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로봇 콘텐츠를 즐겼던 한국의 40대가 글로벌 피규어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높이 기준 100㎝가 넘는 ‘겟타로보’로 ‘한국 최초 스테츄(Statue) 제작사’로 이름을 남기겠다는 각오다.
겟타로보 스테츄를 만든 회사는 신생 기업 ‘판도라프로젝트'다. 장난감 제작·유통사 가이아코퍼레이션에서 피규어 마케팅을 맡았던 주우태 실장과 피규어 작가로 활동했던 엄대용 실장이 힘을 합해 회사를 설립했다.
엄대용 실장은 원본 그대로가 아닌 원본을 바탕으로 재해석된 피규어 조형 작품을 추구한다. 판도라프로젝트 첫 작품인 ‘겟타로보’도 엄 실장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판도라의 겟타로보는 일반 피규어보다 훨씬 큰 높이 기준 103㎝에 달한다. 피규어 업계는 특정 장면을 연출한 대형 피규어 상품을 피규어가 아닌 ‘스테츄’ 상품으로 분류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의 사이드쇼콜렉티블, 일본의 프라임원스튜디오 등이 활동하고 있다.
판도라 스테츄 ‘진 겟타로보 대 네오겟타’는 애니메이션 컬러를 적용한 것과 금속 느낌을 재현한 메탈릭 버전으로 나뉘어 판매된다. 겟타 스테츄에는 목업 기준 100개가 넘는 LED라이트가 내장됐다. LED로 작품 속 진 겟타로보의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연출하겠다는 욕망이 담겼다. 가격은 메탈릭 버전이 1999달러(239만원)다.
스테츄 작품은 2000년 공개된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 ‘진 겟타로보 대 네오 겟타로보(真ゲッターロボ対ネオゲッターロボ)에 등장하는 진 겟타로보를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애니메이션은 또 다시 지상침략을 시작한 공룡제국과 신생 겟타팀과의 혈전을 그렸다.
판도라프로젝트가 첫 작품으로 겟타로보를 지목한 까닭은 엄대용 실장이 ‘겟타로보’에 애착이 강하기 때문이다. 엄 실장은 "나 자신이 겟타로보를 좋아하고, 남들과 다른 겟타로보를 디자인할 수 있는 욕심과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주우태·엄대용 실장이 피규어 전문 기업을 설립한 배경에는 일종의 ‘집념’이 작용했다. 외국 기업에 뒤지지 않는 높은 품질의 스테츄를 한국 기업의 이름으로 세상에 알리고 싶은 욕망이다.
피규어 산업은 만화·애니 판권을 가진 국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명 지식재산권(IP)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소득수준도 높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기업과 시장이 형성됐다.
한국은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린 실력파 작가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 땅에서 설립된 피규어 회사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만큼 적고 활동 역시 드물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