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특히 정보기술(IT) 기업의 조직 운영은 프로 스포츠 구단과 유사하다.

우선 프로 구단 감독이 갖는 가장 기본적인 권한은 선수 발탁이다. 남이 꾸려준 팀으로 성적을 책임지는 것은 불합리하다.

우리 기업은 인사 부서가 채용하고 현업 부서에 배치한다. 글로벌 기업은 주로 부서장이 일차적으로 채용 권한을 갖는다. 즉 자기 조직을 자신이 구성하고 책임도 진다.

이들은 우리나라 기업 공채와 같은 일괄 채용을 하지 않는다. 각 포지션 별로 가장 적합한 선수를 찾듯이 ‘개별 일자리’(position) 별로 ‘일의 성격’(JD:Job Description)을 정의한다. 역시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는다.

고용계약은 어떨까. 프로구단은 구단 형편과 선수 시장 가격을 갖고 선수들과 협상을 한다. 그 타협 결과를 계약서로 작성한다. 기업도 각각의 일자리 별로 보상 범위를 정하고 입사할 때 협상하고 계약을 하여야 한다. 계약서에 직위, 업무의 책임, 기본 보상, 성과 보상, 기간을 비롯해 부수적인 조건들을 포함한다. 프로 구단과 선수의 계약서와 유사하다.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이 다른 것은 뭐니뭐니해도 보상체계다. 동일 호봉, 동일 임금이 아니라 개인별 계약에 의해 많은 차이가 난다. 더구나 개인 보상 체계를 성과에 연동한다. 또 철저한 보안 사항이다. 임금 인상도 일괄적인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협상해 정한다.

특히 초기 창업 회사인 경우에는 현금 보상뿐 아니라 주식과 옵션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난다. 결국 초기 단계에 창업 기업에 참여하고 같이 노력해 유니콘 단계를 거쳐 상장하면 창업자 못지 않은 큰 대가를 얻을 수 있다. 잘 나가는 기업을 잘 다니던 사람이 스타트업으로 옮기는 것이 선진국에선 비일비재하다.

참 알 수 없는 일은 우리 사회가 프로 운동선수의 엄청난 보수와 트레이드, 방출 조치를 당연시하면서 기업 내에서는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발상은 최고 경영자의 보상을 최저임금과 연동하여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운동선수는 인정해도 기업 내의 여러 영역과 역할에 따른 차이, 특히 경영이라는 특수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성적이 미치지 못하는 선수는 기회를 몇 번 더 주든지 그래도 안되면 2군으로 보내 재기와 훈련의 기회를 준다. 실력을 회복하면 1군으로 복귀하고 아니면 트레이드나 방출을 결정한다. 계약한 대로 성적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팀에 남아 있으면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부담이라는 인식을 같이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으로서는 저성과자(under performer)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이다. 2군에 내려 보내 듯이 재교육의 기회를 주는 방법, 회사 내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조직을 찾게 하는 방법(trade)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방안으로 서로에게 좋은 방법을 찾다가 안 될 때에는 방출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 저성과자들을 위한 보상패키지(package)를 고안하고 이 역시 별도계약(separation agreement)을 체결한다.

공공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시제도를 짧은 시간에 바꾸기 힘들지라도 전문 영역은 현 개방직 제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민간에서는 대기업부터 공채제도를 없애고 큰 기계의 볼트와 너트 찾듯이 개별 일자리 별로 개별 조건으로 개별 채용을 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구단에 선수들이 옮겨 다니듯이 기업에서도 이동이 많아져 인적 교류가 활발해 질 수 있다. 사회적으로 다양성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경험의 교류가 일어나는 길이다.

전세계적으로 모든 일자리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 똑같이 대학을 졸업한 후에 같은 기간 같은 회사를 다녔다 해도 업무에 따라 임금이 다 다르다. 거의 우리나라 기업만 업무, 능력, 성과 등에 관계없이 입사 몇 년 차로 구분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우수한 프로구단을 만들 수 없듯이 경쟁력 있고 생산성이 높은 조직을 만들 수 없다. 공공이든 기업이든 궁극적으로 비효율적 조직들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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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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