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중소 지방 도시의 PC 판매 업체들을 대상으로 ‘라이젠 스토어' 프로그램 확대에 나선다. 대도시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서 급격한 매출 신장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AMD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차근차근 높이겠다는 것. 일종의 틈새시장 공략이다.
경기도 평택시 소재 다나와 컴퓨터 평택센터의 김종두 대표는 ‘본사 차원에서의 다양한 지원’을 AMD 판매에 나선 이유로 꼽았다. 그는 "20년 넘게 PC 관련업을 해왔고, 이곳에서만 10년 넘게 컴퓨터를 판매했지만, 판매 진작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을 해준 브랜드가 없었다"며 "AMD에서 홍보와 마케팅은 물론, 제품 공급과 기술 지원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 중소 도시의 PC 업체가 이러한 지원을 반기는 이유는 규모와 자금력이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과 직접 경쟁이 어렵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대도시와 지방 중소도시 간 물리적 거리의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 대형 유통업체들이 펼치는 각종 온라인 홍보와 마케팅을 영세 업체 입장에서는 당해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매장에는 최근 새로 붙인 것으로 보이는 홍보용 래핑 필름이 깔끔하게 부착되어 있었다. 매장의 오래된 간판과 달리 산뜻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신품 느낌이 물씬 풍기는 스탠드 배너와 AMD의 각종 프로모션 안내 포스터가 라이젠 브랜드를 눈에 띄게 전달한다.
가장 반응이 조립 PC 사양은 어떨까. 김 대표에 따르면 개인 및 게임용 PC로는 6코어 12스레드 구성의 라이젠 5 3600에 16GB 메모리, 500GB SSD, 지포스 1660(Ti)을 장착한 PC가 인기가 많다. 이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상권의 평균 사양과 큰 차이가 없는 구성이다.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최신 PC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사양인 만큼, 구매 및 사용자들의 만족감도 높다는 설명이다.
사무용 PC로는 라데온 GPU를 내장 그래픽으로 제공하는 ‘라이젠 3 3200G’를 탑재한 PC가 인기라고 말한다. 보급형 CPU로 동급 성능의 경쟁사 대비 가격이 저렴해 대량으로 구매할 때 그만큼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젠 프로 4000시리즈’ 프로세서는 본래 일반 소매 판매용이 아닌, HP와 델, 레노버 등 대형 제조사의 완제품 PC용으로만 공급하는 OEM 전용 프로세서다. 다만, 한국 시장 한정으로 컴퓨존, 조이젠 등 대형 업체의 완제품 PC뿐 아니라, 지역 PC 업체의 조립PC에도 탑재되어 판매한다. 물론, ‘라이젠 스토어’ 업체에 우선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AMD코리아 CPU세일즈팀 관계자는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이런 판매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인 중소도시 PC 업체를 돕는 동시에, 그들에게 차별성을 제공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지역의 소비자들은 가장 가까운 ‘라이젠 스토어’를 통해 르누아르 기반 라이젠 프로세서와 이를 탑재한 PC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AMD의 지방 소비자 공략 강화 전략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다.
2017년 1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선보일 때만 해도 하드웨어 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AMD는 생소한 브랜드였다.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오른 요즘도 대도시보다 보수적이고 유행에 덜 민감한 지방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낯선 브랜드인 건 여전하다.
AMD의 ‘라이젠 스토어’ 확대 방침에는 그런 지방 소비자들 역시 확실한 자사 고객으로 잡는 것은 물론, ‘인지도’에서도 누구나 이름만 꺼내면 알만한 제품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셈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o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