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놓고 KT·SKT 한판 신경전

입력 2020.07.28 06:00

KT와 테슬라의 향후 협력이 불투명해졌다. 그동안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원내비’를 테슬라코리아에 제공한 KT는 통신 플랫폼 기업으로서 주력사업인 커넥티드카 부문이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테슬라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최근 테슬라코리아가 원내비가 아닌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1위인 SK텔레콤의 T맵(티맵)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기차는 미래형 자동차라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테슬라코리아가 내비게이션 업체 변경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KT가 아닌 경쟁사의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테슬라 모델3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 작동 모습. 테슬라 자동차에는 KT의 원내비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 안효문 기자
28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2017년 KT와 맺은 위치정보서비스 제공 계약의 해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신 SK텔레콤, 카카오 등과 신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테슬라코리아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 중인 사안이다"라며 "향후 어떤 맵을 활용할지 결정된 바 없고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내비 기반 ‘오토파일럿’ 이용 중 오작동 우려 목소리 커져

테슬라코리아가 KT와 계약 유지 여부를 재검토하는 이유는 고객 불만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KT 원내비를 기반으로 한 ‘주행보조기능’ 오토파일럿 서비스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내 테슬라 소비자는 도로 표지판 제한속도와 원내비에 뜨는 제한속도가 엇박자를 낼 때가 많다며 불만을 드러낸다. 오토파일럿 주행 중 ‘팬텀 브레이크(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제동이 걸리는 현상)’ 발생 등 오작동으로 위험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상반기 한국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7080대다. 전기 승용차 점유율 43.3%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위한 가속 페달을 밟는다. 판매대수가 늘수록 차량 인프라와 성능을 민감하게 평가하는 소비자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테슬라를 상징하는 ‘오토파일럿’의 안전성과 성능은 이미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테슬라 커뮤니티 한 소비자는 "테슬라 모든 이용자가 바라는 개선사항 1순위는 KT 원내비 교체일 것이다"라며 "교체가 어렵다면 차라리 맵 기반 속도 제어를 풀고 이용자가 원하는 속도를 고정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텔레매틱스 구축 계약 유지도 ‘장담 불가’…원내비 마지막 자존심 타격받나

KT는 2017년 LG유플러스와 연합해 통합브랜드 원내비를 출범했지만 티맵의 시장 지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만년 점유율 3위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LG유플러스가 2019년 11월부터 카카오와 손을 잡으면서 외로운 항전을 이어가고 있다. 3년 간 위치정보서비스를 테슬라코리아에 제공한 KT로서는 이번 계약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타격을 받게되는 셈이다.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실내 모습 / 안효문 기자테슬라는 미국에 판매하는 전기차에 구글맵을 기본 지도로 장착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차량 내 구글맵을 활용할 수 없어 KT와 손을 잡았다. 구글은 5000대1 고축적 국내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에 저장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에 지도 반출을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군 기밀 정보 유출 등 안보를 이유로 2016년 말 불허했다.
KT는 2017년 6월 테슬라코리아와 위치정보서비스 제공과 별개로 텔레매틱스 구축 계약도 체결했다. KT 통신망을 기반으로 테슬라 전기차 내에서 무선인터넷을 구현하는 것으로, 5G 전국망이 구축되면 5G 기반 차량과 도로 인프라(V2X) 간 통신도 이뤄지게 된다.

테슬라코리아가 KT와 위치정보서비스 제공 계약을 유지하지 않을 시, 텔레매틱스 구축 계약의 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테슬라코리아가 SK텔레콤 티맵을 이용하게 될 경우 통신망까지 동시에 교체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본다.

테슬라코리아는 앞서 4월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을 신고했지만, 어떤 통신망을 활용할 지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 없다.

테슬라코리아 측은 "기간통신사업 개시 시기는 미정이며 어떤 이통사와 협력할지 정해진 바 없다"며 "위치정보서비스 제공 계약과는 별개로서 다른 사업적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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