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자, 지상파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심지어 제휴 철회까지 요청했다. 하지만 방송업계에서는 지상파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합병 논의도 아닌 일반적인 ‘제휴’까지 막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KT 모델이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홍보하는 모습 / KT
KT 모델이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홍보하는 모습 / KT
한국방송협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KT는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철회하라’고 밝혔다.

협회는 "국내 진출 후 몇 년간 찻잔 속 태풍에 그쳤던 넷플릭스가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의 제휴를 계기로 국내 최대 OTT로 성장했는데, 업계 1위인 KT 마저 넷플릭스에게 손을 내민다고 하니 국내 미디어 산업계는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사업자로부터 받는 수준의 절반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다"며 "국가적 노력으로 구축한 정보통신망을 헐값에 해외 OTT 사업자에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넷플릭스가 급등시킨 출연료와 작가료 등 제작 요소비용으로 인해 기존 미디어들은 제작을 하면 할수록 손실만 커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방송사들의 이러한 반응을 예견했다는 반응이다. 웨이브는 넷플릭스의 경쟁사인데다, KT와 SK텔레콤 모두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검토 중이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커지는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미디어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민간사업자긴 하지만 필수설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상징성 있는 사업자란 면에서,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으로 누가 막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상파의 걱정은 이해하지만, M&A처럼 경쟁제한성이 발생해 소비자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제휴를 맺는 것이기 막을 명분이 없다"며 "KT 입장에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디어 전문가도 "SK텔레콤이 넷플릭스와 손잡기 전에 먼저 제휴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며 KT는 오너가 없는만큼 콘텐츠를 직접 수급하기 어려운 지배구조 형태므로, 제휴를 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상파도 철회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정부에 지상파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KT와 재송신료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므로 지상파를 배려할 것을 요구하기 위한 계산이 섞여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잡음을 원치 않을 KT와 정부에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방송협회는 성명서 말미에 정부 당국에 KT와 넷플릭스 제휴로 초래할 위험을 직시하라며 개선책을 요구했다. 방송산업 재원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책 시행, 실효성있는 토종 OTT 보호 및 육성방안을 마련 등을 요청했다.

KT에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철회하고,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간 역차별을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KT 한 관계자는 "제휴 철회는 어렵다"며 "국내 미디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