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거세지는 신경전…장기화 시 의료 공백 우려

입력 2020.08.07 19:39

정부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 목소리 높이는 의료계
대한전공의협의회 7일부터 24시간 파업, 의협은 14일 파업 예고
의료계 "정부, 핵심 잘 못 짚었다…정책 실시되면 피해 고스란히 국민이"
정부 "지역의사 확충과 광역별 수급 불균형을 완화 위한 방침"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거센 신경전을 벌인다. 양측은 한 발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는 단기간은 대체 인력 투입, 수술 일정 연기 등 임시방편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순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셔터스톡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의료계의 날 선 신경전으로 인해 환자와 국민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하루 전 오전 7시부터 24시간 집단 파업에 들어갔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분야 전공의들도 휴진했다. 이번 파업은 하루 뿐이었던 만큼 대형병원이 각 임상진료과 교수와 임상강사(펠로우) 등 대체 인력을 투입해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의료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다음 주에도 한 차례 더 파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가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병원 업계 한 관계자는 "병원이 매번 대체 인력으로 상황을 무마할 수 없을 뿐더러 수요예측이 어려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일일이 돌발 상황을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계 "정부 핵심 잘 못 짚었다…머릿수로 해결 안될 문제"

전공의들의 파업 결정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이 이유다. 7월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최대 400명 늘려 10년간 한시적으로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3000명은 지방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고 나머지는 특수전문 분야와 의·과학 분야 인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계 반대는 만만치 않다. 정부가 의료계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뿐 아니라 핵심 조차 잘 못 짚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협은 "정부는 불과 2년 전 정원 50명에 불과한 서남대 의대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 폐교시켰다"며 "의대생의 교육권을 앗아간 정부가 의학 교육 내실화 대책 없이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인력이 아니라 의사 배분이다"라며 "의사 배분 자체가 잘못된 것을 양으로 늘려 해결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의사 수를 늘리면 출혈 경쟁만 격화할 뿐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다.

개원의 위주의 대한의사협회는 8월 14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발표에 앞서 세부적인 논의사항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의협은 "어느 지역과 어느 분야에 몇 명의 의사가 필요한지부터 조사하고 정밀하게 계획했다면 파업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의사와 환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협은 "이번 정책에는 의사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는 이유와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원인의 근본적인 해답이 빠졌다"며 "앞으로 10∼20년 뒤 이 정책이 실패한 후 그 영향을 고스란히 몸으로 감당하게 되는 것은 오직 당사자인 의사와 환자들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정부 "의료계 파업 매우 유감…대화로 풀자"

정부는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대화를 시도했는데도 파업이 현실화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지역 의료인과 의과학자 등 꼭 필요한 의료진을 늘리는 차원이다"라며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두고 의료계가 집단 반대 행동에 나선 것을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집중호우 피해가 큰 상황에서 필수 의료 전공의까지 파업에 참여한 점에 대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집단행동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정부와 의료계 간 상호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번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꼽으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지역의료 역량 부족과 인력 불균형 등 개선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지역의사 확충과 광역별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충하고 공공의대를 추진하는 것이다"라며 "정부는 전공의 및 의사협회와 충분히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대화로 문제를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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