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도 온도차, 넷플릭스가 KT에 파격 제안한 이유

입력 2020.07.31 11:20 | 수정 2020.07.31 11:25

넷플릭스가 KT와 제휴를 추진한다. 이미 LG유플러스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KT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기존과 다른 내용을 계약서에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국내 유료방송 1위 사업자라는 점도 계약서 변경의 이유 중 하나이지만, 망 이용 대가 등이 계약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짱을 부리던 과거의 넷플릭스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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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통신 방송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르면 8월부터 IPTV 서비스 ‘올레tv’ 셋톱박스에 ‘넷플릭스' 서비스를 탑재한다. KT가 넷플릭스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계약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앞서 독점 계약을 체결한 LG유플러스에 별도의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 가입자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를 나눠 가졌는데, 올레tv에서 발생하는 매출에 대한 배분율은 KT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넷플릭스와 KT 측은 기밀유지협약 영향으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KT가 유리한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KT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과, 현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진 상황 등을 꼽는다.

KT는 유료방송 시장 1위 사업자다. 2019년 말 기준 시장 점유율은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이 31.52%로 가장 높고, LG유플러스 계열(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은 24.91%, 티브로드를 합병한 SK브로드밴드는 24.17%다.

KT스카이라이프를 제외한 IPTV 가입자 수는 737만명으로 LG유플러스(436만명)보다 69% 더 많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수익을 끌어 올 수 있는 가입자 수가 그만큼 더 늘어나는 셈이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KT 가입자가 LG유플러스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에 협상에서 우위에 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며 "SK브로드밴드와 소송 중이란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4월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며 법원에 확인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중인 상대와 계약을 맺기는 어렵다.

최근 북미 시장에서 성장 정체를 겪는 넷플릭스는 해외 시장에 주력 중이다. 한국도 그 중 한 국가다. 새로운 경쟁 사업자가 국내 시장에 자리잡기 전 미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면 KT와의 협력이 필요했다. JTBC와 티빙으로 구성된 합작법인이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하고, 디즈니플러스나 HBO맥스 등 후발 OTT 사업자도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린다. 넷플릭스의 입지 자체가 좁아질 수 있는 셈이다.

미디어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원래 해외 시장에 진출할때 2,3위 사업자와 손을 잡아서 어느정도 기반을 다지고, 이후 제휴를 늘려나가는 방식을 취한다"며 "티빙, 디즈니 등 새로운 사업자들에 주도권을 뺏기기 전에 국내 시장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KT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후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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