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스마트 디바이스에 밀려 일반 가정에서 점차 모습을 감추던 PC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정에서 업무 및 온라인 수업을 듣는 일상이 보편화되면서 화면이 크고 생산성과 협업 기능이 좋은 PC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것. 하지만 PC의 컴백홈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넉넉한 공간 확보가 골치다. 특히 온라인 학습용으로 아이들에게 대화면의 세컨드 PC를 장만해주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뉴노멀 트렌드 덕분에 그간 인기가 없던 소형 미니PC, 올인원 PC(모니터 일체형 PC) 등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는 모양새다.

한정된 공간에서 ‘1인 1PC’ 적합한 미니PC와 올인원PC

성인 남성 주먹 하나보다 조금 더 큰 조텍의 미니PC ‘ZBOX CI329 나노’ / IT조선DB
성인 남성 주먹 하나보다 조금 더 큰 조텍의 미니PC ‘ZBOX CI329 나노’ / IT조선DB
한국 시장에서 미니 PC와 올인원 PC는 늘 비주류에 머물렀다. 일반 타워형 데스크톱 PC보다 가격은 비싸면서 성능과 확장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용 PC의 주 용도가 일반 업무보다는 ‘고사양 온라인 게임’인 경우가 많은 한국의 경우, 캐주얼 게임 정도만 실행할 수 있고 단순 인터넷 검색과 문서 업무 정도만 가능한 수준의 미니PC, 올인원PC는 찬밥신세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가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PC가 없던 가정에서 당장 원격 업무나 온라인 수업용으로 PC를 사야겠는데, 책상 서랍장 하나 정도의 공간이 필요한 PC 본체를 놓을 장소 확보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서재나 공부방의 책상 위는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만으로 가득 차버려 본체까지 올려놓고 쓰기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PC본체를 책상 밑에 두고 쓰자니, 계속 발치에 걸려 불편을 야기하기 쉽다. 그렇다고 집이나 방 크기를 마음대로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니터 하나 공간에 PC까지 쓸 수 있는 HP의 ‘엔비 올인원 PC’ / HP코리아
모니터 하나 공간에 PC까지 쓸 수 있는 HP의 ‘엔비 올인원 PC’ / HP코리아
반면, 미니PC는 책상 위에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등을 놓고 남은 공간에 두거나, 책장 사이 여유 공간에 놓고 쓸 수 있을 만큼 작은 게 대부분이다. 모니터 뒤에 달아 일체형 PC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아예 모니터와 PC가 통합된 올인원 PC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모니터 한 대 올려놓을 만한 공간이면 어디든 두고 사용이 가능하다.

확장성은 여전히 일반 데스크톱보다는 못하지만, 요즘 미니PC와 올인원 PC의 성능만큼은 원격 업무, 온라인 수업에 부족함이 없는 편이다. 살짝 부족하다 싶으면 메모리 용량만 좀 더 늘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요즘 미니 PC는 고성능 게임도 척척~

일반 데스크톱의 1/3~1/4 정도밖에 안 되는 게이밍 미니PC ‘조텍 MEK MINI’ / IT조선 DB
일반 데스크톱의 1/3~1/4 정도밖에 안 되는 게이밍 미니PC ‘조텍 MEK MINI’ / IT조선 DB
그렇다고 모든 미니PC가 성능이 떨어지는 저사양 제품인 것은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어지간한 타워형 데스크톱 못지않은 ‘게이밍 미니PC’ 제품도 모습을 보인다. 물론, 간단 용도의 저사양 미니PC보다는 덩치가 있는 편이다. 그래도 타워형 PC보다 설치 공간 확보에 대한 고민을 덜어준다.

예를 들어 미니PC 전문 브랜드 조텍의 ‘멕 미니(MEK MINI)’는 두툼한 영한사전 수준의 크기에 인텔 9세대 코어i5(6코어) 프로세서와 지포스 RTX 2060 슈퍼 그래픽카드를 내장했다. 고사양 게임의 대표 격인 ‘배틀그라운드’도 쌩쌩 돌릴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한다.

고성능 게이밍 미니PC의 최대 단점은 작은 크기에 반비례하는 비싼 가격이다. 그래도 요즘 같은 시대에 ‘높은 공간 활용성’이라는 장점은 그런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자유로운 이동 가능한 노트북도 충분한 대안

AMD 라이젠 4000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에이수스 비보북 S M433’ / 에이수스
AMD 라이젠 4000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에이수스 비보북 S M433’ / 에이수스
노트북 역시 공간 활용성 측면에서 미니PC나 일체형 PC 못지않은 대안 중 하나다. 오히려 공간도 훨씬 덜 차지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간편하게 커버만 닫아서 치워둘 수 있으니 훨씬 유리하다. 실외 활동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노트북 판매량이 꾸준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을 사면 게임용 PC를 따로 살 필요가 없다.

다만 총비용을 고려하면 비슷한 성능 기준으로 미니PC+일반 모니터의 조합보다 좀 더 비싼 점이 노트북의 단점이다. 화면 크기도 가장 큰 게 17인치를 살짝 넘는 정도라 평균 23인치 이상인 일반 모니터보다 훨씬 작고, 그만큼 실내에서 장시간 사용하기도 불편하다.

대신, 거치형 PC와 비교할 수 없는 ‘이동성’은 노트북 최대의 장점이다. 여차하면 비좁은 방구석이 아닌 거실 등 넓은 장소까지 활용할 수 있고,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