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T 확대경] 정책 포장용 5G '이제 그만!'

  •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0.08.14 06:00

    디지털 뉴딜계획을 추진하는 정부는 5세대(G) 이동통신인공지능(AI)와 함께 플래그십 정책으로 내세웠다. 5G와 AI로 전 산업을 융합하고 지능형 정부를 구축한다고 한다. 25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고 이를 통해 2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5G가 국가의 큰 변화를 이끌 것 마냥 밝히고 있다.

    그런데 5G는 3개 통신사에 의해 이미 전국 대부분 지역에 구축한 상태다. 대학, 공장 같은 사적 영역이나 산악, 도서 등의 소외 공간마저 구축을 진행한다. 통신사는 사용할 고객이 늘어나고 활용할 앱과 컨텐츠가 활성화하면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마련이다. 네트워크의 고도화에 정부가 매달려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5G는 진화하는 기술 단계일 뿐 국가의 대전환을 가져다 줄 핵심이 아니다. 비교적 ‘기술 적응력이 높은’(tech-savvy) 나로서도 LTE(4G)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또 몇 년 안 가 6G도 거론될 것이다.

    우리가 선도적으로 LTE 구축을 시작할 즈음 유럽의 가장 큰 통신사 CEO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자기네는 아직 3G 투자 회수도 안 끝났고 LTE 사업모델을 찾지 못했다며 우리를 의아해 했다.

    더구나 통신은 네트워크 구축을 끝냈다 하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서 공짜 서비스가 아니다. 최저 요금만 비교해도 LTE는 3만5000원인데 5G는 5만원이다. 속도가 빠르고 통신량을 많이 보장 받는 대신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충분한 이유 없이 네트워크만 고도화 시키면 고객은 통신료가 비싸다고 아우성을 치고, 정치권은 통신사에 요금 인하 압박을 가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서울 버스정보시스템(BIS)을 처음 구축했을 때다. 버스회사들은 CDMA(2G) 요금 부담을 호소했다. 지금도 시스템 운영에 버스 한대 당 만원 이상의 통신료를 부담하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당장 시급한 것은 유선 광통신 보강이다. 특히 도서 산간 등 소외 지역의 통신망 강화는 시급하다. 디지털컨택(언택) 시대에 들어섰는데 원활한 영상 통신을 못하는 지역이 아직도 많다.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정보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질 상황이다.

    유선 광통신망 외곽에서 스마트폰이나 사물 등의 단말을 무선으로 연결해 주는 걸 무선 액세스망이라 한다. 5G는 그런 망 기술 중 하나일 뿐이다.

    목적에 따라 여러 무선망 기술을 채택한다. 제일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블루투스’나 와’이파이’같은 근거리 무선통신이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냇(IoT)의 발달과 더불어 저전력장거리(LPWA: Low-Power Wide Area)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LPWA는 소량의 데이터를 넓은 지역에 서비스하는 원격 미터링, 가로등, 자판기 등의 추적, 센싱, 검침 등에 활용한다. LPWA 기술로 협대역사물인터넷(NB-IoT), 로라(LoRa), 시그폭스(Sigfox), 와이선(Wi-SUN) 등이 있다. LTE나 5G가 일반에 가장 익숙한 이유는 스마트폰을 연결해 주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장거리 무선 광대역일 뿐 아니라 고속 이동(mobile)중에도 연결이 끊기지 않는 기술이기에 대가가 비싼 기술이다.

    4G, 5G, 6G 인프라 구축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통신을 필요로 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컨텐츠의 개발이다.

    구체적인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 산업에 5G와 AI를 융합한다는 것은 타당한 접근이 아니다. AI는 그렇다 하더라도 통신은 필요에 따라 적절한 기술과 비용을 고려해 택하면 되는 것이다.

    지능형 정부를 만든다며 제시한 내용들도 네트워크 부족보다 오히려 제도와 규제 때문에 여태 진행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영상회의, 재난구조, 원격의료, 각종 스마트시티 관리 및 서비스 등을 봐도 네트워크 부족 때문에 구현하지 못한 것들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5G는 자율자동차를 본격적으로 운행해 도시 인프라와 수많은 자동차 사이에 실시간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가 오갈 때가 되어야 필요하다. 결국 네트워크의 속도나 처리용량의 문제가 아니라 각종 규제의 철폐와 소프트웨어 역량의 강화가 당장 필요한 것이다. 정책을 포장하기 위해 5G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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