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기술과 무기체계 변화
① 드론, 소리 없는 암살자 ② 드론, '발상의 전환'이 만든 새 무기체계

100년 전부터 시작한 드론 연구와 적용 실험이 지금의 정찰, 공격/전투, 다목적, 기만용으로 본격 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있다. 한 이스라엘군 장교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의 책 <강한 이스라엘 군대의 비밀>은 이때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1968년 이스라엘군은 수에즈운하 너머의 이집트군 움직임을 포착하고 분석해 대응하려고 애를 썼다. 정찰기를 띄우거나, 첩보원을 침투시켜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정보를 입수했다. 둘 다 위험이 컸다. 효과는 낮았다.

정찰기 활용 방법은 이집트가 소련으로부터 도입해 배치한 지대공 미사일의 방공망을 피해야만 했다. 그러느라 고도를 높이면 사진 화질이 낮아져 별 의미가 없었다. 관광객으로 위장한 첩보원이 사진을 몰래 찍는 전통적 방법도 썼다. 사진을 안전하게 이스라엘까지 가지고 오는 것이 쉽지 않고, 시간도 걸렸다.

샤브타이 브릴 소령은 이스라엘군 정보부 소속이다. 그는 어느날 퇴근길에 한 영상이 떠올랐다. 얼마 전 한 미국 소년이 원격조종 비행기를 선물로 받는 장면이었다. ‘원격조정 비행기에 카메라를 달아 이집트군 진영을 촬영하면 어떨까’ 생각한 그는 곧장 공군본부로 달려가 이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모두들 가능하지 않다며 무시했다. 유치한 생각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단 한 사람만 예외였다. 정보부의 아브라함 아르난 대령은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동감했다. 테스트를 해보자며 비용도 제공했다.

브릴 소령은 뉴욕 주재 이스라엘 공관을 통해 산 원격 조종 장난감 비행기 여러 개를 외교 행랑을 통해 전달 받았다. 정보부 기술연구소 실험실에서 10초마다 자동으로 사진을 찍는 카메라를 달고, 적의 방공망을 회피할 테스트를 했다.

드디어 1969년 7월 첫 정찰 임무를 시도했다. 2인 1조로 구성한 정찰팀을 보냈다. 한 명은 조종을 했다. 다른 한 명은 마치 항법사처럼 쌍안경을 통해 방향을 알려줬다. 지금 기술로 보면 원시적이라 할 만했다. 그래도 첫 임무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수에즈운하 근처의 이집트군 참호와 통신 케이블 정보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다른 지역 정찰 시험도 성공적으로 나왔다. 그러자 이스라엘군은 공식적으로 무인 정찰기 개발부서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후 새로운 정찰기 모델에 적용한 실험은 별다른 성과가 나지 않았다. 무인 정찰기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1973년 10월 6일은 이스라엘의 종교적 축제일인 욤키푸르(사죄의 날)이다. 이스라엘 병사들이 휴가를 떠난 이날 이집트군은 기습공격을 했다. 75만의 병력과 탱크 3,200대, 소련제 미사일(SA-6)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욤키푸르 전쟁 발발이다.

개전 48시간 만에 이스라엘 17개 여단이 전멸했다. 병력 2,000명이 사망하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여기에 시리아까지 소련제 무기로 무장하고 이스라엘로 진격했다. 힘든 상황에 직면한 이스라엘은 미국 지원에 힘입어 반격에 나섰다. 결국 승리했지만 1948년 1차, 1956년 2차, 1967년 3차 중동전쟁보다 훨씬 많은 사상자와 물적 피해를 봤다.

욤키푸르 전쟁을 겪으며 적진의 정보 획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은 이스라엘군은 무인 정찰기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했다. 1979년 이스라엘은 ‘스카우트(Scout)’ 드론 정찰기를 탄생시켰다.

이스라엘군은 1982년 6월 9일, 스카우트를 레바논전쟁에 실전 투입했다. 베카계곡의 시리아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 위치를 파악했다. 전자파를 통해 이 발사대를 일시 마비시키고 전투기를 출격시켜 파괴했다.

1983년 미국은 이스라엘과 드론 기술 협력 계획을 맺었다. 미군에 적합한 드론 생산을 의뢰했다. 이것을 계기로 이스라엘은 드론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세계를 향한 드론 전문기업화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1986년 스카우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파이오니어’가 완성됐다. 미군은 이것을 대량 구매해 항공모함에 배치했다.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군사용 드론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IAI, 엘빗시스템, 에어로센터널, 에어로노틱스, 블로버드, 콘트롭, 엘모 등 이스라엘 기업들은 정찰용 및 공격용 드론, 무인 수상 함정 등 모든 분야의 군사용 드론을 생산한다. IAI는 1953년 설립한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다. 드론 분야에서 이스라엘에서 규모가 가장 큰 회사다. 2016년 기준 매출은 34억 4000만 달러(약 4조 180억 원)에 이른다. 세계 50개국에 군사용 드론을 수출한다. 대한민국도 IAI로부터 1999년 ‘서처’와 ‘하피’를 도입했고, 2016년 초 ‘헤론’ 3대를 도입해 서해 5도 정찰 임무에 배치해 사용한다. 서처 1대 가격은 50억 원, 헤론은 100억 원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동아일보 기자와 인터뷰한 IAI 아시아 마케팅 담당 임원은 "IAI가 세계적 군사용 드론 업체로 거듭난 비결은 전 직원의 37.5%에 달하는 6,000명의 기술자와 연구개발비의 막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중과 해상에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군이 정찰 및 요격 업무 등을 수행하려면 우리의 드론이 꼭 필요하며, 조만간 북한 병사가 남한의 드론과 싸우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 기술은 태생적으로 전쟁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세계적인 드론 전문기업들을 놓고 보아도 그렇고 군사용 드론 시장의 크기가 민간영역보다 훨씬 크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군사용 드론 기술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며 경쟁한다. 1990년대 들어 세계 각국이 다양한 드론을 개발해 주로 감시정찰 분야에 사용했다.

2000년대 들어서자 미국 주도로 바뀐다. 군사부문 드론 시장의 강자들은 보잉(Boeing), 제너럴아토믹스(General Atomics),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노스롭그루먼(Northrop Grumman) 등 미국 방산업체들이다. 이들은 드론의 성능과 에너지 소스 등의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우리나라 군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2006년부터 1,6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한국형 무인기 사업인 ‘MUAV’(Medium Altitude Unmanned Aerial Vehicle)를 진행한다. 2011년 5월 MUAV 시제 1호기를 출고했다. 2012년 12월 탐색개발을, 2017년 체계개발을 완료했다. MUAV는 정찰용으로 개발 중인 한국판 프레데터인 중고도 장기체공 무인기 사업이다. 체계통합과 비행체 제작을 대한항공이, 전자광학 및 적외선(EQ/IR) 장비를 한화시스템이, 데이터 링크 장비와 지상 통제장비 그리고 합성영상레이더(SAR)를 LIG넥스원이 개발에 참여했다.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MUAV는 개발 사업 단계에서 고고도 무인정찰기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사업이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수입한 글로벌 호크의 가격이 상승하자 사업을 재개했다.

아직은 생산과 실전배치 등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는다. 그래도 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본다면 필요한 시기에 맞춰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탑재 임무장비가 국내의 상황에 적합해야 하고, 탑재중량을 기준으로 앞으로의 기능적 업그레이드 가능성에 대한 신뢰성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

항공관련 전문 인터넷 매체인 플라이트글로벌(FlightGlobal)은 2020년 7월 3일, 대한항공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MUAV 양산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서울 국제우주항공방위산업전시회(ADEX)에서 MUAV 실물 모형(Mock-up)을 공개했었다. 이 모델이 ‘KUS-15’다. 2008년 대한항공이 MUAV사업에 입찰하며 붙인 중고도 장기체공 무인기의 명칭이다.

‘KUS-15’는 전장 13.3m, 전폭 25.3m, 전고 4.2m다. 미국의 ‘MQ-9 리퍼’보다 크고 ‘RQ-4 글로벌 호크’보다는 작다. 외형은 MQ-9 리퍼와 유사하다. 꼬리날개가 Y자 형태이다. 고도 10~13km에서 24시간 정찰/감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위성과 데이터 링크로 연결돼 지상통제장비를 통한다. 입력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자동 비행하며, 실시간 촬영 영상을 지상기지로 송신한다. 대한항공은 현 정찰기능과 더불어 전투무인기(UCAV)로의 프로그램 확장도 고려한다.

현재 미국, 이스라엘, 유럽, 영국, 중국,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나라가 무인기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인다. 개발과 양산을 시도한다. 최대항속거리와 최대이륙중량 그리고 몸체의 크기를 확대해 더욱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형태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무인기의 작전은 위성과의 통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MQ-1 프레데터’나 ‘MQ-9 리퍼’는 미국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에서 위성과의 통신을 바탕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원격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우리도 2006년 8월 22일 프랑스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사’ 제작하고 미국 ‘씨런치’사에 의해 발사한 ‘무궁화 5호(아나시스: ANASIS)’ 민·군 공용 통신위성을 보유했다. 또 우리 군은 7년간의 노력 끝에 ‘무궁화 5호’를 대체할 ‘아나시스 2호(ANASIS-II)를 2020년 7월 21일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민간 발사업체인 ’스페이스X’(SpaceX)를 통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 위성은 통신상태를 약 3개월간 점검한 10월께 우리 군에 인계될 예정이다. 드디어 우리도 지구 정지궤도 약 3만 6000km 상공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첫 군 독자 통신위성을 확보하게 됐다. 세계에서 10번째로 전용 군사위성을 확보하고 운용하는 국가로 발돋음했다.

이러한 결실은 앞으로 네트워크화와 무인화를 기본으로 하는 미래 전장 환경에 부합하는 다양한 무기의 운용에 필요한 위성체계의 활용과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아나시스 2호’의 성공적 확보는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르는 우주에서의 작전 역량을 한층 증대시킬 것이다. 또한 지상과 공중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무기들의 유기적 연합작전에 필요한 중요한 눈과 귀가 되어 전투에서 적을 제압하는 강력한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하나의 예로, 드론의 정찰, 공격, 교란, 유도, 연합 등의 임무에 아나시스 2호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군 전용 위성 확보는 앞으로 변화할 한반도 작전권 변경을 위한 단독 작전 수행능력 향상과 핵심전력 확보에 큰 지렛대가 된다. 한반도 뿐만 아니다. 우리 군이 임무를 수행할 다양한 지역에서 우리가 개발하고 실전 배치한 드론과 각종 무기를 위성을 통한 협업을 통해 작전을 성공적이고 안전하게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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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천 글로벌ICT랩 소장은 미국 오하이오대학(Ohio University)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광고/PR 부전공)를, 뉴욕주립대 버펄로(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사이버대학교 융합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분석 그리고 뉴미디어를 교육하고 연구했다. Global ICT 연구소를 개소해 빅데이터를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 산업, 정책 등의 연구와 자문 업무를 담당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전기공사협회 남북전기협력추진위원회 자문위원, 국회산하 (사)국방안보포럼 ICT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블록체인의 사회 확산과 발전, 남북전기 교류의 발전, 국방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hocheon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