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소품으로, 때로는 양념으로. 최신 및 흥행 영화에 등장한 ICT와 배경 지식, 녹아 있는 메시지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1996) : ★★★(6/10)

줄거리 : 이제 막 달에 발을 딛은 인류, 그 앞에 550㎞ 크기 초대형 전함과 함께 외계인이 나타난다. 지구를 손에 넣으러 온 외계인은 지구 주요 도시를 폭격하고, 인류는 멸망 위기에 빠진다. 최첨단 전투기도, 회심의 핵폭탄 공격도 외계인의 무적 방어막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스티븐 힐러 미국 해병대 대위는 외계인 전투기를 격추하고 조종사 외계인을 생포한다. 그러다 우연히 외계인의 무적 방어막을 해제할 방법을 찾아낸다. 고도의 기술로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고, 이를 외계인의 장비에 심어 무력화하는 것이다.

인류는 최후의 반격을 준비한다. 이를 간파한 외계인도 대규모 공습을 준비하는데……

"지구에 잘 왔다. 제길 이게 바로 미지와의 만남이지."

스마트폰, 노트북과 PC 등 우리가 즐겨 쓰는 정보통신기기에는 수많은 개인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주소와 전화번호, 금융 정보와 공인인증서, 웹 사이트 로그인 정보 등 민감한 정보들이 악성코드 감염, 해킹 때문에 새어나간다면 정말 큰일이지요.

그래서 이를 막을 방어막, 백신이나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설마 내가 이런 피해를 당할까라는 안이한 생각은 금물입니다. 악성코드 감염과 해킹 수단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검색 한번만 잘못 해도, 메일 하나만 잘못 열어도 악성코드와 해킹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인디펜던스데이 포스터 / 20세기폭스코리아
인디펜던스데이 포스터 / 20세기폭스코리아
199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개념이 막 자리 잡던 시기에도 보안은 아주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당시 악성코드와 해킹만큼 큰 피해를 입힌 것은 ‘컴퓨터 바이러스’였습니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성능, 용량, 용도 등 모든 것이 뒤떨어지던 초창기 PC 시장, 단순한 코드 몇줄로 만들어진 컴퓨터 바이러스가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했냐고요? 아는 분은 알겠지만, 컴퓨터 바이러스는 예상보다 큰 피해를 낳았습니다. 얼마나 큰 피해냐고요?

비록 재미를 위해 큰 허구를 넣었다고 하지만, 1996년 SF영화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1996)’를 보면 컴퓨터 바이러스의 위력을 대강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안녕? 아가들아, 내가 오셨다아아아아아!"

외계인의 지구 침공은 SF영화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쓰는 설정입니다. 외계인은 대개 인류보다 신체 조건도, 기술도 우월합니다. 인류는 수많은 고난을 겪지만, 불굴의 의지로 단합해 결국 외계인을 물리칩니다.

이 영화의 설정이 재미있는 이유는, 외계인과 인류의 전력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 이상이라는 점입니다. 외계인의 전함 크기는 무려 550㎞, 대한민국을 전부 덮을 수 있을 만큼 큽니다. 인류가 가진 최흉, 최강의 무기 핵폭탄도 무적 방어막 기술을 가진 외계인에게는 그저 콩알탄입니다.

이 강대한 외계인을 물리치는 것이 ‘컴퓨터 바이러스’라니. 황당하지만, 그럴싸하고 납득할 만 합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악성코드와 해킹은 PC의 성능이나 사용자를 가리지 않고 침투합니다. 비싸고 좋은, 제아무리 첨단 PC라도 이를 막을 수 없습니다. 일단 침투하면 큰 피해를 낳습니다. 해결은 어려우니 가장 좋은 것은 예방입니다.

이 영화에는 또 하나, 재미있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외계인의 우주선이 지구로 내려올때, 지구 궤도를 돌던 인공위성이 파손됩니다. 그때문에 인류는 외계인의 침공 소식을 TV, 라디오 등 방송으로 듣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오늘날 일어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위성 잔해인 '우주 쓰레기'도 최근 골치아픈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승리하면, 7월 4일은 세계의 독립기념일이 됩니다."

이 영화는 무려 25년 전 만들어졌지만, 특수효과와 화려한 화면은 오늘날 영화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입니다. 주제도 단순명쾌합니다. 그래선지 무려 20년이 지난 2016년, 후속편인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Independence Day: Resurgence)’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흥행에는 실패합니다. 볼거리와 줄거리, 유머 모두 전편만 못하다는 혹평과 함께입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1996년 이전에도 컴퓨터 바이러스의 폐해는 컸습니다. PC를 오래 다뤄온 독자라면 ‘13일의 금요일’, ‘다크 어벤저’, ‘미켈란젤로’ 등 1990년대 컴퓨터 바이러스의 이름과 ‘스캔 & 클린’ 등 추억의 안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를 기억할 것입니다.

스캔을 실행해 ‘~바이러스 검출’이라는 메시지가 나오면 모골이 송연해지고는 했습니다. 몇몇 컴퓨터 바이러스는 당시 아주 비쌌던(그러면서 용량은 20MB~40MB 수준이던)하드 디스크를 못 쓰게 만들기도, 화면을 먹통으로 만들기도, 심지어 바이오스(PC의 동작 설정을 저장하는 공간)를 파괴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트로이목마, 악성코드의 그것과 비교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영화 속 외계인이 우주선에 컴퓨터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을 깨달았을 때, 기분이 이랬을까요? 이렇게 컴퓨터 바이러스가 무서운 겁니다. 이제 보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감이 오나요?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