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훈 SK텔레콤 AI커뮤니케이션 유닛장 인터뷰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폭증했는데, 이것이 SK텔레콤의 ‘T그룹통화’ 주가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박정호 사장이 주관하는 임원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T그룹통화가 활용되며 더욱 이목을 끈다. 방장(통화 무제한 요금제 사용 중인 SK텔레콤 고객)을 제외하고는 앱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며, 타 이통사 고객도 별도 과금없이 통화에 참여할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환경과 낮은 진입장벽으로 이용률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최재훈 SK텔레콤 AI커뮤니케이션 유닛장은 요즘 일할 맛이 난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T타워에서 IT조선과 만난 최 유닛장은 언론과의 인터뷰가 처음이라며 걱정했다고 말했지만, 인터뷰 내내 여유있는 모습과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최재훈 SK텔레콤 AI커뮤니케이션 유닛장/ 류은주 기자
최재훈 SK텔레콤 AI커뮤니케이션 유닛장/ 류은주 기자
그는 "사실 2013년 ‘T그룹통화'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주목받으리라 상상하지 못했다"며 "당시에는 100명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는데, 실제로 ‘누가 100명과 동시에 통화를 하겠어'라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코로나19로 주목받는 비대면 서비스가 되다보니, 광고비도 지원받는 등 7년 만에 호사(?)를 누리고 있다"며 "사장님께서도 ‘T그룹통화' 서비스를 좋아하시고, 주변에 자랑도 많이 해주신다"고 덧붙였다.

‘T그룹통화’ 이용률 30% 상승

박정호 사장은 벌써 6차례 ‘T그룹통화'로 임원회의를 진행했다. SK텔레콤은 코로나19로 선택적 재택근무 체제를 이어가는 만큼 직원들도 점점 ‘T그룹통화'를 사용하는 문화에 젖어든다. 그룹통화 에티켓도 만들어 공유했다. 30명이상 그룹통화할 때 ‘내소리차단', 통화중 대기 시 나오는 음악 소리가 안들리도록 설정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다. 통화중 대기음은 아예 무음으로 개선하는 기능 개발도 추진 중이다.

최 유닛장은 "우리 부서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 미팅에서도 T그룹전화를 활용하는 콘퍼런스콜 문화가 내부적으로 정착되고 있다"며 "상대방이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같은 통신사가 아니더라도 그룹통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은 ‘T그룹통화'의 가장 큰 매력이자 경쟁력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T그룹통화' 앱 리뷰에는 ‘KT나 LG유플러스 타사 고객들이 남긴 문의나 피드백도 많다. 코로나19로 이용률도 많이 늘었다.

최 유닛장은 "2019년 12월 말 기준 일간순이용자(DAU)는 5만5000명쯤이었지만, 지난 5월 한달 기준으로 7만1000명으로 30%쯤 늘었고, 최대 9만3000까지 찍었다"며 "생성되는 방 개수도 1만3000개에서 1만7000개로 늘었으며, 최대 2만3000개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T그룹통화 앱 다운로드 수는 원스토어 기준 60만을 넘어섰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 스토어 포함 시 100만을 훌쩔 넘길 것으로 추산한다.

‘새벽기도를 T그룹통화로’ 늘어나는 피드백에 뿌듯

그룹 최고경영자의 지지도 최 유닛장을 웃게하지만, 지인과 고객들이 들려주는 피드백이 그를 더욱 들뜨게 한다.

최재훈 SK텔레콤 AI커뮤니케이션 유닛장/ 류은주 기자
최재훈 SK텔레콤 AI커뮤니케이션 유닛장/ 류은주 기자
최 유닛장은 "고객의소리(VOC)를 챙기다가 코로나19로 교회에 못 나가는 성도들이 새벽기도를 ‘T그룹통화'로 한다는 후기가 인상적이었다"며 "심야에 일하는 화물차 운전기사분들이 ‘T그룹통화’를 연결해 수다를 떨며 졸음운전을 방지한다는 글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 직원들이 썼을 때보다, 지인이나 타 고객들이 서비스를 만족해하는 얘기를 듣거나 글을 봤을 때 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T그룹통화는 진화 중

‘T그룹통화' 서비스는 박정호 사장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업그레이드 준비에 돌입했다. 서버 용량도 늘린다.

최 유닛장은 "몇년 전만해도 이 정도 용량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최근 이용자가 늘어나다 보니 혹시라도 서비스에 차질이 생길까봐 서버 용량 증설을 추진 중이다"며 "코로나19로 늘어난 관심 덕분에 비용이 많이 드는 시스템 용량 증설도 쉽게 승인받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직 최대인원 100명을 채워 그룹통화를 하는 사례는 많지않다. T그룹통화 이용 고객 중 80%가 T전화 내 ‘그룹통화’ 기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T전화 앱에서는 그룹통화 인원이 30명까지만 가능하다. ‘T그룹통화' 앱으로 이용할 때만 100명까지 가능하다. 이용자 편의 증대를 위해 T전화에서도 100명까지 통화인원을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서비스 접근성이 좋은 카카오톡의 보이스톡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최 유닛장은 "고객이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경험(UX)를 배우고자 노력 중이다"며 "카카오톡 보이스톡도 UX에서 배울 점이 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고 말했다.

이어 "ICT 패밀리사 임원회의 인터뷰 때 200명이 넘는 임원들을 100명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며 "300명까지 최대 통화 인원을 늘리는 것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기 때문에 우선은 이용자들의 사용성을 개선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내주 시범서비스 중인 그룹영상통화 서비스를 본격 상용화한다. T그룹통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K-언택트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최 유닛장은 "그룹영상통화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기반이지만 ‘바로' 로밍서비스처럼 이동전화 서비스인 ‘T전화’와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B2B솔루션으로 같이 제공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국내에서 명확한 레퍼런스 쌓은 후 해외 시장도 노려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