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다 싶어 지분을 매도해 차익에만 욕심을 내죠.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런 정신상태로는 성장하기 힘듭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 말이다. 그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너무 쉽게 벌어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힘을 북돋아주면서 함께 성장하자는 인식이 강했던 90년대 제약·바이오 시장과는 최근 상황이 사뭇 다르다고 토로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제약·바이오주가 대세로 떠오른다. 동학개미 군단은 ‘코로나19’, ‘코로나19 치료제’, ‘코로나19 백신’ 문구만 들어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막대한 빚을 끌어안고 뛰어든다. 이슈만 있으면 상한가를 쉽게 기록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스테로이드 약품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외신이 나오자 국내 몇몇 중소 제약사가 코로나19 테마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한 업체는 전무한데도 불구하고 이들 제약사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코로나19발 소식이 주가 부양 동력이 되어준 셈이다.

이런 가운데 관련 경영진과 대주주 등은 반대로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에 집중된 관심을 발판삼아 제 주머니만 챙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부자의 거래로 인해 해당 주식 가격이 급등락하는 사례가 반복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실제 해당 이슈로 지난 7월 20일부터 나흘간 상한가를 친 신일제약은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뤘다. 오너 일가는 당시 2.85%(135억원 규모)를 장내 매도해 차익을 거뒀다. 코로나19 치료제 ‘레보비르’의 임상 돌입 소식에 주가가 치솟은 부광약품도 마찬가지다. 회사 최대주주이자 비등기임원인 정창수 부회장은 지분 3.98%(1009억원 규모)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날 부광약품 주가는 8% 가량 밀렸다.

정보 비대칭을 활용한 내부자의 대규모 지분 매각은 코로나19 이슈를 발판삼아 회사 가치를 높이고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보탬이 되는 결정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제약사 틈에서 어렵게 성장했고 또 성장해 나가고 있다. 해외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하고 CDMO(위탁생산) 계약을 맺으며 한국의 위상을 높인다. K-방역으로 한국이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지금은 주가에 연연하거나 몸집 불리기로 규모를 키울 때가 아니다. 체력을 길러 세계에 도움을 주고 한국 위상을 높일 시기다.

이왕 세계 주목을 받은 김에 주가로 ‘바이오 거품 논란’을 실현하느니 내실을 다지고 진득하게 치료제·백신 개발에 주력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회로 만들었으면 한다. 주가 뻥튀기와 내부자 지분 매각으로 마무리짓기에는 우리나라에 찾아온 기회가 너무 안타깝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