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가 안보 위협’ 이유로 텐센트와 거래 금지 행정 명령에 사인
거래 금지의 기준과 적용 범위를 밝히지 않아 게임 업계 ‘긴장’
한국·해외 전문가 "게임 업계에 불똥 튀지 않을 것"

트럼프가 승인한 행정 명령에 따라 9월 15일(이하 현지시각)부터 미국과 텐센트의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하지만 트럼프는 ‘거래 금지’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적용 범위를 밝히지 않았다. 미국 상무부가 명령을 발효하는 시점에 거래 금지 대상과 기준을 판단할 예정이다.

이 탓에 게임 업계는 텐센트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더 관심을 보인다. 위챗 등 수많은 서비스와 제품을 보유했지만, 텐센트는 기본적으로 ‘게임 기업’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위챗, 텐센트 등 中 기업과 거래 금지"


트럼프 대통령 /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 / 트위터
6일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을 서비스하는 바이트댄스, ‘위챗’을 서비스하는 텐센트와 거래(transactions)를 전면 금지한다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명령 발효 시점은 서명일로부터 45일 뒤인 9월 15일이다. 위챗은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가 11억5100만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내린 배경을 "(해당 앱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간 이들 앱이 중국 공산당의 영향 아래 있는 탓에, 앱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중국 정부가 요구했을 때 넘길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전자보다 큰 공룡 텐센트, 美 소식 이후 주가 급락

이 사실이 공개된 다음날인 7일,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7일 하루 만에 757억달러(89조원)쯤 증발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2% 이상 급락했다.

텐센트는 영향력이 막대한 기업이다. 이 회사 직원 수는 2019년 기준으로 6만2000명에 이른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 제작·배급업 종사자 수는 3만7000명쯤으로, 텐센트 기업 하나보다도 적다. 2020년 텐센트 시가총액은 659조원쯤으로, 324조원쯤인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훨씬 웃돈다.

게다가 텐센트가 최근까지 투자한 기업은 800개가 넘는다. 이 중 160개쯤이 10억달러(1조1670억원) 이상 가치가 있는 기업이다. 약 70개의 회사는 증권 거래소에 상장했다. 비디오게임을 다루는 회사는 11개다.

텐센트가 지분을 보유한 게임 기업은 국적도, 성격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라이엇게임즈(100%), 슈퍼셀(84.3%), 그라인딩기어게임즈(80%), 에픽게임즈(40%), 넷마블(17.5%), 크래프톤 (13.3%), 카카오게임즈(5.6%) 액티비전 블리자드(5%) 등이다.

게임 업계 예의주시하면서도 "직접 규제 가능성은 낮을 것"

미국 정부가 생각하는 ‘거래 금지’의 효과와 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운 탓에 게임 업계가 ‘불똥을 맞는 것이 아니냐’고 관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최악의 경우 텐센트가 소유하거나, 지분을 보유한 게임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라이엇게임즈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라이엇게임즈가 피해를 받게될지 묻자 "아직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 본사에서도 주시하는 중으로 안다"고 밝혔다.

리그 오브 레전드 이미지,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미국 회사 라이엇게임즈는 텐센트의 지분 100% 자회사다 / 라이엇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 이미지,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미국 회사 라이엇게임즈는 텐센트의 지분 100% 자회사다 / 라이엇게임즈
한국·해외 전문가는 게임 업계에까지 불똥이 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샘 딘 LA타임즈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 관계자를 통해 이번 행정명령은 위챗 관련 거래만 차단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텐센트 소유의 게임 회사는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포트나이트 등은 안전하다"라고 밝혔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이번 행정 명령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한다는 제스처를 전하는 것과 더해, 중국에서 지배적인 소통 도구인 위챗을 제한해 미국과 중국의 연결을 끊는다는 의미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탓에 게임을 포커스로 공격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 움직임은 텐센트의 투자사업보다는 알리바바나 바이두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며 "계약 관계가 매우 복잡한데다가 미국 내에도 텐센트가 투자한 회사의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매우 많기 때문에 자극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화웨이 사례를 보면, 미국은 중국에 피해를 입히려고 하는데, 게임을 규제하는 것은 생각보다 실익이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텐센트에게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중국 정부가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또한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민주화 운동’을 차단하기 위해 자국 게임을 점점 심하게 규제하는 상황에서 미국 제재까지,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양새가 됐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