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T 확대경] '한국형 뉴딜' 계획 샅샅이 들여다봤건만….

  •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0.07.21 06:00

    계획도 허술하고 기준조차 없어
    일자리 감소 상황 분석도 없어
    자연환경 해치는 그린뉴딜 정책 모순
    가뜩이나 넘치는 민간 유동자금
    정부 돈 풀면 민간 투자만 되레 위축
    ‘뉴딜’보다 막힌 곳 푸는 ‘뉴룰’에 집중하길

    몇 달간 회자된 한국형 뉴딜 계획이 드디어 발표됐다. 35쪽 문서를 읽고, 또 읽었다. ‘포용국가’ 토대 위에서 ‘디지털 뉴딜’‘그린 뉴딜’ 두 축으로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대한민국 100년의 설계라 했다. 우선 100년은 관두고 10년 후에라도 대한민국이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보이질 않는다. 많은 투자 계획을 만들었고, 봐 왔다. 하지만 이렇게 허술한 계획은 처음 봤다.

    28개의 과제를 열거했다. 대부분 이미 진행하거나 시중에 떠돌던 내용을 열거해 놓아 별 새로운 내용이 없다. 이 항목들에 114조원의 국비 예산을 나누어 할당했는데 그 결과로 추구하는 목표 일자리 190만개의 근거를 믿기가 어렵다. 기업은 1~2조원의 투자도 이렇게 안 한다.

    일자리만 해도 그렇다. 이런 예산을 투입하지 않았을 때, 일자리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그 것을 기준(BAU, business as usual)으로 뉴딜을 추진할 때 어떤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또 어떤 일자리는 생긴다는 것인지 구분조차 없다. 무턱대고 190만개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니 납득이 가질 않는다.

    더구나 뉴딜이 단순히 일자리 프로젝트가 아닐 텐데,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가 보이질 않거나 허구적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면 논리나 예산 집행의 타당성 확보를 위해 더욱 구체적이고 치밀해야 한다. 보면 볼수록 단순히 예산을 세우기 위한 항목의 열거로만 보인다.

    한편 기존에 정부가 추진하거나 민간이 진행하던 것들과 중복하거나 배치하는 항목들은 어떻게 할 것 인가. 10만개 소상공인 스마트상점 구축과 소상공인 32만명을 위한 온라인커머스 지원에 5년간 1조원을 투입해 12만개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다. 예산을 합리적으로 배정했는지도 의문이지만 요사이 보듯이 노동조건 강화로 무인 스마트상점이 빠르게 늘어나 일자리가 없어지는 판인데 무슨 수로 12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는가. 일자리가 이렇게 쉽게 생기는데 일자리를 강조한 정부가 여태껏 뭘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태양광을 위해 산하를 훼손하고,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하면서 그린 생태계를 회복한다고 한다. 상충하는 정책을 언급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원격근무와 영상회의 지원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 서비스형태(SaaS)로 영상회의를 제공하는데 중소기업들을 위한 영상회의실을 1,500여개소나 구축한다는 것은 비 현실적이다. 원격근무도 인프라가 아니라 제도와 문화의 문제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AI/SW) 핵심 인재 10만명, 녹색융합 인재 2만명을 육성한다고 한다.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을 인재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12만명 인재 양성에 5년간 1.1조원을 투입한다는데 1년에 2,000억원이면 해외 유수 대학에 겨우 2,000~3,000명 유학시킬 수 있는 돈이다. 과거에 산업인력을 키우듯이 디지털 근로자(Digital worker), 그린 노동자(Green worker) 교육을 한다고 하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인재는 몇 년 예산 투입해 대학에 과정을 늘린다고 10만명씩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차라리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교육 전반 인프라와 교육내용, 교육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뉴딜을 한다고 하면 수긍할 수 있다.

    민간에 돈이 없어 정부 재정으로 뉴딜을 만들어야 할 때와 지금 상황은 다르다. 민간에 1,100조원에 이르는 풍부한 유동자금이 갈 곳을 못 찾는다. 정부가 돈을 풀면 오히려 민간 투자만 위축될 수도 있다. 예산을 풀어 정부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교육 인프라, 도서산간지역 통신 인프라, 교육제도 개편, 공공의 디지털화 등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에 국한해야 한다.

    정부가 돈을 푸는 뉴딜을 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규제, 노동시장 환경, 기득권의 저항 등에 막혀 민간의 돈줄이 막히는 걸 풀어내는 ‘뉴룰’(New Rule)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 의료, 교육, 농업, 유통, 물류, 플랫폼, 컨텐츠, 모빌리티 등등의 분야에 민간의 아이디어와 풍부한 자금이 대기하고있다. 정부는 시대에 맞는 정부 역할을 하여야 한다.

    정권은 말기로 접어드는데 일은 벌려 놓고 다음 정권에게 떠 넘기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지속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민간에 혼선만 일으킨다. 적당히 열거해 예산을 집행하려면 적어도 한 줄이라도 재원 마련 계획도 붙여야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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