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B2C향 상용화
3개 앱 화면 동시에, 풀HD 화질
핸드 제스처 기반 앱은 내년 상반기 출시
가격 장벽 극복할 킬러앱 필요

"화면이 생각보다 선명하다."

증강현실(AR) 글래스 ‘U+리얼글래스’를 써 본 첫 느낌이다. 걱정과 달리 화면이 깨지거나 흐릿하지 않았다. U+리얼글래스는 안경을 쓰듯 기기를 착용하면, 렌즈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보여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풀HD(1080p) 해상도와 52도 시야각을 낸다.

U+리얼글래스 / 류은주 기자
U+리얼글래스 / 류은주 기자
옆이 뚫려 있어 가상현실(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썼을 때보다 몰입감은 다소 떨어졌지만, 눈의 피로도는 낮았다. 무게는 88g으로 착용했을 때 묵직한 느낌이 거의 없다. 렌즈가 투명해 서비스 이용 중에도 앞을 볼 수 있다. 영화 감상 등 몰입감이 필용할 땐 VR 헤드셋과 동일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렌즈 커버를 씌우면 전방 시야를 차단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11일 U+리얼글래스를 21일 출시한다고 밝히며,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시중에서 B2C향 5G AR글래스를 판매하는 건 글로벌 시장을 통틀어 처음이다.

U+리얼글래스 체험하기 전 눈에 띄는 것은 조그만 안경 프레임이었다. 시력조정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렌즈 프레임이다. 안경원에서 도수에 맞춰 안경알을 구입한 후 장착해서 사용할 수 있다.

AR글래스를 착용한 후 잠깐의 로딩시간을 기다리면, 스마트폰 홈 화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연결된 스마트폰이 리모컨(컨트롤러) 역할을 한다. 좌우로 움직이니 화면 크기가 커졌다가 작아지고, 위아래로 움직이니 앱 화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진다. 터치만으로 화면을 원하는 곳에 배치하고 고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U+리얼글래스를 착용하고 앱 화면 3개를 동시에 실행하는 것을 시연 중인 모습 / 류은주 기자
U+리얼글래스를 착용하고 앱 화면 3개를 동시에 실행하는 것을 시연 중인 모습 / 류은주 기자
5G폰을 연동해 안드로이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총 3개의 앱 화면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카카오톡을 하면서 인터넷 검색도 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30% 미만으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꺼진다. 단말기 사양마다 다르겠지만 최대 사용시간은 45분~1시간 정도다.

화면은 100인치까지 확대할 수 있다. 큰 화면으로 동영상을 보니 3D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 났다. 단 동영상 앱 중 디지털저작권관리(DRM)이 적용된 넷플릭스 같은 OTT의 경우엔 사용할 수 없다. 향후 TV전용 앱처럼 AR글래스 전용앱이 나와야 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SF 영화가 현실로

LG유플러스는 연내 U+AR, U+VR을 U+리얼글래스에 맞춘 전용 앱으로도 선보인다. U+프로야구, U+아이돌Live 앱에서도 AR글래스 전용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AR·VR 협업 플랫폼 개발 기업 ‘스페이셜’과 협업을 통한 원격회의 시스템 ‘스페이셜’도 출시한다.

AR글래스를 장착한 후 ‘스페이셜’로 3D 영상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류은주 기자
AR글래스를 장착한 후 ‘스페이셜’로 3D 영상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류은주 기자
스페이셜은 각자 다른 공간에 위치한 사람들이 가상의 회의실에 모여 협업을 할 수 있는 AR글래스 앱 서비스다. 최대 10명까지 접속이 가능하다. 각 개인은 자신을 대표하는 아바타로 다른 이들에게 보인다. 회의에서는 대화나 손짓을 통한 설명뿐만 아니라, 파일로 된 자료나 동영상을 띄워 함께 볼 수도 있다. 영화 킹스맨처럼 3D 영상회의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엔리얼은 화면에서의 앱 조작을 스마트폰이 아닌 핸드 제스처(손짓) 인식으로 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2021년 상반기에는 핸드 제스처 기반의 앱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아이언맨'에서 나오는 가상 스크린 터치 장면이 현실화된다.

70만원 육박 기기값 …5G 고가 요금제 써야 50% 할인

AR글래스의 첫 상용화다보니 다소 가격장벽이 있다. U+리얼글래스의 출고가는 69만9000원이다. LG유플러스 5G 고객만 가입할 수 있다. 월 기본료 10만5000원인 ‘5G 프리미어 플러스’ 이상 요금제 가입 시 ‘스마트기기 팩’을 선택하면 U+리얼글래스를 50% 할인해준다.

서비스가 가능한 스마트폰도 아직 제한적이다. 현재 사전예약 중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과 연동이 가능하다. LG전자의 전략폰 ‘LG벨벳’도 서비스 제공을 앞두고 있다. 하반기 출시하는 전략모델에서도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연내 LG전자의 V50, V50S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추가적인 모델에 대해선 제조사와 지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준형 LG유플러스 5G서비스그룹 상무는 "그동안 자동차 한 대값인 고가의 제품들이 B2B 위주로 제공된 것에 비하면, 지금껏 출시한 AR글래스 중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가격이다"며 "엔리얼(HW/SW), 퀄컴(XR뷰어) 등 다국적 연합군이 노력한 끝에 세계 최초 B2C향 AR글래스 상용화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송대원 LG유플러스 미래디바이스담당 상무는 "가격, 무게, 해상도, 앱 측면에서 글로벌 플레이어 누구와 경쟁하더라도 뒤지지 않고 압도적이라 생각한다"며 "향후 쿼드고화질(QHD), 4K 등 화질로 몰입감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여정민 엔리얼 부사장은 "향후 업무공간이나 산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B2B 제품도 내놓을 것"이라며 "향후 많은 AR 콘텐츠를 한국에 우선 론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