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의 e스포츠 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 유럽 챔피언십(LEC)’과 사우디아라비아 첨단 도시 ‘네옴(Neom)’의 협업 소식이 나오자 회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네옴은 사우디 왕자 무하마드 빈 살만이 주축이 되어 5000억달러(596조원)를 들여 서울의 44배 넓이로 건설하는 도시다.

게임 매체 폴리곤은 네옴 시가 LEC 서머 시즌 주력 파트너로 참여할 것을 서명할 예정이라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라이엇게임즈는 네옴과의 협업이 LEC 무대의 미래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물론 e스포츠 업계에서는 실망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첨단도시 네옴 상상도 / 네옴 홈페이지
첨단도시 네옴 상상도 / 네옴 홈페이지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LEC는 협업을 발표하기 앞서 유럽 성소수자를 기리는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를 축하한다고 발표했다. 협업을 발표하던 시기에도 LEC는 성소수자를 기리는 이미지를 트위터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 성소수자 인권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로 분류된다.

또한 네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빈 살만 왕자는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배후로 지목받는 인물이다. 가디언 5월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도시 건설을 위해 호웨이탓 부족원 최소 2만명을 퇴거 위기로 몰기도 했다.

마크 예터 리그 오브 레전드 수석 게임 플레이 디자이너는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나는 이 파트너십을 개인적으로 지지할 수도 없고 지지하지도 않는다"며 "스폰서는 e스포츠 번영을 위해서는 필수적이지만, 인간의 삶과 자유를 희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해설자 인디아나 블랙, 캐스터 대니얼 드라코스와 트레버 ‘퀵샷’ 헨리 등 리그 관계자 다수도 이번 협업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