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해 학습한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게임 안에는 문학·과학·사회·상식 등 다양한 분야 숨은 지식이 있다. 게임을 잘 뜯어보면 공부할 만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오시영의 겜쓸신잡(게임에서 알게된 데없지만 알아두면 기한 느낌이 드는 동사니 지식)은 게임 속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잡지식을 소개하고,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다. [편집자 주]

매출 20억달러를 넘긴 유명 리듬게임 시리즈 ‘기타 히어로’
반헤일런, 에어로스미스, 메탈리카 등 스핀오프 게임 출시
프린스는 "아이들이 진짜 기타를 쳤으면 좋겠다"며 출연 거절

기타 히어로는 아시아에서는 유명하지 않지만, 북미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는 유명한 리듬게임 시리즈다. 첫 작품은 리듬게임 전문 제작사 하모닉스가 개발해 2005년 선보였다. 기타히어로는 특이하게도 실제 기타 모형 컨트롤러를 사용해 즐기는 게임이다. 게이머는 게임 화면에서 떨어지는 노트 색상에 맞춰 기타 프렛을 누르고 타이밍에 맞게 피킹해야 한다.

기타히어로3 패키지(왼쪽), 프린스 / 구글 이미지, NFL 유튜브
기타히어로3 패키지(왼쪽), 프린스 / 구글 이미지, NFL 유튜브
해머링 온(피킹 없이 줄을 때려 소리를 내는 주법), 풀링 오프(피킹 없이 줄을 뜯어 소리를 내는 주법)같이 실제 기타 연주에도 있는 기법으로 연주를 즐길 수도 있다. 기타 히어로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무선 마이크, 드럼키트까지 함께 제공해 밴드 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도록 발전했다.

독특한 게임성을 지닌 덕에 기타히어로는 1·2·3를 연달아 흥행시키며 등장 3년 만에 시리즈 누적 판매량 2500만장, 매출 20억달러(2조3700억원)를 기록했다. 기타히어로의 인기는 2007년 나온 3에서 정점을 찍고 이후 하향세를 그렸다. 하지만 락 사운드를 담은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인 덕에 에어로스미스(2008), 메탈리카(2009), 반헤일런(2009) 등 유명 밴드의 이름과 곡을 활용한 스핀오프 게임이 다수 나오기도 했다.

기타리스트 프린스 "기타히어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실제 기타를 연주해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인지도와 대중성을 갖춘 기타히어로의 출연 제의를 단칼에 거절한 아티스트도 있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프린스(프린스 로저스 넬슨, 1958~2016)다. 그는 80년대 마이클 잭슨, 마돈나 등과 함께 세계 팝 음악을 주도했다고 평가받는다.

2009년 ‘태비스 스마일리 쇼’에 출연한 프린스는 기타히어로 출연 거절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게임을 하기보다는) 실제로 기타를 연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타는 다루기 쉽지 않은 악기다. 익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실망스러운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은 기타에 별 관심이 없거나 코드를 익힐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는 좋겠지만,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것은 가장 위대한 일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프린스는 7살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한 천재 작곡가였다. 기타, 베이스 등 악기 30종을 다룰 줄 알았고 펑크, R&B, 록, 신스팝, 재즈 등 장르에 매이지 않는 음악을 했다. 그는 생전 정규 앨범만 해도 39장을 발표하고, 앨범 판매량 1억장을 넘겼다. 그래미상은 총 7개 수상했다. 2004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2007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공연한 ‘퍼플 레인’ / NFL 유튜브 채널

수없이 많은 명곡·명반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프린스의 대표작을 6집 ‘퍼플 레인(Purple Rain)’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동명의 수록곡 덕에 프린스를 상징하는 색은 보라색이 됐다. 프린스는 2007년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실제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퍼플 레인’을 라이브로 공연했는데, 이날 공연은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 중 하나로 두고두고 회자된다.


부모의 주의요망 - 노골적인 내용 스티커
부모의 주의요망 - 노골적인 내용 스티커
프린스는 기행(奇行)이나 성적인 가사로도 유명한 가수다. 퍼플레인 앨범의 5번 트랙 ‘달링 니키(Darling Nikki)는 잡지를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는 등 성적인 가사를 담은 곡이다. 이 곡을 딸과 함께 듣던 상원의원 앨고어의 부인 티퍼 고어가 가사에 충격을 받은 사건은 과격한 내용을 담은 앨범에 흔히 붙는 ‘부모의 주의요망 - 노골적인 내용(PARENTAL ADVISORY - EXPLICIT CONTENT, 사진)딱지가 생기는 원인이 됐다.

희소성 등을 이유로 앨범 발매를 제한하려는 소속사와 다투면서 ‘프린스’라는 이름 대신 남성, 여성의 기호를 조합한 새 기호(팬들은 러브 심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를 활동명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프린스는 2016년 미네소타 자택 엘리베이터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이었다.

프린스의 죽음에 수많은 팬이 보라색 꽃을 전하며 애도했다. LA 시청과 샌프란시스코 시청도 보라색 조명을 밝히며 그를 기렸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당시 프린스의 죽음을 애도하며 "우리는 오늘 창조의 아이콘을 잃었다"며 "프린스만큼 대중음악의 사운드와 궤적에 영향을 준 아티스트들은 많지 않다. 그는 거장이었고 화려한 밴드의 리더였으며 전율이 흐르는 공연을 창조했던 가수"라고 말했다.


프린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퍼플 레인’ 앨범 커버(1984 作)
프린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퍼플 레인’ 앨범 커버(1984 作)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