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포커스] AP통신과 소니 간 파트너십 체결의 세가지 의미

입력 2020.07.31 06:00

금요일마다 디지털 카메라·캠코더·렌즈·스마트폰 카메라 등 광학 업계 이슈를 집중 분석합니다. [편집자주]

‘AP통신(Associated Press)’을 아시나요? 1846년 설립된 미국 최대의 뉴스 조직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영상 미디어입니다. 세계 100개 나라 250곳에서 AP통신 기자들이 활약하며 하루에 보도 사진 3000장, 보도 영상 200개를 남깁니다.

AP통신은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포함해 인류의 역사 속 수많은 순간을 담았습니다.

AP통신이 소니 디지털 촬영 장비를 쓴다. / 차주경 기자
23일(현지시각) AP통신이 놀라운 소식을 전합니다. 소니 알파 시리즈 35㎜ 미러리스 카메라와 교환식 렌즈, FS 시리즈 비디오 카메라를 촬영 장비로 쓴다고 합니다.

AP통신과 소니의 파트너십 체결은 ▲캐논과 니콘 중심 2파전 양상이던 보도사진 시장에 소니가 참가 ▲SLR 카메라 시대 저물고 미러리스 카메라 시대 도래 ▲사진 이어 영상 눈여겨보는 보도사진업계 등 크게 세가지 큰 의미가 있습니다.

2013년 등장한 소니 35㎜ 미러리스 카메라, 수십년 역사 SLR 카메라와 어깨 나란히

보도사진 촬영장비라고 하면 으레 ‘캐논과 니콘 SLR 카메라’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여기 소니가 들어가 3파전 양상을 만들게 됐습니다. 캐논은 1935년, 니콘은 1917년부터 필름 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 RF(Range Finder)에서 SLR(Single Lens Reflex)로의 카메라 변환기에 잘 대응한 이들은 보도사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소니는 1981년 필름이 아닌 디지털 카메라를 앞세워 시장에 참가합니다. 2006년 미놀타 인수 후 SLT(Single Lens Translucent)를 비롯한 시험작을 여럿 만든 끝에 2013년 35㎜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놓습니다. AP통신이 쓸 제품이 이 35㎜ 미러리스 카메라입니다. 불과 7년만에 수십년간 시장을 지배한 SLR 카메라와 어깨를 나란히 한 셈입니다.

사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성능은 이미 SLR 카메라를 뛰어넘었습니다. 미러(카메라 내부 거울) 때문에 생기는 각종 문제를 해결한 덕분입니다. 이번 파트너십은 SLR 카메라 시대가 저물고 미러리스 카메라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AP통신 기자들이 쓰게 될 35㎜ 미러리스 카메라 소니 a9 II /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는 블랙아웃(연속촬영 시 미러가 뷰 파인더를 가리는 현상)이 없습니다. 미러가 없으니 연속촬영 속도도 빠릅니다. SLR 카메라가 1초에 사진 10장 남짓을 찍을 때, 미러리스 카메라는 1초에 사진 20장을 찍습니다. 게다가 연속촬영할 때 소리도 안납니다. 조용하게 촬영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SLR 카메라는 자동초점 모듈의 동작 범위 안, 사진의 일부 영역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지만, 미러리스 카메라는 사실상 사진의 모든 영역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초점 검출 기술도 SLR 카메라는 한두개(위상차와 적외선 등)를 쓰지만, 미러리스 카메라는 여러개(SLR + 콘트라스트)를 씁니다. 미러가 없으니 본체 부피도 작고, 그러다보니 동영상을 찍을 때도 더 편리합니다.

AP통신 "사진과 영상 협업하면 특별하고 새로운 기회 만들 수 있다"

AP통신은 소니 35㎜ 미러리스 카메라가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J.데이비드 에이크 AP통신 사진 담당 이사는 광학 기기 전문 매체 디피리뷰와의 인터뷰에서 "AP통신 사진가들은 소니 장비의 작동 방식과 느낌, 성능과 사진 화질에 아주 만족했다. 특히 조용하게 촬영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무음 촬영을 좋아했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그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쓰면 보도사진가와 보도영상 촬영자가 긴밀하게 협업해 특별한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AP통신은 이제 인류의 역사적 순간을 사진뿐 아니라, 사진에 소리를 입힌 동영상으로도 담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AP통신은 보도사진용 미러리스 카메라 소니 a9 II 외에 소니 동영상 촬영 카메라를 6종 쓴다고 밝혔습니다.

AP통신은 소니 사진·영상 촬영 장비뿐 아니라 ‘5G 엑스페리아 스마트폰’도 쓴다고 합니다. 촬영 장비의 부화면(서브 모니터)으로, 여차하면 사진 전송이나 SNS 업로드용 5G 통신장비로도 쓰기 위해서입니다.

‘소니가 AP통신에 거액의 광고비를 주고 장비를 써달라고 부탁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이는 되려 소니 장비의 성능을 AP통신이 인정한 결과로 해석해야 합니다. 찰나의 순간도 놓쳐서는 안되는 사진기자들이 광고비를 받고 ‘신뢰성 떨어지고 사진·영상 화질도 나쁜 장비’를 쓸까요? 그 반대입니다.

소니는 AP통신과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을 사뭇 덤덤하게 발표했습니다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을 듯합니다. 광학 시장에 수차례 변혁을 가져온 소니, 다음에는 어떤 기술과 제품을 선보일지 기대됩니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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