니다. 직접 써 보니 캐논 EOS R5에 RF 24~105㎜ F4L IS USM 렌즈를 사용해 셔터 속도 ‘2초’로 사진을 찍어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기온 26℃ 실내에서 8K UHD 동영상을 ALL-I로 약 15분간 찍어봤는데, 촬영이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30℃를 넘나드는 야외에서 8K UHD 동영상을 얼마나 찍을 수 있는지는 실험 후 공개하겠습니다.

캐논 EOS R5는 성능도, 개성도, 장점도 뚜렷한 제품입니다. 사진 촬영을 주로 즐기고 동영상 촬영을 가끔 즐기는 하이 아마추어 사진가나 고화질 사진을 원하는 생태·인물·풍경 사진가에게는 아주 알맞은 제품입니다.

상업용 동영상 촬영자라면 주 기종이 아닌 부 기종으로 써 볼만합니다. 촬영 제약이 아예 없는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원한다면 이 제품보다 레드 등 시네마 카메라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캐논 EOS R5. 적어도 사진 부문에서는 시장을 구원할 저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영상 부문을 구원하는 것은, 이 제품을 토대로 발열 등 단점을 개선한 신형 캐논 시네마 EOS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캐논 EOS R5는 한국서 24일 예약 판매, 30일 판매됩니다. 가격은 본체 519만9000원입니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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