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전기차 전용 브랜드 론칭 잇따라
주목도 떨어진 ‘아이오닉' 브랜드명으로 전환
글로벌 인지도 낮은 ‘제네시스' 넘을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친환경차 제품명인 ‘아이오닉'을 전기차 전문 브랜드로 확장하고, 공격적인 신차 출시 일정도 공개했다. 친환경차 시장이 고착화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보다 ‘아이오닉’이 글로벌 시장 안착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가 2019 프랑크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45’. 2021년 출시 예정인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의 기반이 되는 차다.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2019 프랑크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45’. 2021년 출시 예정인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의 기반이 되는 차다. / 현대자동차
10일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전문 브랜드 ‘아이오닉'의 출범을 알렸다. ‘아이오닉'은 기존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라인업과 선을 그은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한 순수 전기차만이 ‘아이오닉' 라인업에 포진한다. 기존 아이오닉 제품군도 신규 ‘아이오닉' 브랜드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전기차 전문 브랜드화(化)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다. 현대차의 직접적인 경쟁사인 폭스바겐은 2019년 전기차 전문 브랜드 ‘ID’의 공식 출범을 선포하고 올해 ID.3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일찌감치 전기차 전문 브랜드가 꽃을 피웠다. BMW는 2011년 일찌감치 전동화 전문 브랜드 'i’ 를 선보였다. 순수전기차 ‘i3’와 고성능 플러그인하이브리드 i8 등을 시작으로 2021년 중형 전기 SUV ‘i넥스트’ 등의 출시 일정을 조율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6년 2016년 선보인 콘셉트카 제너레이션 EQ를 시작으로 전동화 브랜드 ‘EQ’의 출범을 알렸다. ‘EQ’의 첫번째 순수 전기차 EQC가 2019년 한국땅을 밟으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의 이번 행보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유사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현대차는 2015년 당시 고급세단의 제품명인 ‘제네시스'를 별도의 독립 브랜드로 분리,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이후 플래그십 G90, 주력 대형세단 G80, 고성능 스포츠세단 G70에 이어 올해 GV80으로 SUV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2015년 11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발표회에서 정의선 당시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발표에 나섰다. / 현대자동차
2015년 11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발표회에서 정의선 당시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발표에 나섰다. / 현대자동차
자동차 업계에서는 ‘제네시스'를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한다. 내수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공고히했지만, 최근까지 글로벌 판매실적이 저조해서다.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점유율은 1% 내외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력 시장인 북미에서 2016년 10대로 시작한 제네시스는 올 하반기 GV80 1만2000대, 신형 G80 2000여대 사전계약을 받으며 본격적인 글로벌 판매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수출 등 해외판매에서 ‘아이오닉'의 성공 가능성은 ‘제네시스'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과 미국 브랜드가 오랜 세월 기반을 쌓아온 프리미엄 시장과 달리 친환경차 시장은 이제 막 태동기인만큼 파고들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 친환경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선전한 점도 ‘아이오닉' 출시에 힘을 실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5월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3.7%를 차지했다. 단독 브랜드로 글로벌 6위, 기아차(3.5%, 7위)와 합친 그룹 전체 점유율은 글로벌 3위권에 오를 정도로 성장했다.

현대차는 2024년까지 ▲준중형 CUV ▲중형 세단 ▲대형 SUV 총 3종의 아이오닉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첫차 ‘아이오닉 5’는 콘셉트카 ‘45’를 기반으로 제작, 2021년 출시 예정인 준중형 CUV다. ‘45’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자체 생산한 포니 쿠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카, 2019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됐다.

2022년에는 ‘프로페시(Prophecy)’ 콘셉트카 기반 중형 세단 ‘아이오닉 6’을 선보인다. 올해 3월 온라인으로 최초 공개된 프로페시는 공기 역학적이고 흐르는 듯 우아한 실루엣에 뛰어난 공간활용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2024년에는 대형 SUV ‘아이오닉 7’이 시판될 예정이다.

조원홍 현대차 고객경험본부장(부사장)은 "아이오닉 브랜드는 소비자 경험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라며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소비자에게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진보된 전동화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