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소품으로, 때로는 양념으로. 최신 및 흥행 영화에 등장한 ICT와 배경 지식, 녹아 있는 메시지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 2014) : ★★★☆(7.5/10)
줄거리 :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 미믹. 마술이라도 쓰듯 인류의 대응을 100% 예측하는 미믹은 인류를 멸망 위기로 몰아넣는다. 인류는 유럽에서 최대 규모, 최후의 반격을 준비한다. 홍보 장교 윌리엄 케이지 소령은 참가 명령을 거부했다가 이등병으로 강등, 강제로 전장에 팽개쳐진다.
강화골격 전투자켓을 다루기는 커녕 총 쏘는 법도 모르는 케이지 소령은 바로 전사한다. 그때 그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반격 전날 아침 다시 살아나 다음날 전사하고, 이를 되풀이하는 ‘타임 리프(시간 반복)’에 빠진 것.
그의 이변을 알아챈 것은 인류 최강의 여전사 리타 브라타스키. 그녀도 타임 리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리타는 케이지 소령이 전쟁의 승리의 열쇠라며 위험한 작전을 제안하는데……
"자네가 부럽군. 내일 아침이면 다시 태어나게 될 테니까."
스마트폰·PC에 담은 중요 자료는 꼭 백업(원본을 복사해 따로 보관하는 것)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기가 고장나거나 기기를 잃어버렸을 때 자료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백업용 저장 장치가 크고 무겁고 불편하고 비쌌지만, 지금은 작고 가볍고 편리하고 쌉니다. 최근엔 가상 공간에 인터넷으로 자료를 저장하는 ‘클라우드’도 등장했습니다.
백업이 있으면 안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시간을 되돌릴 수도 있습니다. 백업, 타임 리프 소재에 ICT 요소까지 버무려 재미를 더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 2014)’입니다.
"당신이 나더러 깨어나면 찾아오랬어. 내일 아침에."
이 영화에서 ‘백업’은 아주 중요한 소품입니다. 미믹이 인류의 행동을 예측할수 있는 것, 이를 응용해 케이지 소령과 리타 브라타스키가 반격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고도의 클라우드 백업 기술 덕분입니다.
우리는 자료를 백업해서 보관합니다. 행여 일이 어긋나면 백업을 되돌려 자료를 되살립니다. 이 영화도 같은 원리로 타임 리프, 시간을 여행합니다. 백업이 세계를 멸망의 위기로 이끌고, 나아가 구원한 셈입니다.
백업, 타임 리프 외에도 이 영화에는 눈여겨볼 만한 ICT 요소가 등장합니다. 주인공들이 싸울 때 입는 ‘전투 자켓(Combat Jacket)’은 군용 강화복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와 닮았습니다. 사람이 입거나 장착하면 팔다리의 가동 범위, 힘이 훨씬 강해지는 로봇 보조 도구입니다.
영화에서 전투 자켓은 불리한 전황을 바꿀 만큼 강한 기술로 묘사되지만, 사실 아니었습니다. 되려 엑소스켈레톤의 위력은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더 큽니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팔다리를 잃은 장애인의 보조 도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군용이 아닌, 위험한 환경에서의 안전복 역할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ETRI를 비롯한 여러 연구 기관이 엑소스켈레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 가운데 이름은…..."
이 영화는 개봉 후 세계, 특히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국에서도 470만명이 이 영화를 봤습니다. 흥행에 성공한 덕분에 속편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두 주연 배우, 감독이 속편 제작에 참여하는데, 깔끔하게 끝난 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펼칠지 관심거리입니다.
알O O믹, 나아가 오OO O믹(누설 방지용)의 상위 개체가 등장할 가능성도, 폐허가 된 지구에서 생길 나라간 알력을 그릴 가능성도, 더 강한 백업 도구와 능력을 가진 OO이 등장할 가능성도, 우주에 뿌려진 수백만개의 미믹 유성이 지구로 한번에 공습할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잘 생긴 쭈굴이 못난이에서 미믹을 맨손으로 때려잡는 인간 병기, 나아가 시간 여행자로 다시 태어난 케이지 소령이 속편에서는 어떤 개그와 활약을 펼칠 지도 궁금합니다.
이 영화는 일본 소설 ‘All You Need is Kill’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외계인 타임 리프등 소품과 등장 인물은 같지만, 이들의 성격과 전개, 결말은 사뭇 다릅니다. 소설 원작은 분위기가 제법 어둡고 전장도 유럽이 아닌 일본 섬에서의 국지전입니다. 개그 캐릭터에서 역전의 전사로 바뀌는 영화 속 주인공과 달리, 소설 속 주인공은 냉철한 성격이며 차근차근 성장합니다.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으니 원작을 찾아보는 것도 권합니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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