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테슬라, 韓 배터리 쥐락펴락

입력 2020.07.30 06:00

‘테슬라, 한국 배터리 공공의 적 되나?’

차세대 확실한 먹거리 한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돌연변이’ 테슬라의 영역확장으로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최근 배터리업계는 ‘K배터리 동맹’으로 불린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각 그룹 총수의 연쇄 회동을 계기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LG화학, 4위 삼성SDI, 7위 SK이노베이션의 협력이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 생산 계획이 윤곽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LG화학을 포함해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테슬라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향후 가장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배터리 동맹’도 예외는 아니다.

테슬라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전경/ 테슬라
테슬라 獨 공장서 자체 배터리 생산 ‘윤곽’…기존 배터리업계와 정면충돌

최근 독일 브란덴부르크 경제부는 테슬라가 독일 베를린에 건설 중인 ‘기가팩토리4’에서 배터리 셀 생산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의 배터리 자체 생산 상황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테슬라가 2019년 인수한 미 배터리업체 맥스웰과 하이바를 통해 독일에서 자체 배터리 셀을 생산할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는 2월에도 미 프리몬트 공장에 배터리 셀 생산을 위한 시험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것이 알려진 후 배터리 업계의 관심을 샀다. 테슬라 관련 구체적인 배터리 조달 계획은 9월 15일로 예정된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밝혀진다.

테슬라의 배터리 생산 현실화는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과 정면으로 겨루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당장은 배터리 분야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 업계가 받을 영향이 미미할 수 있지만, 미래 전망을 할 때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 생산은 배터리 제조사에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는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 K배터리가 이끌어 온 글로벌 배터리 생태계가 향후에는 수요자이자 공급자인 테슬라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는 중국 CATL과 손잡고 ‘100만마일 배터리(반영구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 배터리는 저렴한 가격에 100만마일(160만㎞)을 달려도 될 만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이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테슬라 전기차 가격을 휘발유차 수준 이하로 낮출 수 있다. 테슬라가 미래 배터리 개발을 위해 경쟁사인 CATL과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K배터리 업계가 체감하는 위협이 상당하다.

K배터리 생존법은 ‘전고체 전지’ 개발 등 기술 진보…현대차 분전도 절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제조사가 부품 업체보다 ‘우위’에 있는 만큼 K배터리 3사 간 연결고리인 전고체 전지 개발 등 기술 진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전고체 전지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해 만든 배터리다. 기존 리튬-이온전지과 달리 대용량 배터리로 만들 수 있고, 안전성도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3월 1회 한번 충전으로 800㎞를 주행하고 1000회 이상 재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 전지 관련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K배터리 동맹이 힘을 받으려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현대·기아차의 분전도 필요하다. 테슬라의 공급선 다변화와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 발표 후 테슬라 의존도가 높은 파나소닉이 도요타 자동차에 기댄 것과 비슷한 이치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총 44종의 전동화 차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물량 공세로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통해 값싸고 품질 좋은 배터리를 만들려고 발빠르게 움직이는데, 이는 기존 배터리 업체의 입장을 불편하게 한다"며 "비() 테슬라 진영 업체는 더이상 기술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확고히 해야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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