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데이터3법 실효…데이터 유통 시대 개막
배달·캠핑·결제 등 생활 밀접형 데이터로 시장 관심↑
신한·KB카드 데이터 두각…"데이터 발굴량 압도적으로 많아"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이 5일 전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은행·보험사·카드사 등에 흩어진 금융 정보를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고 이 데이터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다.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된 카드사의 '생활 밀접형' 데이터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관련업계는 이 중 신한카드와 KB카드가 세분화된 고객·가맹점 데이터로 전체 데이터 거래량의 50%쯤을 차지하면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분석한다.

/금융데이터 거래소
/금융데이터 거래소
6일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데이터 중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데이터 상품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데이터 거래소는 고객의 비식별정보 등을 가공해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중개 플랫폼이다. 정부의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5월 출범했다.

5일 기준 카드 데이터 거래 상품 수는 총175건(신한카드 68건·국민카드 45건·삼성카드 18건)이다. 카드사의 총 데이터양은 은행(116건), 보험(23건), 증권(24건)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전체 데이터 양인 378개의 절반쯤을 차지한다.

업계는 신한·KB카드의 데이터 사업이 순항할 수 있는 이유를 이들이 일찍이 사업을 준비했거나, 시장 대응 방법을 미리 파악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실제 신한카드는 주로 고객별 세분화 한 데이터 또는 가맹점 정보를 제공한다. ▲'시군구별 요식세부업종 가맹점 데이터' ▲코로나 19 소비 동향 데이터 ▲온라인 배달 가맹점 정보 ▲아파트 단지별 거주자 정보 ▲고객 취미·관심 영역 소비 특성 데이터(심야족·고소득집단·커피매니아족) 등이 주를 이룬다.

KB국민카드는 ▲배달 앱 이용 고객 및 음식점 연계 카드 매출 데이터 ▲한강공원 내 '배달음식' 이용 트렌드 ▲캠핑장 캠핑용품 이용현황 ▲국내 위주 숙박 예약 앱 이용 현황 ▲결혼·출산·이사를 맞이한 고객 소비 행태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신한·KB카드는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자체적으로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며 "카드사가 갖고 있는 정보는 일반 고객의 소비패턴이나 실생활 관련 정보가 많이 쌓이다 보니 추출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카드사나 은행, 보험사의 데이터 거래가 다소 주춤한 이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타 카드사의 경우 미리 제대로 준비를 안했거나 경험이 없어 제대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한 빅데이터 전문가는 "카드사 데이터는 결제 데이터로 수요가 많다"면서도 "데이터 판매를 안 해본 카드사의 경우는 프로세스가 오래 걸리고, 가격도 재산정해야 하므로 시간도 더 소요될 수 있어 판매가 잘 안이뤄진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우리·하나카드 데이터는 금융데이터 거래소 내에서는 거래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준 거래 중인 데이터는 '0'이다.

그는 "신한·KB의 경우 이미 빅데이터 사업을 많이 해온 만큼 시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고객이 A라는 데이터를 요청했을 때 즉각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거래해 본 곳은 비교적 기민하게 반응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분석했다.

은행권 금융 데이터의 경우는 보안 수준이 높아 다루기 힘든 점이 장벽이라는 분석이다. 은행 등 1금융권은 내부 데이터를 추출할 때도 프로세스가 엄격하고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1금융권은 개인 금융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데이터를 추출하는 단계부터 다른 업권에 비해 보수적이다"고 설명했다.

증권과 보험사 역시 카드사보다 상대적으로 데이터 거래 시장에 늦게 출발해 원활한 데이터 판매에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데이터 상품화라는 게 결국 인력이 투입되고 시간이 소요되고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보니 증권·보험 업권은 조금 늦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