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네이처 등 외신은 11일(현지시각) "세계 과학자들이 러시아에 대해 위험하고 성급한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며 "안전성과 효능을 시험하기 위한 대규모 실험을 실시하지 않아 백신을 접종받는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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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공식 승인했다. 스푸트니크는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에서 따왔다. 푸틴 대통령은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며 본인의 두 딸 중 한 명도 이 백신의 임상 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마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세계는 우려한다.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의 백신 과학자 피터 호테즈 교수는 "세계 과학자들은 러시아가 안전성 확인 조치를 건너 뛰었다는 사실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자칫 백신을 개발 중인 전체 글로벌 기업의 노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코아 발록스 UCL 생물학 교수는 "부적절하게 테스트된 백신을 대량으로 접종하려는 것은 무모하고 비윤리적이다"라며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불러오면서 결국 사람들에게 백신 수용 자체를 꺼리게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최초 여부가 아닌, 세계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다"라며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3상 임상에서 확보된 투명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우려를 표명했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러시아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WHO는 백신과 의약품에 대한 사전 자격 심사 절차를 마련했다"며 "어떤 백신이던 사전 적격성 심사에는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모든 필수 자료의 엄격한 검토와 평가가 포함된다.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전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