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다. 분위기가 영 안 산다.

‘3차 추경’ 얘기다.
지난달 3일 35조원이 확정됐다.

3차는 48년만이다.
규모는 전례가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말했다.
"국가(정부)가 최후 보루로서 역할을 해주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럴까?
시장은 다르다. 기대감이 안 보인다. 왜 일까.
실망감이 겹겹이 쌓였다.

"말해 봐야 제 입만 아픕니다. 정부는 바뀌지 않습니다. ‘너(기업)는 짖어라. 나(정부)는 가겠다’란 자세입니다."

정부 정책 수준을 ‘아날로그’라고 얘기했다가 성이 덜 풀렸는지 ‘석기시대’라고 말한 업계 한 임원 말이다.

규제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규제만 풀고 놔두면 잘합니다. 증거는 많습니다. 그런데 정부 고집이 너무 셉니다. 쇄국정책 수준입니다."
학생 팬이 많은 교수 말이다.

가장 큰 걱정은 미래 세대다.
희망이 없다. 하려고 하면 짓밟힌다. ‘창의’ ‘혁신’ ‘아이디어’를 강조하면서 정작 잣대를 조금만 벗어나면 뭐라고 한다.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맘껏 꾸며봐. 하지만 상투는 절대 풀지마’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척’만 한다.

우리 미래는 뭘 생각할까.
뻔하다. 분노다. ‘희망이 없다’는 메시지가 계속 들어와서다. 반복되니 꿈을 가질 수 없다.

K팝·K웹툰, 최근 ‘K’ 성공사례가 연이어 터졌다.
‘정말 우리가 이 수준까지 올라왔나’ 싶다. 35조원 추경과 아무 관계 없이 이뤄냈다. 35조원이 들어가면 더 많이 나올까. 아니라고 본다.
규제를 풀지 않는 전제에서 말이다.

눈치 보면 안된다. 과감해져야 한다. 풀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

과거 우리는 중국의 ‘꽌시(관계)’를 비꼬았다. 꽌시가 없으면 중국에서 사업이 안됐다.
지금은 우리가 그렇다. 여기저기서 ‘관계’에 막힌다.

리더들이 입을 닫는다. 그냥 포기한다. 과정에 막혀서다. 아예 처음부터 막혔으면 모른다. 가다가 막히니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할까.

1990년대 중반 해외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목격했다. 모 스포츠 브랜드 슬로건 ‘Just do it(그냥 해봐)’ 여파로 각계에서 다양한 시도가 펼쳐졌다. 사람들은 놀이하듯이 ‘Just do it’을 외쳤다. 모르지만 거기에서 창의와 혁신이 꽃 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Don’t do it(하지마)’이다. 이 상황에서 35조원이 풀린다. 어떻게 쓰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김준배 취재본부장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