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식 정부 정책…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 없어, 사회는 '질식'해”

입력 2020.07.31 06:00

<포스트 코로나를 말한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정부 정책 개발해 내놓으면 효과 있다고 ‘착각’
동물원 사육사에서 생태계 관리자로 바뀌어야
기업도 언택트 시대에 맞게 튜닝해야
단순 성공사례 벤치마킹은 ‘100전 100패’

"정부는 여전히 40~50년전 개발시대 사고 방식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기준을 세워 지원하면 그대로 개발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경제 도약 해법을 찾기 위해 만난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이 정부 정책에 강하게 일갈했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 노창호
급변하는 시대 정부 역할 변화를 역설했다. ‘동물원 사육사’에서 ‘생태계 관리자’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배경으로 정부의 한계를 꼽았다.

"기업은 시장이라는 생태계안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의 역동성을 그대로 느끼고 발빠르게 적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세금을 받아서 쓰기 때문에 자신의 세계에 매몰될 위험성이 높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급변기에 정부는 시대 변화 추격이 힘들다는 것이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데 집중해 달라는 요청이다.

"숲을 조성한다면 정부가 굳이 나무를 심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공간을 만들어주면 기업이 숲이라는 생태계를 만들고 성장시킵니다. 지금 우리 산업계는 그런 수준에 와 있습니다."

김 부회장은 이어 "정부는 아날로그 시대 갑과 을, 강자와 약자라는 단순 도식으로 디지털 생태계를 재단해 좁은 틀에 가두려 한다"며 "일례로 공정을 명분으로 사업자의 스타트업 인수 제한은 창업자 자금 회수 걸림돌이 되고, 정부의 의도와 달리 젊은 세대 창업 의욕 저하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정부 정책을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변주곡’이라고 표현하며 "시장의 역동적인 질서를 부인하고 자발적 당사자를 선악의 잣대로 구분해 규제의 울타리에 가둬 통제한다는 발상은 혼란만 가중시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과 같은 격변기에 정부 규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나마 자생적으로 진화하는 미래산업의 뿌리가 뽑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계에도 냉철한 판단과 변화를 주문했다. 언택트 대처 과정에서 단순 성공사례 벤치마킹 위험성을 특히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꺼낸 단어가 ‘딥택트’다. 굴뚝기업·오프라인 기업이 언택트 시대에 맞게 기존 경쟁력을 활용한 변신 전략이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 노창호
김 부회장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사업을 재해석해야 한다"며 "기업은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술 맹신도 경고했다. 언택트 시대에 맞는 기술 도입이 중요하지만 기술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했다가는 오히려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위 ‘죽도 밥도 안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 회사가 보유한 경쟁력을 살리지 못한채 신생 기업의 후발주자로 전락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단순 벤치마킹은 100전 100패"라며 "성공한 기업 모델을 참고만 하고 이를 기업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성공 딥택트 사례로 ‘월마트’와 ‘도미노피자’를 들었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의 급성장으로 미국 유통채인 월마트는 위기를 맞았지만 기존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2시간 배송, 직원 퇴근 길 배송 등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해 위기를 돌파했다.

도미노피자 역시 디지털시대 변화에 맞춰 모든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2008년 3달러선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지금 400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기업 체질을 시대 변화에 맞춰 바꾼 결과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시 과거로 회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게 봤다. 이유로 ‘강요된 경험’을 들었다. 서서히 진행될 변화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셧다운(폐쇄) 등으로 모두가 불가피한 경험을 겪었고 여기에서 새로운 미래를 일찍 보게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일단락되도 엄청난 속도의 시장재편이 이뤄질 것입니다. 영역을 불문하고 시장 주도권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역량을 함께 갖춘 회사로 넘어갈 것입니다. 충격 이후 시장 개편이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은 더 빠르게 준비해야 합니다."

정부·기업 모두 새로운 변화한 사회에 맞게 철저히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코로나19라는 충격은 행동을 바꾸고 소비자의 생각을 바꾼다. 말 그대로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누구에게서 해법을 찾을 게 아니라 각자가 지금 상황에서 최선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준배 기자 j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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