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판매 아름드리펀드…전액 손실 전망
투자자들 ‘불완전 판매’ 주장…은행 측 "불완전판매 여부 아직 확인 안돼"
고액 자산가 대상 '영업' 활개…선착순 강조해 판매

신한은행이 판매한 아름드리 대체 투자펀드(7호, 9호)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집단 대응 움직임을 보인다. 이들은 신한은행이라는 브랜드만 믿고 투자한 결과 '피싱'을 당했다며 불완전판매라고 주장한다. 신한은행이 '보험사100% 최종 보장' 문구에 대해 투자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투자자가 납득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름드리 대체투자 전문사모투자신탁 7호' 투자자들이 집단 대응을 예고했다. 현재 추정되는 피해 규모는 아름드리펀드 7호로 240억원 규모다. 투자자는 법인 포함 45명쯤이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투자자 중 대부분은 60세 이상 고령자다. 대부분 금융 상품 이해가 부족하지만, 목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은퇴자 등인 셈이다.

본인을 1945년생이라고 소개한 한 고객은 "단기이고 보험보장이 된다고 해 의심없이 가입했다"며 "피싱 당한 기분으로 1년이 지난 지금 황당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령의 투자자는 "신한은행이 선착순이라면서 100%보험장치가 되어있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해서 얼떨결에 가입했다"며 "판매사인 신한은행의 책임이 100%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신한은행 믿고 가입한거지 아름드리를 믿고 가입한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펀드 판매하며 설명 부족…불완전 판매했다"

이들은 상품 판매 단계에서 신한은행의 상품설명이 부족했다며 100% 책임져야한다고 강조한다. 제대로 된 설명이 부족해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또 피해자들은 신한은행이라는 브랜드와 100% 보장이라는 문구만 믿고, 자금을 맡겼다고 입을 모은다.

아름드리 펀드 7호에 가입한 한 고객은 "신한은행에 요청해 받은 보험설명원본에 보면 100% 보장이라고 쓰여있다"며 "면책 조항이나 보험사 측에서 지급 거절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은 전혀 설명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신한은행은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100%라는 문구만을 내세워 고객을 끌어들이기 급급했다"며 "이는 명백한 불완전 판매로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아름드리 펀드 상품 판매 당시 제안서 일부./아름드리펀드 피해자 제공
아름드리 펀드 상품 판매 당시 제안서 일부./아름드리펀드 피해자 제공
이번 펀드 사태 쟁점은 신한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권유하는 펀드에 대해 투자에 따른 위험과 투자 설명서의 내용 등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판매사는 또한 투자자의 투자 인식, 목적, 경험, 재산 상황 등 정보를 파악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상품은 권유해서는 안된다.

신한은행 측은 '보험사 100% 보장' 문구를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판매사인 신한은행은 운용사 아름드리에서 보낸 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펀드 상품 내에서 보험에 가입하게끔 돼 있다"며 "가입 당시 그 부분 안내가 어떻게 나갔는지는 다시 정확하게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이어 "제안서 내용은 모두 아름드리운용사에서 관리한다"며 "판매사 입장에서는 불완전판매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불완전 판매 가능성에 무게

자본 시장 관계자들은 신한은행의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PB가 면책 조항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객에 상품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 불완전판매로 봐야 한다"며 "고객이 원금손실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 했거나 보험사 면책 조항에 대해 오해한 경우가 다수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은행창구를 통해 판매되기 때문에 고령층은 올바로 인지하지 못한 채 은행만 믿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는 오는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아름드리 9호 펀드(230억원)도 투자 대상이 동일한 점을 고려하면 전체 손실 규모는 47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체 피해 규모 470억원으로 늘어날 듯

9호의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매출채권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상품(9호)에 대해 판단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분들의 투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법적 조치를 묻는 등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는 신한은행이 판매하는 아름드리자산운용의 아름드리 대체투자 전문사모신탁 7호 펀드가 보험사로부터 투자금 보상 불가 통보를 받으면서 불거졌다. 이 펀드는 싱가포르 원자재 무역업체인 아그리트레이드인터내셔널(AIPL)이 제품 바이어로부터 받을 매출채권을 담보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의 채권에 투자한다. 펀드 만기일은 6월 1일이다.

하지만 AIPL이 바이어와 분쟁을 이유로 ‘지급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면서 환매가 지연됐다. 바이어들은 매출채권이 허위라며 대금을 결제하지 않고 있다. 보험사도 AIPL에 사기 등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