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겜쓸신잡] 조선시대 게임 주인공이 외계인과 조우한 까닭은?

입력 2020.08.16 06:00

게임을 통해 학습한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게임 안에는 문학·과학·사회·상식 등 다양한 분야 숨은 지식이 있다. 게임을 잘 뜯어보면 공부할 만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오시영의 겜쓸신잡(게임에서 알게된 데없지만 알아두면 기한 느낌이 드는 동사니 지식)은 게임 속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잡지식을 소개하고,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다. [편집자 주]

문과 대학생 2명이 세운 투캉프로젝트는 7월 2일 한국사 게임 난세의 영웅을 출시했다. 난세의 영웅은 1장부터 10장까지 한국사를 선사 시대부터 광복 이후까지의 한국사를 다루는 게임이다. 최근에는 조선 전기를 다룬 6장까지 출시했다.

난세의 영웅은 타임머신을 개발한 공대생 3명이 실수로 과거에 도착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임머신의 시계를 자동 충전해 조금씩 미래로 갈 수 있다. 주인공 일행은 조선 11대 왕 중종 시대에서 굉음, 지진, 빛 무리와 마주친다. 빛 무리 방향으로 접근하니 UFO(미확인비행물체)가 있었고, 외계인이 인간사회를 탐사하기 위해 지구를 방문한 것이었다.

게임 난세의 영웅에서 UFO와 조우하는 주인공 일행 / 투캉
외계인은 주인공 일행을 제거하려다 기묘사화로 감옥에 갇혀있는 '조광조'를 조사해오면 살려준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조선시대 역사를 다룬 게임에 어째서 UFO와 외계인이 등장하는 것일까.

사실, UFO를 조선시대에 발견했다는 기록을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UFO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를 통칭하는 말이나, 사람들 사이에서는 외계인의 비행선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1520년 2월(중종 15년)에는 전라도 곡성현(谷城縣)에서 밤하늘에 둥근 적기(赤氣)가 나타나 그 빛이 산야(山野)를 밝게 비추었고, 마을의 집까지 셀 수 있었는데, 한참 만에 사그라졌다는 기록이 나온다. 전기가 없어 밤에는 깜깜했을 조선시대 한밤중에 마을의 집을 셀 수 있을 정도의 빛무리가 공중에 떠 있었다는 기록은 의미심장하다.

같은 해 3월에는 저녁 4경(更, 새벽1시~3시쯤 한밤중)에 남방에 붉은 기운을 발견했다는 기록이 있다. 기록에 따르면 해당 기운은 마치 횃불과 같이 꺼지는 듯하다가는 타오르고 타오르다가는 꺼지는 듯하며, 혹 남쪽인 듯했다가는 동쪽이며 앞으로 나오는 듯하다가는 뒤로 물러나 일정함이 없었다. 현대 목격담에서도 UFO가 빛 무리와 함께 불규칙한 패턴의 움직임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손쉽게 들을 수 있다.

당시 중종은 "근래에 지진·일월성신(해,달 별 등)의 재변이 그칠 줄 모르고 연이어 일어났는데, 지금 또 이와 같은 변이 있으니 매우 두렵다"고 밝혔다.

UFO 이미지 / 픽사베이
조선시대에 공중에서 괴물체를 봤다는 기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종 때만 해도 두 사례보다 더 많다. 다른 왕 실록에 기록된 사례도 많다.

1423년(세종 5년) 1월에는 충주에 사는 선군(船軍, 수군) 이용이 음성(陰城) 지역에서 염불하자 공중에서 황색, 백색, 흑색 구름 속에 있는 '세 부처'가 나타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보고했다. 조선 정부는 요망한 이야기를 했다는 죄로 이용을 의금부로 보내 엄히 다스리려 했다가 죄를 묻지 않고 풀어줬다.

1609년 8월(광해 1년) 강원도 간성군(杆城郡), 원주목(原州牧), 강릉부(江陵府), 춘천부(春川府), 양양부(襄陽府)에서 하루에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UFO를 다수 목격했다. 모양도 동이, 화살, 베, 연기, 호리병, 세숫대야 등 다양했다. 이듬해 2년째였던 이형욱 강원감사가 화광(火光)이 나타났다며 이를 조정에 보고했는데, 이 사건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모티프가 되었다.

이 외에도 연산군, 선조, 인종, 명종, 인조, 숙종, 영조 등 다양한 임금 대에 UFO를 목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부에서는 단순히 유성을 UFO로 착각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으나, 조선왕조실록은 천문 현상을 기록할 때, 태양계 주변에서 나타나 태양을 향해 움직이는데 꼬리가 없는 별을 패성(悖星), 태양에 접근하면서 얼음이 녹아 꼬리가 생기는 경우 혜성(彗星), 새로 관측된 별은 객성, 별똥별은 유성 등으로 표현했으므로, UFO는 이 외의 경우라는 이야기가 된다.

한편, 1511년(중종 6년)부터 1545년(인종 1년)까지는 개, 혹은 말과 비슷하나, 전혀 보지 못했던 정체불명의 괴수가 나타났다는 기록도 있다. 기록은 괴물이 밤에 다니는데 지나가는 곳에는 검은 기운이 캄캄하고 뭇수레가 가는 듯한 소리가 난다고 묘사했다. 이 괴물은 궁궐에 침입해 난동을 부리거나, 대비전 창문을 두드리고 희롱하는 등 소란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웹툰 단장, 영화 물괴의 모티프가 되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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