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뉴노멀시대 대체투자 '아트펀드'의 가능성

  •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박지혜 박사과정
    입력 2020.07.29 09:27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전통 자산만을 가지고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뉴 노멀 시대,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익률을 높이려 대체투자자산을 찾는다.

    예술품은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효과 가능성이 크다. 대체투자자산의 조건도 만족해 이상적인 대체투자처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에서 매년 200개쯤의 아트펀드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집계된다. 개인이 예술품 한두개를 사서 투자하는 것보다 아트펀드처럼 집단투자를 해야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분산투자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아트펀드는 대부분 ‘장기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목표로 한다.

    세계 첫 아트펀드는 1904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졌다. ‘Andre Level’이라는 예술품 수집가가 13명의 투자자를 모집해 ‘LaPeau de I’Ours(The Bearskin, 곰 가죽 모임)’이라는 펀드에 총 2만7500프랑을 출자했다. 투자기간 10년간 예술품을 총 145점 샀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폴 고갱(Paul Gauguin), 헨리 마티스(Henri Matisse),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등의 작품도 샀다.

    이 펀드가 유명 작가의 예술품만 산 것은 아니다. 헨리 마티스(Henri Matisse)가 작품을 팔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 펀드를 조성했다는 기록도 있다. 곰 가죽 모임의 수익률은 연 3.5%로 추산된다. 예상 수익률 이상의 추가 수익은 투자자 60%, 작가가 20%, Level이 20% 비율로 나눠 가졌다.

    대표적인 아트 펀드 성공 사례는 ‘British Rail Pension Fund(BRPF)’다. BRPF는 연간 5% 성장 목표를 가진 펀드였지만, 당시 석유파동을 비롯하여 급격한 불황과 저성장으로 인플레이션 대비 초과수익률이 극단적으로 낮았다. 1974년 BRPF는 자신들이 운용하는 연금 투자 포트폴리오에 예술품을 포함시켜 ‘분산효과를 통한 수익률 향상’을 추구했다.

    BRPF가 1974년부터 1980년까지 산 예술품은 2400점쯤이다. 여기에 4000만 파운드, 지금 시세로 9200억원을 투자했다. 예술품 최초 매수시점부터 최종 매각시점까지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연 평균 수익률은 9%쯤을 기록했다.

    BRPF의 운용방식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술품 투자 시 명확한 투자목표와 범주를 설정하고 업무 영역을 명확하게 해 투자자가 원하는 수익률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국에서도 아트 펀드 수요가 생겨 지금까지 20개쯤의 펀드가 만들어졌다. 가장 최근 있었던 아트펀드로는 ‘W아트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가 있었다. 2017년 2월 28일 출시해 2020년 만기된 상품이다. 서울옥션의 자문을 받아 더블유자산운용사에서 운용했다.

    해외 작가의 작품 60%, 한국 작가의 작품 40% 비중으로 피카소, 김환기 등의 작품 30여점을 산 것으로 알려진다. 2018년 기준 설정액은 353억원에 달하며 한국내외 고가 예술품에 투자한 뒤 시세차익에 따른 수익창출을 기대한다. 하지만, 만기일이 지난 지금 최종 수익률이 공개되지 않아 이 아트펀드의 성공 여부는 알 수 없다.

    오래 전부터 예술품 투자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항상 있었다. 하지만, 예술품의 미적인 측면 외에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최근이다. 한국의 아트펀드는 숱한 실패 사례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금융권은 아트펀드의 성공 사례가 전무하다는 이유로 ‘잘 모르는 영역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성공적인 아트펀드 사례가 나오면, 이후 생길 아트펀드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아트펀드, 수익을 거둘 아트펀드를 만들려면 전문 리서치와 분석을 바탕으로 ‘재무학적으로 기본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