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2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요지부동이다.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에도 주가는 별다른 변동이 없다. 2019년 4월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하기 전과 비교하면 현재의 주가는 더 낮다. 6월 말 기준으로 ‘700만 시대’를 연 5G의 성과물도 무색하다. 이통사의 주식 가치가 좌지우지 한 것은 CEO·임원의 잦은 교체와 신규 수익모델 창출 실패 등 영향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SK텔레콤의 주가는 24만원, KT주가는 2만5550원, LG유플러스 주가는 1만2400원이다. 이통사 최고경영자(CEO)는 5G로 달아 올랐던 주가가 내리막 길을 걷자 주가 부양을 시도했다.

구현모 KT 사장은 CEO 취임 후 애널리스트를 열심히 만나고 다닌다. KT 주가에 변화를 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는 하현회 부회장 대신 지주사가 나서 주가 부양을 노린다. 오너가 지분이 많은 지주사 LG는 4월 자회사 LG유플러스 주식 853만806주(900억원)를 취득했다.

이통3사 중 주가가 가장 비싼 SK텔레콤은 자사 주식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말한다.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는 2020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SK) 경영진은 20만원 초반대로 장기간 정체 중인 주가에 대해 저평가 상황이라고 본다"며 "주가 저평가 상태가 지속된다면, 연내 자사주 추가 매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통사 주가는 왜 저평가 됐을까. SK텔레콤의 주가는 1990년대 후반 100만원을 훌쩍 상회했다. 2000년 닷컴 버블때 400만원까지 찍던 황제주였다. KT도 한국통신 시절인 2000년만해도 주가가 13만원이 넘었다. 2002년 LG파워콤, LG데이콤을 합병해 탄생한 LG유플러스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주가 정체가 지속되는 중이다. 2018년 1만7000원이라는 최고가를 찍은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 후 이통3사 중 가장 높은 이익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1만2000원대 주가를 기록 중이다.

이통3사의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은 5G 상용화 후 상승 중이지만, 주가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내려갔다. 통신주에 대한 매력 자체가 확 줄었다는 시장 평가의 결과물이다. 과거와 달리 통신(IMT)업을 대체할 수 있는 또다른 산해진미가 넘쳐난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이통3사를 합친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통사 관계자들조차 우스갯소리로 카카오가 이통3사를 살 수 있겠다고 말하는 실정이다. 그만큼 이통3사의 위상 자체가 초라해졌다.

이통3사의 주식 가치 저평가를 경제 상황의 잘못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기간통신사는 모든 산업의 기반 인프라를 보유했지만, 통신은 공공재 성격도 일부 가졌다. 핵심 인프라를 가진 이통사가 다른 IT기업의 주가가 쑥쑥 오를 때 너무 안일하게 현실에 안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잦은 수장의 교체도 신규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도록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장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면 CEO와 오너가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이 필요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태부족이다. 최근 10년간(2010년~2020년) SK텔레콤은 4명, KT는 3명, LG유플러스는 4명의 CEO가 대표이사직을 역임했다. 특히 KT는 민영화 이후 CEO들이 중도 사퇴를 한 사례가 많았다. 기존 CEO가 시작한 일을 다음 CEO가 이어서 추진하지 않으니, 결국 흐지부지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CEO 임기 내에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 후 회사가 결실을 볼 수 있는 과제도 밀어줘야 한다. 단기간 성과에만 집착하면 큰 과실을 따기 어렵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이통3사의 글로벌 IT 기업 도약을 위한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글로벌 진출도 아쉽다. 우리는 ‘세계 최초 5G 개통’ 이란 성과를 냈다. 이 자랑스러운 결과물을 썩힐 수는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과시하고 사업을 수주해야 한다. 단기처방식 주가부양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