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마련하고 투자 및 일자리 창출에 나선 가운데 벤처 스타트업 업계가 우려 목소리를 높인다. 정책 대부분이 자금 지원과 산업 육성에만 몰렸을 뿐 중요한 규제 혁신이나 정책 개선을 담은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28일 벤처 및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수많은 디지털 신사업이 규제에 걸려 좌초된 상황에서 자금을 앞세운 정책으로는 한계란 지적이다. 촘촘한 올가미 규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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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판 뉴딜 한 축인 ‘디지털 뉴딜’ 세부 계획을 발표하며 규제 개혁과 관련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규제 개혁이나 법 제도 문제는 앞으로 계속 풀어나가야 할 상황이다"라며 "지금 당장 어떤 규제를 풀겠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실토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할 갈등에 대해서도 "결국은 사회적 합의를 끈질기고 끈기 있게 서로 노력해 나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좀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이번 한국판 뉴딜 정책과 관련해 "규제가 해소되지 않아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정부가 강조한 투자 등 지원책은 내수 시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글로벌 시대에 맞는 정책으로서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다음 달 첫 규제혁신 사례로 ‘가상·증강현실(VR·AR)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우려가 제기됐다. 혁신 방향을 근본 개혁이 아닌 특정 분야에 한정했기 때문이다. ‘타다’처럼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분야의 논의가 빠진 점도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유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새로운 산업이 계속 등장하지만 기존 법과 시행령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며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활용, 개인정보보호, 인프라 규제 등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 사업 실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실질적으로 규제 폐지·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회에서는 새로운 규제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규제 완화와 사회적 합의를 동시에 이룰 방안으로 규제 샌드박스 확대를 제안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제품, 신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기업은 부가 조건을 지키고 사후 관리를 받아야 한다. 정 실장은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면 자율적인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갈등 요인 관리가 가능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선제적인 규제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업계가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규제혁신을 선언한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인 만큼 이를 계기로 논의를 확장하고 정책 실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타다 등 공유경제처럼 민감한 부분이 빠져 사회적 대통합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접근은 아쉽다"면서도 "규제 개혁 범위나 깊이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업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