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의 경영 위기는 수년째 이어진다. 모바일과 온라인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이 변화한 것도 중요한 이유지만,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한 지상파 활성화 정책 실패가 지상파의 몰락을 가속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는 새로 출범한 5기 방통위에 기존 추진 중이던 ‘방송매체간 차별적 광고규제 해소’와 ‘협찬주명 프로그램 제목 허용’ 등을 요구하며 지상파 운영 정상화를 요구했다.

한국방송협회는 3일 성명을 통해 제5기 방통위는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이 규제로부터 비롯된다는 낡은 관념부터 혁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은 구성원의 정신과 시민 참여, 재원 상황을 통해 구현 되는 것이지 낡은 규제가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 한국방송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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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지상파의 광고 매출은 절반 이상 줄었다. 한국에서 자리 잡은 넷플릭스 등 거대 글로벌 미디어들의 매출과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가 요구하는 콘텐츠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2019년 한해에만 2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노력했다. 지상파 계열 콘텐츠 제작사(PP)를 제외한 다른 PP의 제작비와 비교하면 9300억원이 더 많다. 방송 매출의 78.4%는 프로그램 제작비로 재투자됐지만, 다른 PP의 재투자 비율은 28.7% 수준이다.

한국방송협회 측은 "지상파 방송사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는 정책 변화와 차별 규제 해소를 요구했지만, 방통위는 수용불가, 중장기 검토 등 무성의하고 기계적인 답변만 메아리처럼 되풀이 했다"며 "그 결과 과거 만들었던 규제가 그대로 적용됐고 공정경쟁을 통한 재원 확보 시도가 차단됐으며, 이는 지상파의 공적 책무 이행 능력 약화와 방송 주권의 해외 거대 미디어 사업자 전이를 촉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 방송 시장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의 원칙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서서히 적용’해도 될 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머뭇거릴수록 지상파 방송을 소생시킬 기회는 사라지며,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의 시기다"라고 덧붙였다.

방통위가 지상파 관련 검토 중인 정책들은 많지만, 한국방송협회는 무엇보다 방송매체간 차별적 광고규제 해소와 협찬주명 프로그램 제목 허용 등을 속도감 있게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 지역성의 최후 보루인 지상파 방송의 소생과 회복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만큼, 5기 방통위가 방송통신 생태계 구축에 성공한 위원회라는 이름을 남기도록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