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산업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선다. 길잡이는 국토교통부다. 국토부는 내년 4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최종 시행에 앞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출범했다. 혁신위를 통해 모빌리티 산업의 10년 비전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로 했다.

혁신위 출범 후 3개월이 지났다. 혁신위가 만든 권고안은 8월 중 국토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의문이 생긴다. 권고안 마련이 눈앞인데, 정작 혁신 당사자인 모빌리티 스타트업 업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무소식은 희소식일까. 결론적으로 아니었다. 밖으로 공개하고픈 목소리가 국토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해 차단 당했을 뿐이다.

7월 28일 스타트업 업계를 대표해 운송 플랫폼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려던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전날 늦은 오후 갑작스럽게 간담회 일정 취소를 전해왔다. 취소 사유는 ‘불가피한 사정’이었다.

뭔가 찝찝했다. 간담회는 코스포의 단순 입장 표명만이 아닌 100페이지 분량의 구체적 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법무법인에 제안서 작성 용역까지 맡긴 마당에 취소할 이유가 없었다.

놀랍게도 간담회 취소 사태의 중심에는 국토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가 코스포 회원사인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개별 연락해 간담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코스포는 회원사들로부터 간담회로 택시업계의 반발이 있을 것이란 의견을 전달받았고, 결국 일정 취소를 택했다. 국토부에 감히(?) 맞선자의 최후였다.

국토부는 코스포 간담회 취소 사유를 알지 못하고, 연관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와 스타트업 등에 연락을 취한 것에 대한 구체적 해명은 들을 수 없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 의도가 없더라도 간담회 개최에 영향줄 것을 감안해야 했다. 의도가 있든 없든, 국토부의 명백한 실책이다.

국토부는 혁신위의 최종 권고안 마련에 앞서 택시, 스타트업, 대기업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는 오픈 워크숍을 열 예정이다. 워크숍이 의견수렴을 위한 요식행위로 평가받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에 ‘토를 달면 다친다’는 식의 압박이 반복되선 안 되는 이유다.

정부 부처가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및 조율은 필수다. 여객법 개정안은 모빌리티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해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고 많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쓴소리다. 그래도 당사자의 목소리다. 귀기울이는 것이 당연하다. 국토부가 깨닫길 바란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