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IT경영학회 "미래 교육 마중물? 대학, 첫 비대면 수업을 말하다"

입력 2020.08.17 06:00

비대면 수업은 새로운 교육을 위한 마중물일까, 아니면 아직은 시기상조인 꿈같은 이야기일까?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대학생과 교수, 전문가 등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연세대학교 IT경영전략학회(ISSU)가 2020년 1학기 동안 ‘미래 교육 마중물? 시기상조? 대학, 첫 비대면 수업을 말하다’를 내용으로 연구한 내용을 소개한다. 이 글은 김지윤 ISSU 스터디 부장의 지휘로 18명의 학회원이 작성한 9편의 기고의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이 글은 7월 28일 발행한 마소 401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소 401호는 교보, 리디북스 등 서점에서 잡지 및 전자책으로 판매하고 있다.

기획 취재 연세대 IT경영전략학회(ISSU) 학회원
정리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


#2020년 봄, 대학교가 변했다

2020년 대학생의 일상은 변했다. MT와 신입생 환영회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 빈자리를 비대면 강의가 채웠다.

3월 2일 교육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안정될 때까지 비대면 수업을 권장하는 ‘2020학년도 1학기 대학 학사 운영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부분의 대학교는 3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온라인 강의를 시행했다.

학생들은 각 대학 온라인 지원 센터를 중심으로 실시간 화상 강의, 구글 드라이브를 통한 간편 강의 녹음/녹화 파일 공유, 유튜브 링크 공유, 온라인 공개수업(MOOC) 활용 등의 방식을 통해 강의를 수강했다. 수업 자료 형태는 한층 다채로워졌다. 파워포인트를 비롯해 수업 녹화 영상 또는 음성만 녹음된 MP3 파일 등 다양하다.

사례1 ‘온라인 강의실 입장’

대학생 A는 당일 수업 관련 자료를 내려받은 후 교수가 공유한 줌 회의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수업이 진행될 회의실에 입장한다. 회의실에 입장하니 수강하는 학생들이 벌써 온라인 상태다. 출석 확인을 위해 학생들은 카메라를 켠다. 수업 도중 궁금한 점이 생긴 A는 ‘손들기 기능’을 사용해 교수에게 질문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A는 질문하기 위해 음소거 해제 버튼을 다시 눌러 마이크를 연결해 질문한다.

이어 A는 화면 공유 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발표 자료(PPT)를 띄우고 마이크를 연결한 후 프로젝트 발표를 진행한다. 발표가 끝나고 내용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긴 학생들은 채팅창에 질문을 남기거나 마이크를 연결해 물어본다.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은 ‘회의 나가기’ 버튼을 눌러 회의실을 퇴장한다.

사례2 ‘출석 체크와 강의 중 질문’

대학생 B는 구글 폼에서 출석 체크를 위한 ‘출석 체크 퀴즈’를 푼다. 제출 후, 강의 내용 중 궁금한 내용을 온라인 강의 지원센터에 있는 질문 게시판에 올린다. 이후 복습을 위해 구글 드라이브에 재접속한 후, 배속기능을 활용해 빠르게 배운 내용을 되새긴다. 강의를 듣던 중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서 일시 정지를 한 후 학습 자료를 읽어보고 해당 부분으로 되돌아가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듣는다.

출석 확인도 여러 방식으로 진행했다. 사전 녹화 영상의 수강 가능 시간을 제한하거나, 당일 과제 제출, 구글 폼을 통한 퀴즈 응시, 구글 드라이브 댓글 작성 등이 있다.

동아리와 학회도 모집부터 활동까지 이전과는 운영에 관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대다수 대학교는 동아리와 학회의 신입 부원 모집과 활동을 비대면 중심으로 진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수업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화상 회의 플랫폼을 사용했다.

조모임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교내 협업 공간은 대부분 폐쇄됐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협업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

ISSU의 모집 홍보 콘텐츠. 대학교 동아리와 학회는 신규 회원 모집부터 활동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사례3 ‘동아리 신입 회원 모집’

대학생 C는 동아리 홍보용 브로슈어를 온라인 형태로 바꾸어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신입 모집 홍보의 핵심인 오프라인 설명회가 취소되자,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한 상시 Q&A나 신입 모집 관련 영상 콘텐츠 등을 온라인 홍보 방법으로 사용했다. 온라인 설명회도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진행했다. 화면 공유 기능을 이용했고, 채팅으로 실시간 Q&A를 진행했다. 회원 모집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면접 전형도 마찬가지다.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소회의실 기능을 통해 면접실과 대기실을 분리했다. 면접 대상자는 대기실에서 마이크와 카메라 테스트를 미리 진행할 수 있다. 온라인이라는 환경만 다를 뿐, 이전에 진행했던 오프라인 면접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사례4 ‘조별 과제, 그리고 기업 대상 실습수업’

대학생 D는 그룹 회의 기능으로 팀원들을 만났다. 담당 교수가 온라인 수업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몇 개의 온라인 회의실을 열었다. 조원들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다른 수업에서는 강의 중 공지사항으로 알려주거나, 메일로 다른 조원들의 연락처를 받았다.

D는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실습수업도 듣고 있다. 컨설팅 대상 기업인 서울시 자활 기업과의 회의도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진행하고, 팀원들과 기업 담당자에게는 회의 초대 링크를 발송한다. 직접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나누고 기업의 주력 상품을 화면으로 살펴본다. 제안서 역시 구글 닥스 공유 문서 파일을 통해 공유했다.

대학마다 대응 방식 각양각색...성균관대 만족도 높아

대학교 지원 방식도 다양하다. 각 대학은 화상 회의 전용 플랫폼을 구매해 사용하거나, 기존에 사용하던 학교 포털에서 실시간 강의 기능을 강화 또는 추가했다. 또는 온라인 강의만을 위한 새로운 사이버 캠퍼스를 구축하는 등 학교마다 대응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학교는 자체 서비스인 ‘아이캠퍼스’를 활용한다.

화상 회의 플랫폼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기능보다는 ‘편의성’이 결정했다. 다수 대학교는 줌, 웹엑스(WebEx), 블랙보드(BlackBoard) 등을 활용했지만, 아이캠퍼스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 ‘도움말’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이캠퍼스는 학생과 교수 모두를 위한 안내 매뉴얼과 별도의 콜센터를 마련해 적응을 도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랫폼은 ‘효율성’과 ‘에러 파악의 복귀’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학생들은 플랫폼 기능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힘들고, 실수했을 때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힘든 점을 지적했다. 다만 다수 플랫폼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고, 학생과 교수 모두 이미 수개월 플랫폼을 이용하며 적응했기에 이런 불편함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

교수와 학생은 비대면 교육을 위해 줌, 웹엑스 등 다양한 화상 회의 플랫폼을 사용했다. 사진은 줌 초기 화면.


성균관대 자체 서비스인 ‘아이캠퍼스’. 십 년 이상 서비스한 덕분에 매뉴얼이 잘 준비됐지만, 온라인 강의가 집중된 이번 학기 초에는 네트워크 이슈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비대면 수업, 실기 필수 과목에서 한계 드러나 ... 온·오프라인 수업 병행 해답 될까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며 교수와 학생들은 플랫폼 사용에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특히 교수의 직접적인 피드백이 필요한 실기 수업과 장비와 시설이 갖춰진 환경에서 진행하는 실험 수업에서는 많은 문제가 확인됐다.

서울 S대 음악대학 피아노 전공 일부 수업은 줌(Zoom)을 활용한 레슨과 연주 녹음에 대한 교수의 피드백 방식으로 이뤄졌다. 재학생 K양은 "줌 레슨과 녹음의 경우 악기 본연의 소리를 느낄 수 없어 기본적인 느낌과 터치를 알기 어렵고, 실제 레슨보다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모든 음대 학생들 앞에서 연주하는 ‘연주 수업’은 비대면 수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한동안 시행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5월 중순부터 레슨은 주 1회 대면 수업으로 진행했다. 연주 수업은 영상을 찍고 교수에게 전송하는 비대면 방식을 유지했다. 대면 수업 시행으로 수업의 질이 향상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교수님께 직접 레슨을 받을 수 있어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며 "하지만 연습실 사용이 불가한 상태라, 레슨 전 연습하기 힘든 점이 아쉽다"라고 대답했다.

사례5 ‘녹화 버튼...그리고’

"아…"

교수 E가 허탈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강의를 시작했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녹화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강의했다. 처음부터 다시 강의를 촬영해야 한다. 가끔 알 수 없는 기술적 문제로 정상적으로 녹화 버튼을 눌러도 저장이 되지 않기도 했기 때문이다.

실험 수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세대학교 화학과 일부 수업의 경우, 학생들은 녹화 강의를 통해 관련 이론을 먼저 학습한다. 이후 조교가 진행한 실험을 통해 도출된 결과 데이터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이를 참고해 리포트를 작성한다.

비대면 실험 관련 연세대 강의 공지. 비단 연세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재학생 S양은 "직접 실험을 진행하지 못해 전반적 이해 및 기구 조작법 등의 측면에서 배움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리포트 작성과 관련해 "오차 원인 분석의 경우 실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실수나 실험 환경 등을 토대로 작성한다"며 "리포트를 조교의 데이터 바탕으로 작성하다 보니 짐작해서 작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일부 대학은 제한적으로 대면 교육을 시행하며, 온·오프라인 혼합형 수업 방식을 택하고 있다.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Film&Media Arts 전공의 몇몇 수업들이 대표적인 예다. 오프라인으로 수업 참여를 원하는 학생은 등교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대학은 안정적인 대면 교육을 위해 등교한 학생과 교직원의 체온을 모두 측정하고, 교문에서부터 손 세정제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수업 수강생 S양은 "서로의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게 주요 수업 내용이기 때문에 대면 수업이 효과적"이라며 "하이브리드(혼합형) 수업으로 수업 참여 방식에 대한 선택지가 늘어났다"고 환영했다. 유타대학교가 성적 평가 방식을 절대 평가로 결정한 점도 주요했다. 덕분에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참여에 따른 성적 불이익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런 고초는 학생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도 마찬가지다. 연세대학 교수 B는 "수업은 일방향(one way)이 아니라 양방향"이라며 비대면 수업에 관한 어려움을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강의하는 입장에서는 토론이 아니더라도 학생 반응을 보며 수업 내용이나 속도를 조절하는데, 이를 보지 못하니 진행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녹화 강의에서 조절이 쉽지 않음을 밝혔다.

교수 A는 학기 초에 녹화 강의를 시도했을 때 "벽에 대고 강의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비대면 강의 자체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수 C 역시 "수업은 교수와 학생의 상호 작용이 핵심"이라며, 비대면 강의는 학생이 쉽게 질문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교수 입장에서는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 또한 쉽지 않다. 일부 교수는 녹화한 강의가 만족스럽지 못했고, 녹화 내내 집중도가 떨어져서 완성하는 데 강의 시간보다 배로 걸렸다고 한다. 결국 녹화 대신 실시간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화상 회의 플랫폼도 큰 난관이다. 교수 B는 "강의 내용이 더 쉽게 외부로 공개되며 이에 대한 부담이 있기도 하고, 학생들이 실시간 화면을 켜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어 화상을 통한 표정 확인이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불안정한 보안과 갈피 못 잡은 성적 평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점

비대면 수업 퀄리티를 해결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불안정한 보안과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성적 평가다. 등록금을 비롯한 수업료도 학생과 대학 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안정적인 비대면 수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화상 회의 플랫폼에 관한 보안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불거진 문제다. 특히 줌은 보안에 관해 계속해서 지적받고 있다. 그들은 초대받지 않은 제 3자가 갑자기 화상 회의나 원격 수업에 참여해 피해를 주는 ‘줌바밍(Zoom-bombing)’이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생기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진짜 강의와 유사한 가짜 강의를 만들어, 피해자의 착각을 유도해 정보를 빼내는 ‘스푸핑(Spoofing)’ 기법 역시 줌에 등장했다.

당시 줌은 ‘종단간 암호화(EE2E)’를 지원하지 않았다. EE2E는 메시지 입력부터 수신까지 모든 단계에서 메시지를 암호화하는 기술로 줌은 올해 6월에서야 지원했다. 이런 불안은 다른 화상 회의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구글 미트(Google Meet)’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s)’도 EE2E를 제공하지 않는다. 애플(Apple) ‘그룹 페이스타임’은 EE2E를 지원하지만, 애플 기기 사용자만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한계다.

저작권도 또 다른 화두로 떠올랐다. 기존 수업 자료에는 교육에 필요한 각종 저작물을 상대적으로 편하게 사용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정보는 더 빨리 전달되고 더 오래 남을뿐더러, 강의 수강자들을 통제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층 더 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및 창작물 위주의 수업에서는 저작권 문제에 더욱 민감하다. 디자인 전공인 K 씨는 "온라인으로 작품 피드백을 받게 되면서, 출처에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온라인 강의는 자료가 바로 노출되고 기록되기 때문에 모든 자료 출처에 지나치게 집착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작 받아야 할 실기 피드백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등 불편함이 크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피부로 더 크게 느껴지는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성적이다.

대학교 성적은 크게 출석과 시험으로 결정한다. 교육부 가이드라인이 있는 초·중·고등학교와는 달리, 대학교는 교수와 대학의 재량이 크다. 결국 대학의 출석은 ‘과제를 위한 과제’를 낳았다. 모 대학의 체육 교양 수업은 주당 수업 시수가 1회, 2시간임에도 출석 대체 과제로 소요 시간 2시간이 훌쩍 넘는 ‘90분 이상 등산’, ‘식단 및 운동일지 쓰기 과제’가 매주 부여됐다. 이 외에도 강의계획서에 없는 과제를 추가하는 사례가 대학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비대면 시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서울 내 A 대학 물리학과를 복수 전공 중인 K씨는 "본 전공 학생들이 여럿이서 모여서 쪽지 시험을 풀고 있다"며 "타과생인 본인과 같은 학생들은 불공정 경쟁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단체 시험 외에도 커닝, 대리 시험 문제와 같은 부정행위에 대해 아직 대학 측의 대처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학생들의 불안감은 크다.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특정 과목의 쪽지 시험 답안이 올라오거나, 일부 대학에서는 대리 시험을 매매하는 행위도 적발됐다.

H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비대면 시험의 위험성이 드러난다. 출처: 에브리타임 갈무리
기말고사를 앞둔 5월, 전국 대학은 비대면 시험의 공정성 논란과 대면시험의 위험성 사이에서 갈등했고 다양한 대응을 내놨다. 경희대학교는 기말고사 대면 시행 원칙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면 시험이 불가능한 학생을 위해 과제물 평가, 실시간 비대면 평가 등 예외를 뒀다. 반면 성균관대학교는 비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교수와 학생의 합의만 있다면 대면 시험도 치를 수 있다. 단, 각 강의실 수용인원의 30~50%까지만 배정하고, 학생 간 1~2m 거리 유지 등 대면 시험 운영 세칙을 따라야 한다. 또 성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많은 대학이 기존의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추세다. 2020년 1학기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세종대 등의 대학이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경희대학교 기말고사 관련 공지. 경희대는 시험의 공정성을 위해 대면 시행을 원칙으로 했다. 출처: 경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비대면 시험의 공정성을 지키는 방안도 점차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다. 기존 사이버 대학은 공인인증서 로그인, IP 감시 및 개별 시험지 부여 등을 활용했다. 하지만, 전화나 메신저를 통한 개인 간 연락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삼성은 5월 말 그룹 공채 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실시하며 기존 한계를 해결했다. GSAT 응시자에게 미리 개인정보 보호용 신분증 가리개와 휴대전화 거치대, 영역별 문제 메모지 등 응시자 키트를 우편 발송했다. 응시자는 안내서에 따라 개별 공간에서 휴대폰을 거치대에 올리고, 모니터링 시스템에 접속한 채 시험을 치렀다. 큰 논란 없이 GSAT을 마무리한 삼성은 "온라인 시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채용 방식"이라며 "일부 보완을 거쳐 다양한 채용 분야에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 당국도 시대 흐름에 맞는 규정을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다. 대학의 원격 강의 비율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 외에는 전체 수업 대비 20%로 제한되어 있다. 또 안정적인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발 빠른 후속 정책도 필요하다.

#20년 후의 교육을 바라보다

갑작스럽게 시작한 비대면 교육으로 많은 논란이 일었지만, 에듀테크는 새로운 산업으로 떠올랐다. 에듀테크(EduTech)란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교육과 빅데이터, 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산업을 말한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인더스트리애널리스츠(GIA)에 따르면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가 2017년 2200억 달러(약 257조 원)에서 2020년 4300억 달러(약 502조 원)로 두 배가량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대면 교육은 에듀테크 중 가장 유망한 영역으로 꼽힌다.

그동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성장을 보였던 가상현실(VR)도 재조명되고 있다. VR은 사용자가 현실과 유사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개발자는 VR을 통해 원하는 3차원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 유저는 머리에 장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인 HMD(Head Mounted Display) 헤드셋과 전용 컨트롤러로 3차원의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따라서 VR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스스로 내린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고, 단순 비대면 수업보다 몰입할 수 있다. 오프라인 실험 및 실습 환경에서와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의료분야에서도 VR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 프리시전OS 갈무리
국내 일부 대학은 이미 성공적으로 VR 강의를 진행했다. 한양대학교 화학과에서는 몰 농도의 황산 용액을 만드는 실험을 VR을 이용해서 진행했다. 이 화학 실험은 본래 위험하고 폐기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에서는 진행하기에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따르지만, VR을 이용한다면 무제한으로 실험을 반복할 수 있다.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도 치아를 치료하는 실습에 VR을 적용했다. 실습수업은 모니터로 형성한 가상 치아를 이용하고 햅틱 기술을 적용해 치아를 형성하는 촉감을 실제와 흡사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위험 부담 없이 실습을 반복해서 진행할 수 있어 학생 만족도도 높다.

하지만 VR 강의는 높은 비용과 부족한 콘텐츠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학 수업에서 수십 명의 학생이 동시에 VR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VR 전용 헤드셋이 필요하다. 고화질 VR 헤드셋의 가격은 평균 백만 원으로 학교 차원에서 대량 구매하기엔 부담스럽다. 콘텐츠 개발에도 큰 비용이 소요된다. 앞서 소개한 두 대학교도 VR 콘텐츠 회사와 협력해 자체적으로 맞춤형 VR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콘텐츠 개발에 큰 비용을 투자했다. 여기에 교수진과 학생이 VR기기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 교육을 받아야 하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VR 콘텐츠 현실감과 몰입도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VR 콘텐츠는 현실과 비슷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서울대학교에서는 드론 창의 융합 트랙의 정규 교과목인 ‘드론 코딩’ 과목을 VR 기반 실시간 온라인 수업으로 시행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콘텐츠 자체는 게임에 더 가깝다. 기술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유저가 현실이라고 느끼기 위해서는 VR 헤드셋의 화면이 1000 PPI(pixels per inch, 인치당 화소 밀도: 화면의 선명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넘어야 한다. 대부분의 VR 헤드셋 화면은 500~600 PPI에 그친다.

이처럼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이 위기 속에서 꽃 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대안으로만 여겨졌던 비대면 강의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많은 논란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수업으로만 진행한 첫 학기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강정한 교수
도입 속도 차이였을 뿐, 디지털화되는 세계 속에서 비대면 수업 전환은 필연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오히려 비대면 교육이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정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래 교육이 상당히 불평등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대안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실제로 많은 IT기술은 평등보다는 불평등을 야기했다. 유통 시장은 IT기술을 앞세운 거대기업이 장악했고, 가상화폐 등은 기존 투자기관의 또 다른 투자 대상일 뿐이다.

강 교수는 "시간과 장소 제약이 사라지면, 교육의 구매 비용이 낮아진다"며 "해당 환경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희소 자원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교육 서비스 수혜자나 구매자는 시공간 제약이 사라진 교육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긴다고 생각하겠지만, 글로벌 시티에 거주하며 사회적 자본을 쌓는 사람들은 점점 더 대중에게는 보이지 않게 새로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비대면 교육과 같이 IT, 신기술을 활용한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발전할 미래 교육에 대비해 강 교수는 현대 IT 기술의 파급력이 초고속 인터넷과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에서 나온다며, 이 두 가지 부분을 구체적으로 볼 것을 주문했다. ▲클라우드로 외부화하는 방식의 크룸북 같은 저렴한 단말기 ▲공공영역에 경쟁력 있는 교육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교육을 포함한 디지털 교육 및 학습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앞으로 미래 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비대면 교육은 여러 제약이 줄어들고, 기존 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더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에듀테크를 활용한 미래 교육은 단순하게 낙관적으로 보면 위험하다. 더욱 교묘해진 교육 불평등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물음에 적절한 답을 찾아가며 더욱더 나은 미래 교육을 위해 우리 모두 고민을 해야 한다. 어느새 미래는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가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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