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21대 국회 보좌관으로 채용하겠다는 국회의원이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이기도 한 조승래 의원은 지난 6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AI 인턴 도입을 위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AI를 인턴 보좌관으로 채용하기 위해 관련 공고를 준비하고 후속 간담회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조 의원에게 관련 계획, 국회 AI 도입 현황 등에 관해 들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 노창호 PD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 노창호 PD
지난 총선, ‘AI 보좌관 도입’ 논의한 계기

조승래 의원은 지난 총선을 치르면서 AI 보좌관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통적인 선거 캠페인 방식을 고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후보에게 궁금하거나 제안할 것들을 AI에 묻고 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제한된 참모진으로 모든 질의응답을 소화하기에 무리가 있어 AI 보좌관 도입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간담회에서는 AI와 인간이 어떻게 ‘협업’하면 좋을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조 의원은 "당장 AI 보좌관을 도입한다고 하자 기존 보좌관들이 불안해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많았다"며 "AI 보좌관은 통계 조사나 자료 수집·정리 등 굳이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대신 처리해 기존 보좌관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추가로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조 의원은 토론회 이후 AI 인턴 채용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협업’ 대상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날 때 항상 공포감이 존재했다"며 "산업혁명 때는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 운동)까지 일어났다. 개인으로 보면 불안감을 느낄 수 있지만, 전체 사회적으로 보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AI가 사람의 업무를 도와 생산력을 높이고 이종 산업 간 결합을 촉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새로운 일자리에 사람들이 적응하고 사회적 교류가 활발해진다면 불안감도 해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 의원은 이어 "AI로 인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 AI를 빠르게 접목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업에 AI를 적용하려면 데이터 축적·활용이 중요한데 현재 데이터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과거 큰 전환이 일어나는 데 길게는 한 세기가 걸리기도 했지만, 디지털화는 이보다 훨씬 짧을 것"이라며 "데이터를 확보하고 AI를 빠르게 산업에 접목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 노창호 PD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 노창호 PD
입법정보시스템 ‘구체성’ 아쉬워…일하는 국회로 거듭날 것

지난해 국회는 입법정보시스템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사업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개년에 걸쳐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지능형 입법정보 서비스 구축 사업’이다.

올해 법률안을 조문 단위로 추출해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고, 나머지 4개년 계획은 미정인 상황으로 국회 사무처는 관련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추가로 확정한 내용은 아직 없다"며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 일을 잘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따라서 AI 입법 지원 관련 내용과 계획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입법 서비스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께서도 이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계신다"며 "지난 6월 29일 운영위 회의를 했는데 김영춘 국회사무총장에게 AI 의정 지원 시스템 관련 계획을 구체화하자고 촉구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 토론회를 진행할 생각이다. 내년도 사업이나 계획에 토론한 바가 반영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