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자사 OTT 웨이브와 CJ ENM의 새 OTT간 합병을 제안했다. 몸집(이용자수)을 키워 넷플릭스·유튜브·디즈니플러스·애플 TV 등 막강한 외국 OTT의 공습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외국 OTT의 대명사 넷플릭스의 한국 이용자수는 5월 기준 약 637만명(이하 닐슨코리아클릭 MAU, 월 활성 사용자수 조사기준)으로 알려졌다. 합병을 제안한 웨이브(346만명)와 CJ ENM 티빙(254만명)의 이용자수를 더하면 600만명쯤이다. 거의 대등한, 맞서볼 만한 숫자다.

CJ ENM이 ‘어떤 합병 제안도 받지 못했다’고 밝힌 만큼, 웨이브와 CJ ENM의 새 OTT간 합병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만일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외국 OTT에 맞설 한국형 OTT의 성공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OTT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몸집 크기, 이용자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웨이브와 CJ ENM의 새 OTT간 합병이 이뤄진다고 가정하자. 중복 이용자와 콘텐츠는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가 문제다. 이어 이용자를 유인하고 머물게 할 매력적인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 얼마나 편리하게 제공할 것인지, 무료 시청 기간과 서비스 가격은 어떻게 정할지도 고심해야 한다.

매력적인 콘텐츠, 무료 시청 기간을 포함한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 쓰기 쉬운 사용자 환경 등 기본기를 먼저 갈고 닦는 것. 모두 초대형 외국 OTT들이 출범 전부터 집중한 공식이다.

편리한 사용자 환경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싼 값에 볼 수 있으니, 자연스레 이용자가 모였다. 이어 이용자가 다른 서비스로 떠나는 것을 막으려 시시각각 바뀌는 콘텐츠 유행을 파악하고, 꾸준히 새 사용자 환경과 콘텐츠를 선보였다. OTT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업계 화제로 떠오른 OTT, 디즈니플러스와 퀴비의 명암도 이 공식을 증명한다.

디즈니플러스는 매력적인 애니메이션 및 영웅 영화 캐릭터를 활용해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독점 콘텐츠를 만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모바일 기기와 스마트 TV, 게임기와 PC에서 볼 수 있도록 사용자 환경도 갈고 닦았다. 덕분에 출범 6개월만에 이용자 5450만명을 확보했다.

반면, 투자금을 17억5000만달러(2조891억원)나 모아 몸집을 키운 퀴비는 숱한 비판을 받았다. 독점 콘텐츠 개수가 적었고, 그나마도 예정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스마트 TV나 게임기에서 볼 수 없었고, 이용료도 경쟁 서비스보다 비쌌다. 퀴비는 4월 출범 후 3개월이 지난 7월에도 이용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앱 다운로드 수가 560만회쯤이니, 이용자수는 더 적을 것이다.

편리한 사용자 환경 및 독점 콘텐츠를 갖추고 이용자를 차근차근 모은다. 새 콘텐츠로 이탈을 막는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이것이 정석이다.

OTT 기업들이 합병하면 단시간에 많은 이용자를 모은다. 하지만, 사용자 환경이 불편하거나 흥미를 끌 독점 콘텐츠가 없다면 이용자는 금방 다른 OTT를 찾아 떠난다.

이용자는 똑똑하다. OTT브랜드나 몸집이 아닌, 콘텐츠의 품질과 사용 편의,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곳을 선택한다.

한국 콘텐츠 업계는 유독 몸집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동통신사들도 ‘점유율을 높이려’, ‘이용자 수를 늘리려’ 케이블 TV 기업 인수전을 펼친다고 말한다. OTT가 갖춰야 할 내실에는 무관심한 모습이다. ‘콘텐츠 종류를 늘리려’, ‘이용자 편의를 위해’ 인수전을 펼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

합병하면 단숨에 OTT의 몸집을 키울수 있다. 하지만, 내실이 없다면 이용자는 OTT를 떠난다. 한국형 OTT가 외국 OTT와의 경쟁에 임하려면, 성공을 거두려면 몸집보다 내실과 기본기를 먼저 키워야 할 것이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