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체육대회에도 비 온다며?’
기상청 일기 예보 정확도를 비꼬는 사람들이 쉽게 던지는 말이다. 최근 폭염을 예측했던 기상청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어렵지 않게 들린다. 역대급 오보란 비판도 나온다.
날씨 관측 기술은 날로 발전한다. 슈퍼컴퓨터도 진화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시대다. 빅데이터를 무기로 한 ‘만능 해결사’ AI가 분명 기상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왜 기상청 예측 정확도는 여전히 만족을 못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상예측에 AI 활용은 ‘시기상조’다.
일반적으로 2개의 미지수를 풀기 위해서는 2개의 방정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양한 기후 데이터값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방정식이 필요하다. 방정식 규모가 커 사람이 풀 수 없고, 슈퍼컴퓨터가 빠르게 계산하여 결과를 제공한다.
이런 해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하여 기상 예측이 틀린다. 예를 들면 유체 이동을 표현하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사람이 정확하게 해를 찾을 수 없는 방정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수치 모델을 도입한다. 도입한 수치 모델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실재와 차이 날 수 있다.
관측 데이터도 문제가 된다. 데이터는 ‘불연속’적으로 측정하지만, 현실 속 날씨는 ‘연속’적이다. 예를 들어, 관악구의 날씨가 27도라고 측정해도, 세세하게 살펴보면 편차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한계에 구글과 IBM 등 거대 IT기업은 AI를 날씨 예측 해결사로 점쳤다. 구글은 이미지 분할에 강한 신경망 ‘유넷(U-Net)’을 활용한 기상 예측 AI ‘나우캐스트’로 2~3시간 후의 강수량을 미국 기상 모델 HRRR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IBM 자회사인 ‘IBM 더 웨더 컴퍼니’는 우수한 예측 성능을 인정받아 7월 27일부터 네이버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날씨 예측을 위한 AI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부분도 한계로 지적된다. ‘덥다, 춥다’와 같은 일반인이 체감하는 날씨와 달리, 기상청은 습도, 온도, 풍향, 강수량 등 다양한 기후 데이터가 지역별로 단위 시간마다 측정되고 예측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을 비롯한 일본, 미국, 유럽 등 기상청이 AI가 아닌 수치 기반의 기후모델을 통해 날씨를 예측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강현석 기상청 수치모델개발과장은 "AI 특성상 기후모델처럼 많은 방정식을 풀 필요가 없다"며 "관측부터 예보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과장은 이어 "기상 예측은 수억개가 넘는 장소에서 수많은 요인에 대해 계산을 하고 있어 AI가 다 해결한다고 생각하긴 힘들다"라며 "예측이 잘 되는지 검증부터 필요한 단계"라고 덧붙였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