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유 소비가 이전만큼 회복하지 않을 가능성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기 사용 장면 / IT 조선DB
주유기 사용 장면 / IT 조선DB
2일(현지시각) 오토블로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익명을 요구한 OPEC 관계자 7명이 현지언론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들은 유가가 배럴당 16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위기를 경험하면서 원유수요 전망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원유소비가 이전수준으로 완전히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불과 12년 전만 해도 원유가격은 배럴당 145달러까지 치솟았다. 석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OPEC 국가들은 현금이 넘쳐났다. 그러나 앞으로 이들은 러시아 등 비가맹국과 협업을 강화하고, 위축된 시장에서 점유율 방어를 위해 가맹국 간 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산 카바자드 OPEC 연구팀장은 "전체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非) OPEC 국가의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OPEC 내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석유 수요에 대한 충격이 소비자 행동에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배터리 등 전동화 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OPEC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원유소비량은 하루 9970만배럴(bpd)을 기록했다. OPEC은 일 소비량이 2020년 1억1000만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기 운항 금지와 전반적인 산업 위축 등으로 올해 세계 원유소비량은 일 9100만배럴로 감소했다. 추후 전망치도 지속적으로 하향조정 중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DNV GL은 원유수요가 2019년에 정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에너지 믹스에서 석유 비중이 1994년 약 40%에서 2019년 33%로 꾸준히 감소해왔고,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산업의 성장 등을 고려해도 지난해 석유사용이 최대치였다는 것이 이들 분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적어도 2023년은 돼야 항공여행 수요가 2019년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