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나라 연 인기 비결 분석해보니

넥슨이 내놓은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나라 연(15일 출시)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을 제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2위(23일 기준)에 올랐다. 최초로 리니지2M을 꺾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바람의나라 연의 인기 비결이 궁금했다. 그간 각종 지식재산권(IP)과 발전한 기술력을 활용한 숱한 경쟁작이 나왔으나 ‘리니지 형제(M·2M)’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바람의나라 연은 모바일 플랫폼이라고 해서 함부로 원작을 간소화하지 않고 게임이 갖춰야 할 요소를 확실히 담았다. 기존 모바일 MMORPG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원작에 접근한 덕에 이용자의 호응을 얻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바람의나라 연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바람의나라 연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모바일게임 이전에 게임이다"
일부러 불친절하게 게임 설계해 커뮤니티, 바이럴 활성화 노려

2000년대 초·중반, PC 온라인게임 황금기 시절 PC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도 최근 숱하게 쏟아지는 MMORPG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 공략보다는 스펙을 갖춰서 자동사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식의 판박이 게임성을 담은 모바일게임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런 모델은 돈을 들여 별다른 어려움 없이 압축적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아재’ 코어 게이머에게는 적합하지만, ‘즐길거리’를 찾는 젊은, 캐주얼 게이머에게는 다소 단순하다거나 게임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를테면 과거 온라인게임 시절에는 숨은 퀘스트나 아이템 획득, 심지어는 캐릭터의 기본 육성 방향 등을 찾기 위해 인터넷이나 가이드북 등을 뒤지는 일이 흔했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게임에서는 오직 ‘전투력’ 스펙만 갖추면 친절하게도 모든 것을 ‘자동’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모델이 흔히 쓰인다. 이 탓에 이용자 사이에서는 모바일게임을 두고 ‘게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흔히 나왔다.

바람의나라 연은 다르다. 일부러 게임을 불친절하게 설계했다. 게임이 불친절할수록 이용자 공략 수요는 높아져 자연스럽게 입소문으로 게임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한다.


뢰진도(사진)는 원작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무기다. ‘방물장수’가 파는 물병으로 ‘소생천’의 샘물을 길어서 이를 벼락맞은 나무에게 건네고 받은 ‘벼락맞은 가지’ 아이템으로 만든다.

뢰진도를 만드는 과정은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중에는 알 수 없다. 오직 게임에 관심을 가진 이용자거나, 원작의 퀘스트를 잘 알고 있는 이용자만이 획득할 수 있는 무기다. 초보자는 뢰진도를 얻고 싶어서 스스로 공략을 찾고, 고수도 초보자를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공략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된다. 이 덕에 마치 과거 PC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두고개 지역도 마찬가지다. 예리한 방어의 반지처럼 게임 진행을 수월하게 해주는 핵심 아이템이나 ‘운의검·풍의검’ 등 희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지역이지만, 게임 내에서 별도로 이곳에 방문할 필요성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오직 스스로 공략을 찾은 이용자만이 지역을 방문해 직접 채널을 옮겨가며 최강다람쥐·무적다람쥐·용왕다람쥐 등 희귀 몬스터를 잡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던전 난이도 설정도 다른 게임과는 다르다.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게임을 풀도록 설계했다. 60~70레벨(인형굴 던전) 이후에는 몬스터가 압도적으로 강해지므로 다른 직업과 그룹을 짜서 공략해야 한다.

너무 강력한 압도적인 몬스터 앞에 좌절하고 게임에서 이탈하는 이용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바람의나라 연은 이용자가 이탈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기능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이용자는 게임 내 채팅창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그룹원 모집 공고나 문파(길드)에 관심을 보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룹 사냥, 문파에 입문할 수 있다.

수동 조작, PvP의 묘미 제대로 살려

무한장 콘텐츠 시연 영상/ 오시영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 브롤스타즈 등에 환호하는 젊은 이용자는 오직 ‘전투력’ 스펙이 승패를 가르는 기존 게임에 반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지갑전사, 과금전사’라는 비아냥이 이용자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가 있다.

바람의나라 연은 MMORPG답게 전투력을 기반으로 겨루면서도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듯 수동 조작을 활용할 때 스킬을 난사할 수 있는 등 이점을 마련했다. 레이드 등 고급 콘텐츠를 공략하려면 적의 공격을 피하고, 도토리를 부수는 등 수동으로 조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PVP 콘텐츠인 무한장’에서는 자동 전투를 아예 사용할 수 없다. 이 덕에 치열한 수싸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를테면 ‘투명’ 기술을 사용하고 접근하는 도적은 ‘타척보’ 기술로 감지해낼 수 있다. 도사가 일정 시간 자신을 무적으로 만드는 ‘금강불체’ 기술을 사용한다면 주술사는 적의 이로운 효과를 제거하는 ‘마성제마술’로 무력화하는 식이다.

또한 원작에서는 주로 부여성 동쪽에 있는 부여성 무한장을 직접 찾아 방문자끼리 겨뤘으나 바람의나라 연은 현대적인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적용해 게이머는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이용자를 만나 겨룰 수 있게 됐다.

그래픽, 구성 면에서 원작 구현에 충실한 점도 게임 인기에 한몫
아직 ‘빙산의 일각’만 공개된 상태, 앞으로가 기대된다

아이템 도트는 원작을 즐겼던 사람이 반가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게 구성했다. / 오시영 기자
아이템 도트는 원작을 즐겼던 사람이 반가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게 구성했다. / 오시영 기자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는 이미 팬층이 형성된 원작을 게임으로 만들 때 기대와 함께 우려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후속작이 어설프게 원작을 따라하면 오히려 원작이 줬던 경험을 망치게 되는 탓이다.

다행히 바람의나라 연은 원작을 충실히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바람의나라 연은 국내성, 부여성, 십이지신의 유적과 한두고개 지역을 원작과 똑같이 구현했다. 바람의나라 연의 던전 ‘곰굴’을 예로 들면 하나의 굴을 대충 새로 만들어 몬스터를 몰아넣은 것이 아니라, 1~10굴의 지형과 배치를 전부 원작과 똑같이 구현했다.

직접 도트를 찍어 새로 구성한 그래픽은 원작과 위화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세심하게 만들었다. 일부 요소는 원작보다 더 발전시켜 이용자도 쉽게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수정했다. 이를테면 특별한 보스 몬스터 ‘용왕다람쥐’는 원작에서는 그냥 검은색 다람쥐지만, 바람의나라 연에서는 커다란 왕관을 써서 용왕이라는 이름에 더 알맞게 구성했다.

바람의나라 연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게임이다. 출시 시점에 공개한 국내성, 부여성, 12지신의 유적, 한두고개는 원작 기준으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옥, 남극, 산적굴, 중국, 일본, 환상의섬, 백두산, 북방대초원 등 원작에는 있으나 아직 활용하지 않은 다른 지역과 콘텐츠가 매우 많다.

또한 개발팀이 이용자와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서 꾸준히 소통하고, 이용자 피드백을 게임에 반영하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출시 초기 이용자 사이에서 ‘주술사’, ‘도사’ 직업이 과도하게 강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제작진은 조만간 피드백을 받아들인 밸런스 조정 패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