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와 ‘대륙의 실수' 그리고 ‘중국산’이라는 말은 중국 IT기업 샤오미의 이름 앞에 흔히 달라붙는 수식어들이다. 한국테크놀로지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샤오미의 교두보 역할을 맡았는데, 이 회사는 최근 ‘중국산 스마트폰'의 이미지 개선을 예고하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현재 사용 중인 ‘5G 스마트폰 미10라이트'와 집무실에 있는 ‘샤오미 무선 선풍기’를 직접 꺼내보이며 설명하는 등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중국 최대 TV업체 스카이워스 자회사에서 사장을 역임한 중국통이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컸다"며 "지금도 물론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공기청정기와 미밴드 등 히트제품이 생겨나면서 브랜드 빌드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해외 제품인 만큼 서비스 개선의 숙제가 있다. 샤오미 스마트폰은 그동안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고, AS 가능한 곳은 23곳 밖에 없었다. 판매 접근성과 사후 서비스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지한 시장의 파이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도 극복해야 한다.
이 대표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만한 서비스와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샤오미 제품에 대한 신뢰를 쌓고, 삼성전자와의 직접 충돌을 피하는 등 상생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샤오미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삼성전자와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성비 좋은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후 소비자에게 제품 선택의 권리를 넓혀주기 위한 것이다"며 "삼성 등 대기업은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샤오미는 대신 중저가 시장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A/S 관련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전 기종 2년 무상 A/S에 이어 ‘5G 스마트폰 미10 라이트’를 구매한 KT 고객은 전국 250개 KT 직영매장에서 불량 진단과 불량 확인서 발급, 택배 접수 서비스 등 8월 내 시작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며, 기존 SK네트웍스서비스와의 샤오미 공식 A/S지점 32곳을 통한 서비스와 GS25, CU 등 편의점을 활용한 A/S 택배 신청 서비스도 지속 제공한다.
쉽지 않은 진입장벽
하지만 소비자의 접근성 향상은 한국테크놀로지 앞에 놓여진 풀어야 할 숙제다. 온라인 판매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오프라인 판매를 위한 거점 마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오프라인 판매와 관련한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대표는 이통3사 오프라인 매장이 샤오미 스마트폰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단히 뛰어다닌다. 중국 제조사가 만든 스마트폰을 이통사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려는 첫 시도를 하는 셈이다.
그는 "보다 많은 고객들이 직접 제품을 살펴보고, 체험을 하며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며 "오프라인 판매에 사용할 POP 광고 등 준비는 다 돼 있는 상황이며, 일정을 확정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통3사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LG유플러스가 샤오미 폰 판매를 시작할 경우 LG전자의 경쟁사 제품을 팔아주는 셈이 되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이 대표가 거듭 ‘상생'이란 단어를 강조한 것은 LG유플러스가 가질 수 있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심 끝에 나온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시장의 파이를 뺏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샤오미 제품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 한다"며 "올해 스마트폰 30만대 판매를 목표로 내 건 것은 전체 라인업을 포함한 내용이고, 샤오미의 한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현재 1%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통신망이 연동되는지 여러차례 확인해야 기술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정말 힘들었고 수백명의 인력을 투입했다"며 "5G 미10 라이트 스마트폰을 팔기 위해 통신사 인증을 받는 데만 6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사용자경험(UX)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이 대표는 "키보드 자판이나 앱 등 한국산 스마트폰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샤오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작업을 했다"며 "비록 삼성페이는 안 되지만 ‘티머니'와 ‘패스앱' 등이 가능하게 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고 덧붙였다.
샤오미는 중저가 가전 시장 공략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서민들도 접근할 수 있는 중저가 시장에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했으면 한다"며 "지금은 16종(스마트폰 포함)의 제품을 판매하는 중이지만 조만간 70종까지 제품 수를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제품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알고 있지만, 이번 출시한 스마트폰만 해도 부품의 70%는 미국산이며, 메인 부품은 한국 제조사가 만든 제품이다"며 "하반기에는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샤오미 제품을 알리고, 좀 더 편하게 샤오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홈쇼핑과 렌털을 통한 가전제품 판매방식도 내부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제품의 단가가 낮다보니 홈쇼핑이나 렌털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이 어렵다"며 "하지만 대량구매 수요도 있고, 유통 채널을 늘리기 위한 돌파구를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