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를 말한다] "K-방역 엄지척 그만…바이오 업계, 다음 생각할 때"

입력 2020.08.14 06:00

<포스트 코로나를 말한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겸 마크로젠 회장

K-방역 ‘엄지척’에 우쭐대지 말고 다음 단계 생각해야
주목받은 김에 정부·의료계·업계 힘모아 의료 빅데이터 시장 선도해야
남 따라가는 정책 말고 이젠 독창적으로 ‘우리의 것’ 만들어야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개발자 10만명 양성하면 바이오 강국으로 거듭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K-방역이 각광받으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바이오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정부와 의료계, 업계가 힘을 모아 이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 치료제와 백신도 좋지만, 데이터 기반으로 돌아갈 미래 의료 산업을 선점키 위해 의료 데이터 확보와 활용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으로 산업이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는 한국 바이오 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이자 마크로젠 회장은 IT조선과 가진 <포스트 코로나를 말한다>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서정선 회장은 90년대부터 K-바이오의 성장세를 옆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그는 1997년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을 창립하고 국내 바이오 업종의 태동기를 이끌기도 했다.

"데이터 기반 정보 의학으로 체질 개선할 때"

서 회장은 세계가 K-방역을 띄워준다는 사실에 우쭐해할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그는 "서양 국가에서 움찔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잘 잡힌 의료 체계와 시민 의식을 기반으로 코로나19를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며 "앞으로 글로벌 바이오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라고 말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겸 마크로젠 회장이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IT조선 DB
특히 그는 세계가 집중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한국의 뛰어난 IT 역량을 바탕으로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단기적으로 보지말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것이다.

특히 아날로그식의 기존 의료를 데이터 기반의 정보 의학으로 바꾸면서 미래 의료 시장을 선점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처럼 의료 체계는 물론 IT 인프라까지 잘 깔려있는 국가는 없는 만큼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경쟁사 역량을 따져볼 때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기에는 아직 모자란 점이 많다"며 "의료 빅데이터를 수립하는 것이 보다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시나리오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료 데이터 확보와 활용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데이터3법 통과로 우리 바이오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지만, 여전히 개정안에는 기업에 불리한 독소조항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서정선 회장이 정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IT조선 DB
아날로그서 데이터 기반 의료로 "정부·의료계·업계, 함께 움직여야"

그는 이 같은 문제를 ‘정부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정부는 울타리만 쳐주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는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한다"며 "미래 의료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이 퇴보하지 않도록 산업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뿐 아니라 의료계와 바이오 업계가 힘을 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 회장은 "앞으로 데이터를 얼만큼 잘 활용하느냐가 한국 바이오 산업의 지형을 바꿀 것이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바이오 빅데이터 분야 인재를 양성하려는 의료계와 업계의 의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분야 인재는 매년 배출되지만 막상 AI와 데이터 전문 지식을 갖춘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과학자는 없다"며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의사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 업계가 힘을 모아 체계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향후 10년동안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과학자 10만명을 양성한다면 바이오 산업 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 닥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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