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134)자아갖춘 생명체 로봇 '짱가'

입력 2020.08.01 11:55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한국에서 1978년 동영방송을 통해 ‘짱가의 우주전쟁'으로 소개된 슈퍼로봇 애니메이션 ‘아스트로 강가(アストロガンガー)’는 한국 4050세대에게 추억을 자극하는 매우 각별한 작품이다. 1970~1980년대 한국에서 ‘짱가'노래를 이용해 국민학교(초등학교) 운동회 등 응원가로 대신해 불렀고, 2000년대 들어서도 이 노래 가사를 바꿔 광고에 활용했고, 롯데마트가 짱가 합금 피규어를 선보이는 등 어찌보면 고향인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사랑받은 슈퍼로봇이라고 볼 수 있다.
짱가의 우주전쟁 주제가 / 유튜브
아스트로 강가 / 유튜브
슈퍼로봇 '아스트로 강가'는 머나먼 우주에 위치한 칸타로스 행성에서 머나먼 지구로 날아온 슈퍼로봇이다.

강가는 칸타로스 행성의 여성 과학자 '마야'가 만들었다. 칸타로스 행성은 환경을 파괴하는 브라스타(블랙스타) 행성인에게 멸망했는데, 마야는 칸타로스 행성의 살아있는 금속에 지구 해저의 화산 에너지를 더해 거대로봇 강가를 만들었다.

마야 박사는 지구인 호시 박사와의 사이에서 '칸타로'를 낳는다. 하지만, 탈출 당시 브라스타군이 발사한 광선공격의 후유증으로 아들인 칸타로에게 미래를 맡긴채 숨을 거두고 만다.

침략자 브라스타 행성인은 칸타로스 함락으로부터 10년 뒤 지구를 다음 표적으로 삼고 본격적인 침공에 나선다. 칸타로의 아버지 호시 박사는 지구에서 발생되는 온갖 사건의 배후가 외계행성 브라스터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박사의 주장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칸타로는 생전 어머니의 뜻에 따라 슈퍼로봇 강가와 일심합체해 브라스타의 검은 손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고독한 싸움을 이어간다.

아스트로 강가, 칸타로 / 야후재팬
슈퍼로봇 애니 ‘아스트로 강가'는 마징가Z보다 2개월 빠른 1972년 10월, 현지 일본TV를 통해 방영됐다. 제작사는 TV영화 제작사 센코우샤(宣弘社)와 특촬물 ‘월광가면'과 마징가Z 원작자와 함께 ‘그로이저X’를 만들었던 낙크(현재 이치)가 공동 제작했다. 애니메이션은 5개월간 총 26화분량이 방영됐다.

강가 원작자는 ‘스즈카와 테츠지(鈴川鉄久)’로 명기됐다. 스즈카와 테츠지는 실존인물이 아닌 ‘스즈키 요시타케(鈴木良武)’, ‘쿠사카와 타카시(草川たかし)', ‘이토 쯔네히사(伊東恒久)’ 각본가들의 공동 펜네임이다. 기동전사 건담을 만든 원작자 ‘야타테 하지메(矢立肇)’ 역시 실존인물이 아닌 애니 제작사 선라이즈 작가들의 공동 펜네임이다.

아스트로 강가 일러스트 / 야후재팬
스즈키 요시타케는 1973년작 SF애니 ‘제로테스터'와 1975년작 슈퍼로봇 애니 ‘용자 라이딘' 원작자다. 그는 ‘볼테스V’, ‘이상한 나라의 폴' 등 다수의 인기 애니메이션 각본을 담당한 인물이다. 쿠사카와는 추리소설, SF소설 작가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토 쯔네히사는 ‘레이즈나', ‘이나중 탁구부', ‘원탁의 기사 아서' 등 다수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각본가로 활동했다.

아스트로 강가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강가 작품 제작에서 실질적인 감독 역할을 한 인물은 ‘타무라 타츠오(田村多津夫)’다. 그는 일본 국민만화·애니 ‘사자에상'을 필두로 ‘겟타로보', ‘에이스를 노려라', ‘어택 넘버원', ‘내일의 죠', ‘그렌다이저' 등 인기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집필한 인물이다. 타무라 타츠오는 2019년 11월 13일, 폐암으로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스트로 강가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강가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인물은 ‘타나카 에이지(田中英二)’는 일본의 만화신(神)으로 추앙받는 ‘테츠카 오사무(手塚治虫)’의 어시스턴트로 작가 인생을 시작했다. 강가 애니 캐릭터에서 아톰 등 테츠카 작가의 흔적이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애니메이션 ‘철완아톰', ‘마법의 마코짱', ‘원시소년 류', ‘타임보칸', ‘그로이저X’ 등의 작품에서 그림과 작화감독 등을 담당했다.
아스트로 강가 오프닝 영상 / 유튜브
강가 주제가 원곡은 1970~1980년대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휩쓸었던 가수 ‘미즈키 이치로(水木一郎)’가 불렀다. 가수 미즈키는 ‘호리에 미쯔코’, ‘사사키 이사오', ‘오오스기 쿠미코'와 함께 ‘애니송 사천왕(四天王)’으로 평가받는 유명인이다. 이들 4명은 1970~1980년대 수많은 애니 히트작 주제가로 아직도 전 세계에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아스트로 강가 원곡을 부른 애니송 제왕 ‘미즈키 이치로' / 트위터
강가는 마징가Z 등 주인공이 특정 기계에 탑승해 조종하는 다른 슈퍼로봇과 달리 로봇 메카닉과 주인공이 육체적으로 융합하는 형태로 합체하는 것이 특징이다. 강가에서 보여준 육체적 합체 설정은 이후 등장하는 ‘용자 라이딘', ‘가킹' 등의 슈퍼로봇 작품에 계승된다.

자아를 가진 슈퍼로봇 강가와 주인공 칸타로의 합체는 로봇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육탄전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일본 애니 업계에 따르면 강가는 마징가Z로 대표되는 수많은 슈퍼로봇 작품에 쓰여진 메카닉의 포효와 빔 발사 소리를 먼저 사용한 선구자다.

아스트로 강가 애니메이션 포스터 / 트위터
서적 ‘청춘 애니메이션 그래피티'에 따르면 강가는 기획 초기 ‘주인공 소년이 헬리콥터와 유사한 탈것을 탄채 슈퍼로봇과 합체해 조종한다'는 컨셉을 바탕으로 제작이 진행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면서 단순한 로봇이 아닌 살아있는 금속을 사용한 하나의 생명체란 설정으로 바뀌게 된다.

단순히 조종당하는 로봇에서 메카닉 생명체로 바뀐 배경에는 당시 히트작인 ‘가면라이더'의 영향이 크다. 가면라이더는 1970년대 초반 당시 어린이들에게 ‘변신 영웅' 키워드를 머리 속 깊이 심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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