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도 3D영상시대' 베터플릭스, 폭발적 인기 비결은?

입력 2020.07.28 06:00 | 수정 2020.07.28 15:13

김기진 쓰리디(3D)메디비전 대표 인터뷰
3D 구현 수술 교육 플랫폼 ‘베터플릭스(veterflix)’ 대박
동물 없이도 수술 경험하는 통로 마련
넷플릭스처럼 구독 이용

동물보호복지에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습이 줄고 있다. 문제는 과거 동물로 실습했던 수의대 학생들이 동물 대신 고무 질감의 모형과 봉제 인형 등으로 감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모형으로 실습을 충분히 했더라도 실제 동물을 마주할 때는 겁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의학을 전공한 이들은 ‘내가 아예 다른 장기를 다루는건가’ 싶을 정도로 모형 속 장기와 실제 동물 장기에서 이질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만일 실제 수술 장면을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3D로 생생하게 보고 익힐 수 있다면? 이런 생각에서 수술 콘텐츠를 찍을 초미세 렌즈를 제작하고 자체 영상 플랫폼을 만든 뒤 관련 영상을 올려 인의(人醫)와 수의(獸醫)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 쓰리디(3D)메디비전이다. IT조선이 최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쓰리디메디비전 본사에서 김기진 대표를 만난 이유다.

김기진 쓰리디메디비전 대표가 베터플릭스(veterflix)를 만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IT조선 DB
인의·수의계 폭발적 반응 "3D로 수술 참관 효과를"

쓰리디메디비전은 외과 의사를 위한 교육 장비 개발을 위해 2011년 설립됐다. 이후 의료 현장에서 뇌 혈관 등 미세한 부분을 수술하는 인의 교육 수요가 커지자 3D 카메라 렌즈 개발에 나섰다. 현미경으로 보는 수술 영상을 보다 많은 의사가 모니터를 통해 효율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간단하지는 않았다. 조금만 각도가 틀어져도 수술 장면을 녹화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좁은 인체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화이트밸런스 등의 문제로 수술 장면이 하얗게 보이거나 안보이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렇게 수술실에 달린 현미경보다도 해부학 구조와 색감을 잘 잡아내는데 소비한 시간은 약 6년이다.

김기진 대표는 "일반적인 의료 교육 콘텐츠가 2D에 그친 반면 우리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실사와 가장 흡사하게 구현하는 3D기반이다"라며 "술자의 시각에서 환부를 보는 것과 똑같이 볼 수 있는 3D 카메라를 기반으로 현장에서 요구한 사항을 모두 반영했다"고 소개했다.

그렇게 쓰리디메디비전은 카메라 렌즈 개발에 성공하고 업계 주목을 받았다. 2016년 시리즈A 투자라운드에서 KTB투자증권과 KB금융, 데일리금융그룹 등으로부터 60억원 이상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에 힘입은 쓰리디메디비전은 2017년 수술 영상을 교육용으로 배포하는 플랫폼 ‘서지플릭스(Surgflix)’를 내놨다. 글로벌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예제로 삼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의사들이 실제 수술 현장에 가지 않아도 3D 영상으로 통해 마치 수술실에서 수술 참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현재 이대목동병원과 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이 레지던트 훈련용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의 교육 부문에서 입소문이 나자 수의계로부터 관련 문의가 빗발쳤다. 동물복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살아있는 동물의 임상실습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카데바(Cadaver·연구목적을 위해 기증된 해부용 시체)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고무질감의 모형도 존재하긴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턱없이 부족한 실습 예산으로는 모형 구매나 유지가 어렵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수의사 온라인 교육 플랫폼 ‘베터플릭스(Veterflix)’를 내놨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동물병원이든 집이든, 언제 어디서나 수의사라면 관련 동영상을 보며 학습을 할 수 있다. 유튜브에도 동물관련 해부학 콘텐츠는 많지만 교육을 위한 콘텐츠는 아니다. 다양한 동물의 해부실습과 수술 장면 등 철저하게 교육을 위한 2D·3D 제작 동영상이다보니 수의사들이 몰렸다. 시장 진입 1년도 안돼 폭발적인 수익이 발생했다. 이미 손익분기점(BEP)은 넘어섰다.

인기는 좋았지만 매출은 미미했던 서지플릭스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김기진 대표는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카데바 실습을 경험하거나 수술 장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실제 수술 경험이 부족한 미래 수의사에게 관련 3D 콘텐츠를 제공, 교육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처럼 구독하면 3D 기반 수술 장면이 ‘와르르’

쓰리디메디비전 영상은 이렇게 제작된다. 먼저 쓰리디메디비전과 업무협약을 맺은 병원에서 회사의 3D 카메라로 수술 영상을 찍는다. 이때 카메라는 3대가 설치된다. 술자의 수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완벽한 각도의 영상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후 쓰리디메디비전에 영상을 보내면 쓰리디메디비전 측이 의료진과 소통을 거쳐 영상을 편집한 뒤 이를 베터플릭스에 올린다. 해당 영상으로 나는 수익(구독료)은 쓰리디메디비전과 영상을 촬영한 의료진이 나눠 갖는다.

베터플릭스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의사 자격증이나 수의대 학생증을 통해 수의계와 연관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반드시 증명돼야만 구독이 가능하다. 구독 시 쓰리디메디비전은 TV용 3D안경과 스마트폰용 3D 안경을 제공한다. 동물병원과 학교, 집, 지하철 등 장소 제약 없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면서 베터플릭스에는 6월 기준 2200명의 월간활성사용자(MAU)가 몰렸다. 같은 달 신규 가입자는 1600명에 달한다.

베터플릭스의 스마트폰용 3D 안경. 스마트폰에 장착만으로 3D 영상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 IT조선 DB
현재 베터플릭스에 올라오는 수의 콘텐츠는 로컬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개복과 수술 테크닉 등 간단한 수술 영상부터 정형외과 수술까지 다양하다.

김 대표는 "산과와 안과, 마취과, 치과 등 다양한 수의학 교육 콘텐츠를 올리다보니 수의 부문에서 매출이 급격하게 올라갔다"며 "병원 외에도 동물실습이 점점 줄어드는 학교에서도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쓰리디메디비전은 서울대학교와 충북대학교 등에 애플티비처럼 셋톱박스 등으로 구성된 ‘벳티비(Vet TV)’를 공급하고 있다. 매번 동물을 해부하지 않더라도 한 번의 해부 또는 수술 장면을 학생들이 학교에서 한데 모여 보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셈이다.

"韓, 수의 의료기기 시장 주도 능력 충분"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한국이 인의와 수의 의료기기 시장을 주도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의료기기 회사가 없어 인재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성장한 의료기기 회사가 의사들을 지원하면서 선순환 생태계를 만든다. 하지만 국내는 선진 의료기기 회사가 아직은 없어 인재양성에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진 수술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근간이 되는 의료기기 강자가 없고 관련 분야 인지도도 없어 아쉬운 상황이다"라며 "이미 독일과 일본 등이 의료기기 시장을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수의계에서는 이런 인재들의 능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수의계는 여전히 절대 강자가 없는 시장으로 무주공산이다"라며 "쓰리디메디비전이 의료기기 시장에서 충분히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시장이다"라고 강조했다.

3D 교육 콘텐츠와 그 제작 기기,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회사라는 주장이다. 그는 "수의계 수술교육 콘텐츠를 온라인에 저렴한 가격으로 풀어놓으면 시간과 장소 제약없이 온라인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 수 있다"며 "한국이 충분히 꾀할 수 있고 승산있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쓰리디메디비전은 올해 하반기 미국 웨스턴대학 수의대학교에 Vet TV를 공급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이를 기점으로 세계 각국 학교 등에 Vet TV를 설치하면서 미국과 일본, 중국까지 뻗어나간다는 전략이다.

김기진 쓰리디메디비전 대표가 베터플릭스 콘텐츠로 등록된 3D 수술 영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IT조선 DB
한국에서는 대학동물병원과 연계해 더 많고 다양한 외과 수술 영상을 확보하고 온·오프라인 실습 교육 기회의 장을 열어 우리나라 수의계 위상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그는 "프랑스에 있는 수의교육센터 같은 모델을 세계 각 거점마다 설치하고 3D 교육 콘텐츠를 활용한 수준높은 교육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교육 콘텐츠 사업으로 시장을 이끌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넷플릭스가 성공한 배경에는 콘텐츠의 양과 질이 있다"며 "베터플릭스도 올해 하반기 안으로 수 백개의 콘텐츠를 올려 경쟁력을 갖추는 한편 우리나라 수의계 위상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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